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콩이와 까꿍이는 연년생 남매이다.
그래서 콩이맘이 까꿍이를 임신하고 만삭이 되어 몇 달, 그리고 까꿍이가 태어나 몸조리하며 몇 달, 콩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냈다. 한창 엄마 손이 그리울 때 콩이는 엄마를 동생에게 양보하고 할머니 품에서 지냈던 것이다.
그것이 마음이 아파 콩이를 더욱 살뜰히 챙겼고, '콩이 최고'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틈나는 대로 나들이도 데려가 주고 할아버지, 할머니 지인 모임에도 언제나 콩이도 함께 참석했다.
한 번은 할아버지 모임에서 고급 음식점에서 비싼 킹크랩을 먹었는데 콩이가 어찌나 잘 먹던지 참석자들 눈치가 보여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조금 덜 먹었다고 한다.
아무튼 콩이는 나에게도 첫 조카이고 부모님에게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손주라 그런지 더 애지중지이다.
또 성별의 차이인지 나이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콩이는 혼낼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까꿍이는, 말하려고 하면 일단 한숨부터 나온다.
까꿍이가 남자아이다 보니 천방지축으로 활동성이 많아 유독 할머니 손이 많이 가 자연스레 콩이는 고모와 더 많이 접촉을 하게 된다. 하원 하는 차 안, 뒷자리에서 안전벨트를 채웠는데도 할머니는 한시도 가만있질 못하는 까꿍이 덕에 힘이 든다. 뒷자리에서 그 난리를 치며 콩이까지 챙겨야 하는 게 힘들어 보여 콩이를 앞자리에 태워 조곤조곤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뒷자리 까꿍이와도 함께 한다.
"비 오면 생각나는 거 말해보기, 시작!"
"달팽이!" 콩이가 말한다.
"지렁이!" 까꿍이도 잘 따라와 준다. 하지만 얼마 못 가서 훼방을 놓는다.
"우산!" 콩이가 우산이라고 말하자 자기가 하려고 했다면서 으름장이다.
"까꿍아! 누나가 먼저 해버렸네? 우산 친구를 찾아볼까? 우산 쓰고 뭘 신지?"
소용없다.
떼쓰는 까꿍이의 집중력을 다시 돌려보고자 고모는 얼토당토 한 답을 말한다.
"그럼, 고모 먼저 할까? 막걸리!"
까꿍이는 고모의 신기한 그 단어에 '어??' 하며 으름장을 멈춘다.
"고모, 막걸리가 뭐야?" 콩이와 까꿍이가 토끼눈을 하고 바라본다.
이때 할머니가 갑자기 외친다.
"파전!"
"엥?? 파전은 뭐야?"
할머니와 고모만 웃는다.
"막걸리는 쌀로 만드는 우리나라 술이야. 할아버지랑 아빠랑 어른들이 마시는 술."
"그리고 파전은 파로 만드는 부침개고. 비올 때 파전에 막걸리를 마시면 정말 맛있거든."
뭘 알았다는 건지 '아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비 오는 날의 막걸리 맛도 모르면서.
아무튼 비 오는 날의 하원길은 심난 그 자체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까꿍이가 고모인 나를 자꾸 때리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했다.
"까꿍아! 까꿍이가 차 안에서 가만히 앉아 있고, 누나나 할머니, 고모 때리는 것만 안 하면 좋을 거 같아. 그러면 까꿍이는 진짜 최고 멋진 아이일 것 같아."
아랑곳하지 않고, 앞뒤로 좌우로 움직이느라 정신이 없다.
"까꿍!!! 정말!! 고모가 이놈! 한다!!"
나의 그 말에 까꿍이가 반응을 했다.
"고모! 미워! 고모는 잔소리쟁이얏!!!"
나는 속으로 말한다.
'나도 너! 밉다!!!'
'꼴통! 꼴통! 너 같은 조카 한 명만 더 생겨도 고모는 고모 못 하겠다!!'
하지만 난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