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 가면 2

강화포도책방

by 아직 때때로






’26.2.3
立春, 하루 전

ㅡ 달력보다 몸이 먼저 계절을 안다. 결국 한파도 보름을 넘기지 못하고 차츰 수그러든다. 카톡에 올라오는 짧은 문장 하나, “새날, 새아침.” 그 인사가 하루의 날씨와 마음을 대신한다.


ㅡ 포도책방의 시작은 사람보다 이름이 먼저 도착한다.

프리책방, 미감, 잔별, 작은 숲 結(결), 들콩책방, 수자랑, 지성이네, 이루어지는 책방, 장선생의 서재, 산책, 틈새서재, 정남이네, 소금간장, 재재서재, 시큐엘, 고구마, 강화 여성의 전화, 현이 훈이, 강화 무지개, 우羽, 써니, 오늘도 좋은 날, 김쌤과 최박사, 자람, 단과 단미의 비무장지대, 하늘이네, 금강산봄, 마음 나비, 소지안네 가게, 꿈틀, 평화나눔, 쑥, 두두, 여름향기, 시벽 새별, 청란, 욘나 욘나, 배움과 나눔, 콩돌밤돌서점, 낭독책방 수심정기, 세하, 이토록 멋진, 꿈방 글숲, 지적유희, 이야기 할머니, 평화의 말, 흙이랑 방앗간, 도자기랑 정듬, 작은 나무, 시골 실가게, 예효가, 브리티시 컬렉션, 랑랑, 비단길책방, 자민책방, 다락책방, 감각지기, 글밥책방, 하늘타리, 라온, 보더북, 또자네 이야기방, 감자껍질파이, 마고공방, 무중력 정거장, 혜윰터, 리안이네 책방, 연분이네 책방, 메멘토, 공존, 마리 꼴라주, 미니북스, 버니의 책방, Art Zen, 산, 유아, 결슬비, 가람, May월, 꼰대의 뜨개방, 앓아야 안다, 바다숲, 단칸책방 오복, 스텔라의 바다, 하하하책방, 서울우유, 봄예찬, 부엉들, 유찬이네, 방울이, 인생은 짧다, 목수책방, 에디토리얼, 오색딱따구리, 나무, 림림 앤 제시카, 추억향기, 시선–강화와 그림, 하늘책방, 반딧별, 바카, 필남책방, 축복누리, 에피쿠로스의 정원, 아톰, 다니상회, 도토리, 물나무, 묘오미, 연희책방, 그림책 이모네, 리보니트, 용기와 사랑, 오늘, 강화도, 잔잔한 호수, 온마음책방, 연희&성희, 구석책방, 하루책방, 나무야 놀자, 바다의 별, 달그락, 하니네, 소소한 인생, 엄마의 정원, 따따네 책방, 경애 보자기 아트, 생사의 서가, 큰 나무 청년, 하늘 보기, 민화가게, 플로라, 신나는 책 놀이터, 가지 출판사, 혜화 1117, 풍경소리, 보라토끼, 호두 언니네, 희록서점, 만덕이네, 이후책방, 많이 와주면 좋은 책방, 역사책 모임, 논물, 이유의 미지, 전천당, 톤즈공방, 고인돌공방, 안녕, 오늘, 사라스와띠의 타로연구소, 삼락구락부, 포도 한줌(Grape Pocket), 간절한 마음으로, 보리心 쑥쑥, 강화 백북스, 밝은 곳에 서 있는 아이, 오르빌의 숲, 혜감, 이야기 상점…

모든 분들을
다 적지 못한 것과 오·탈자는 여전히 배움 중인 나의 무식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지기들의 정겨운 별칭은 자판을 얼마나 정확히 두드렸는지와 무관하게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의 빛을 낸다는 사실이다. 이럴 때면 예전 카톡을 뒤적이며 복사하는 일보다, 얼굴과 목소리를 기억하는 관계가 훨씬 믿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ㅡ 입춘 무렵이 되면 아이들이 잦아진다.
방학, 졸업, 예비소집을 마치고 들른 가족, 중.고학생들, 혼자 들어와 서성이다 형용사 사전을 집어 드는 아이. ‘청소년 책 사줄게!’ 프로그램 덕분에 아이들은 계산대를 의식하지 않고 책을 고른다. 책값보다 오래 남는 것은 코코아를 젓는 소리, 사탕을 하나 더 챙겨주는 어른의 손, 책을 품에 안고 나갈 때의 어색한 웃음...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은 여기서 이렇게 바뀐다.

“아이 하나가
마을을 묶는다”” ㅡ


ㅡ 책방지기들은 책장 사이에서 모인다.
회의실도, 정해진 안건도 없다. 25 매듭과 26 이음, 대화의 식탁, 사람도서관에 대한 상상, ‘잠시섬’ 여행자들의 오고 감, 한방방향제 만들기, 보자기아트, 도예체험, 독서모임, AI까지… 이곳의 함께는 늘 미완에서 완성으로 간다. 기획보다 필요가 먼저 생기고, 끝나기 전에 다음 이야기가 시작된다. 프로그램이라는 말은 다소 거창하지만, 실은 같이 있다 보니 생겨난 이름들에 가깝다.


ㅡ 책방 안의 물건들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당근에서 데려온 낯선 책장은 천과 목도리를 두르고 나서야 제자리를 찾았고, 다시 나눔인 줄 알고 사라졌다가 돌아온 이곳의 물건들은 한 번씩 자리를 옮기며 관계가 된다. 사소한 물건 하나만 놓여도 아이들은 금세 책방의 날씨를 바꾼다. 그 순간 책방은 책보다 생기가 많은 장소가 된다.


ㅡ 이 모든 풍경은 기록으로 남는다.
SNS에는 하루의 조각들이 쌓이고, 지역 기사에는 ‘강화의 책방’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이 소개된다. 하지만 가장 오래 남는 기록은 글이 아니다. 다 읽고 다시 데려온 책, 아무것도 사지 못했다며 미안해하던 얼굴, “다음에 또 올게요”라는 약속. 그런 장면들이 책방을 살아 있게 만든다.


ㅡ 봄을 앞둔
아직은 바람이 차지만, 이곳에서는 계절보다 먼저 사람이 풀린다. 책이 사람에게 가고, 사람은 다시 책을 데려온다. 여러 모임과 지기들의 손길이 겹치며, 하나의 장소를 넘어 마을의 리듬이 된다. 그래서 오늘도 책방은 문을 연다. 입춘은 달력에 있고, 봄은 벌써 문 앞에서 신발을 벗고 있다.

오늘
새날, 새 하루
입춘 하루 전




물러가는
이들의 소리가 들린다
그르렁 ㅡ

낡은 겨울
많은 것들이
호흡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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