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잘 지내시죠?
꼬마라는 이름을 괜히 붙이고 싶을 만큼 작디 작은 나무 밑에 모신 것을 문득 떠올리니
잘 지내시냐는 안부 인사도 머뭇거리게 되네요.
결승선 앞에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채찍질 하듯이 급하게 발걸음을 떼신 뒤로
많은 시간이 지난 것도 아닌데 참 유난스럽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일들이 있었고 제 마음은 어땠는지 전부 말씀드리고 싶은데,
귀가 먹어버렸고 눈 앞이 캄캄해져버려서 병신이 돼버렸다는
할머니의 비명 섞인 울음이 떠올라 입술을 미처 떼지 못합니다.
모든 기억이 흐린 어린 날에 나눴던 대화가 생각납니다.
죽어서도 저희의 성공과 건강을 위해 곁에 있어주시겠다는 말과
죽으면 귀신이실 텐데, 귀신은 무서우니 따뜻하게 나타나달라는 저의 철없던 말이 오가던 그 대화가
어쩐지 햇볕처럼 느껴집니다.
제게 주문처럼 외워주던 기대들이 마법이 되게끔, 그저 언어로만 남지 않게
열심히 그리고 잘 살겠습니다.
여태 저희를 위해 사셨으니, 이젠 정말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