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301
3월이다. 이 시리즈는 오래전부터 쓰고, 아니 써두고 싶었다.
언젠가 이 태국 삶이 갑자기 끝나버리면
‘그래… 그동안 잘 지냈어. 감사했다. 잘 있다가 가.’
그런 마음으로 떠나고 싶어서...
그런데 벌써 나중에 꺼내 볼 때 너무 그리워서 슬퍼질까 봐 두렵다.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마음으로 '좋아했던'이라고 적는다. 생각나는 대로, 알아차리는 대로 단상을 기록해보려 한다.
지극히 주관적이며 꼭 태국이라서가 아니라 해외라서 좋은 이유일 수도 있다. 나에겐 그게 곧 태국이기에.
그래도 아마 제일 좋아하는 이유는 ’ 날씨‘인 것 같다. 얼마 전까지는 20도까지 내려가 바람만 불면 일상이 여행 같고 설렜다. 기온이 20도 아래로 내려가면 태국 사람들은 춥다고 난리고 어느 지역에서는 동사했다고 뉴스가 나오기도 한다. 이 나라 사람들은 몸이 이 기후에 맞춰져 있겠지. 모든 동, 식물이 그렇듯 인간도 각자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신기하다.
곧 4월은 일 년 중 가장 더운 달이고 송크란(태국의 설날) 에는 물축제를 한다.
아침에 빨래를 돌려 베란다에 널으면 반나절 지나 수건과자가 바삭해진다.
거실은 베란다랑 문을 양쪽으로 열어놓으면 맞바람이 살랑살랑 든다.
햇빛이 넘쳐서 좋다.
구겨진 무언가가 다 펴지고, 소독이 되는 느낌이다.
비가 오면 그거대로 좋다.
추운 날 비가 와서 추적하고 음울한 느낌이 아니다.
울창한 열대식물에 한바탕 물을 주고는 금방 해가 따뜻하게 내리쬔다. 식물들이 촉촉한 걸 보고 있으면 생명력이 느껴진다. 물론 이것은 그날 나의 기분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지금은 태국이 다 좋아서 그렇겠지만 처음엔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2017년 9월 S가 먼저 태국으로 넘어오고, 나는 실업급여 문제로 남았다가 잠시 태국에 왔다.
공항에서 집에 가는 데 홍수로 물이 허리까지 차고 거리가 차단되어 근처 호텔 로비에서 밤을 새웠다.
그 날씨를 시작으로 모든 게 안 좋게만 보였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공항에서 울며 불며 아무래도 태국에 살아 보기로 한 건 잘못한 거 같다고 돌아가자고 떼를 썼고 마음을 심하게 앓았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 끝내는 태국에 들어왔기 때문에 나는 내 인생에서 치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치유해서 온 것이 아니라 와서 알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성찰 없이 살아왔는지……
태국에 오지 않았더라면 어쩔 뻔했을까 싶을 정도로 감사하고 5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모지라게 사랑하며, 언제까지가 될지 모르겠지만 소중하게 있다가 돌아가고 싶다.
하여간에 한국에 간다고 하면 가장 먼저 드는 걱정이 추워서 어떻게 살지 싶다. 이건 겨울이 그리운 것과는 별개의 문제니까. 인간이 생각보다 단순하게도 얼마 더 벌 수 있을까? 하는 문제보다 음식, 기후 등의 환경요소가 서식지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