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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선생 Nov 22. 2022

草선생

하루, 소중하게 보내드릴께요


통삼겹을 무쇠 팬에 넣고

물, 소주, 된장, 마늘,

대파, 월계수 잎사귀 넣어

바닥이 졸아 붙어

약간 태워질 듯할 즈음

수육은

고소한 냄새로 마무리된다


오후 3시,

삼겹살 한 점과 탁주

그런대로 행복하다


사이 사이 파스타 돈까스

피자 주문에 맞추어

팬에 넣고, 젓고, 튀기고,

가지런히 접시에

차려내는 일도

이제는 내가 먹을 것과

동시에 할 만하다


물 닿는 설거지,

짜증 날 때도 있으나

오후가 되면 그런대로 견딜 만하다


세상 일에 순서가 있고,

시간이 필요하며,

요령이 붙되,

솔직하고 순수한 마음이

먼저라는 이치는

어느 곳에서나 불변이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더할 나위 없는 안정

노동, 행위의 예술

벗나무 이파리 떨어진 

언덕에 앉아

그대 기다려본다


희미해진 날,  

산불처럼 허망한

어찌할 수 없는 시간

고엽, 이브몽탕 노래를 듣는다


프랑스의 작곡가 조제프 코스마(Joseph Kosma)가 1945년에 초연된 롤랑 프티발레 작품 《랑데부 Le Rendez-Vous》를 위해 만든 곡,

시인 자크 프레베르(Jacques Prevert) 작사

1946년 이브 몽탕(Yves Montand)이 영화 《밤의 문 (Les portes de la nuit)》에서 처음 불렀다


낙엽을 긁어모아도

북풍이

싸늘한 망각의 어둠속으로

몰아가 버리네.

추억과 회한도

저 낙엽과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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