가끔 나는 내가 이상하다.
세상에서 제일 수동적이다가도 무언가에 꽂히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한 달은 굶은 하이에나 마냥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가령 몇 달 동안은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다가 일주일 내내 밤을 새워가며 책을 읽기도 하고, 어느 날 갑자기 유튜브를 보다가 기타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기타를 주문하고 몇 년 동안 옷장 옆 작은 공간에 방치해두고 먼지만 소복이 쌓아둔 채 존재를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한다. 침대에 누워 잠에 들려는 순간 새끼발톱에 생긴 까스레기?를 견디지 못하고 새벽 세시에 벌떡 일어나 손톱깎기로 기어이 뜯어내고서야 직성이 풀리기도 한다. 이러한 모든 원인은 충동적인 감정을 제어하는 무언가의 기능이 살짝 고장이 난 게 아닐까 고민해보았다.
하지만 그러기엔 나는 너무나 신중하고 인내하며, 스스로를 통제하는데 익숙한 사람이기에 가끔씩 나오는 나의 돌발 행동들이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나조차도 내 자신에게 놀라는데 옆에서 그런 내 모습을 지켜보는 남편은 매번 적응하기 힘들 것 같기도 하다. 하긴 나는 양극성 인격을 가진 것 같기도 한 것이 mbti검사를 하면 INFP가 나오긴 하지만 반대되는 성향과 대부분이 6:4 정도의 비율이다.
한마디로 나는 ESTJ의 부류와 가까운
INFP의 인간인 것이다.
극과 극의 성향을 가진 나의 입장에서는 사실 일상의 모든 부분이 혼란인 경우가 많은데 머리와 감정이 다르게 놀고 있으니 뭐가 맞는 것이고 뭐가 잘못된 것인지 결정하는 것조차 힘이 든다.
그래서 최근 들어 나타난 증상은 선택불가증후군. (결정장애라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하려면 주관이란 게 필요한데 내 주관을 내가 신뢰할 수 없게 되면서 나는 결정을 미뤄버리거나 타인에게 전가하는 게 마음이 편해지는 단계까지 와버린 것이다. 좋은 현상은 아니기에 요즘은 결정하는 연습을 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히 나를 위함이기도 하지만 상대방에게 언제까지 선택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에 나름대로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다. (나 또한 상대가 내게 결정을 미루면 스트레스가 치솟기때문)
남편은 가끔 말한다. 나와 12년(연애 11년, 신혼 1년 포함)을 함께 했지만 아직도 나를 잘 모르겠다고. 늘 새로운 사람과 사는 것 같다는 말로 포장하기도 해준다.
그럼 난 “34년을 살아온 내 자신도 나를 모르는데 오빠가 어떻게 나를 다 알 수 있다 생각하냐”며 새침하게 응수한다.
노래 한 소절이 생각나는 밤이다.
“네가(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넌들) 너를(나를) 알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