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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욱 Jun 01. 2023

네모난 바퀴의 자전거는 앞으로 갈 수 있을까

미쳤네. 그게 되겠냐?

(출처: Ten Mile Square, StaffDx)

동그란 바퀴는 무거운 짐을 고도 은 에너지를 사용해 이동할 수 있으므로 인류사를 바꾼 발명이라 알려져 있다. 동그란 바퀴는 아주 오랫동안 널리 사용되었으므로 바퀴가 동그랗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다.


반면 네모난 바퀴(Square Wheels)는 몰상식이자 비효율과 미련함의 상징이다. 동그란 바퀴를 쓰면 편하게 일할 수 있음에도 바쁘다며 동그란 바퀴 대신 네모난 바퀴를 고집하며 무식하게 굴리는 사람들은 생각 없이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사람들로 비친다.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네모난 바퀴가 앞으로 잘 갈 수 있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경험적으로 네모난 바퀴를 본 적도 없고 일단 바퀴가 네모나면 둥그런 바퀴 같지 않아 굴러가지도 않는다. 막대한 힘을 주어서 어떻게 굴리기 시작했다 하더라도 네모난 바퀴는 아래 그림처럼 덜컹덜컹 거리며 불안정하게 나아간다.


(출처: EBS Math)


수학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은 정말로 네모난 바퀴를 굴리고 싶다면 현수선과 미분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는 네모난 바퀴 전용 길이라고 불리는 복잡하게 계산되고 특별히 설계올록볼록한 길에서만 네모난 바퀴가 나아가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실제로 복잡한 수학적 계산으로 만들어진 네모난 바퀴 전용 길 위에서 네모난 바퀴는 잘 굴러간다. 수학적으로 뛰어난 설명이며 수학적으로 아주 맞는 말이다.


(출처: EBS Math)


그런데 굳이 현수선이나 미분 같은 어려운 개념을 알지 못하더라도, 울퉁불퉁하게 특별히 제작된 도로가 아니라 평평한 일반 도로 위더라도 일반적인 사람들의 통념과는 달리 네모난 바퀴가 충분히 앞으로 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상이 공개됐다.


되는데요?

출처 : Youtube 채널 The Q (https://www.youtube.com/watch?v=hKyNqc1p2iw)


분명 네모난 바퀴인데도 이 바퀴는 일반 도로에서 앞으로 잘 나아간다. 어마어마한 힘을 가해 네모난 바퀴를 억지로 쿵쾅거리며 굴리는 것이 아니다. 네모난 바퀴만을 위해 특별제작된 도로에서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이 네모난 바퀴는 탱크바퀴가 굴러가는 캐터필러 궤도 원리와 비슷하게 무빙벨트 형식으로 만들어 일반 도로에서도 아주 부드럽게 나아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바퀴가 네모나면서도, 쿵쾅거리지 않고, 일반 도로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었다. 다만 우리는 현실적으로 '되겠냐'는 시야에 머물러 있었으므로 네모난 바퀴가 앞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상상해보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이 유튜버는 네모난 바퀴로 만든 자전거가 앞으로 가기 위해 프레임도 새로 만들어야 했고 네모난 바퀴에 맞게 고무 또한 자체 제작을 해야만 했다. 네모난 바퀴는 원형 바퀴보다 더 큰 힘을 주어야 나아가는 것도 사실이며, 네모난 바퀴 자전거를 만들고 운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유튜버가 굳이 네모난 바퀴를 만든 이유는 효율 때문이 아니다. 효율을 따진다면 굳이 멀쩡한 둥근 바퀴를 두고 네모난 바퀴를 만들 필요는 없다. 이 유튜버는 사람들이 '네모난 바퀴라고? 미쳤네, 되겠냐?'는 질문에 '되는데요?'를 보여주기 위해 이 네모난 바퀴를 만들었다.

(출처:Youtube채널 The Q)

네모난 바퀴는 우리의 상식을 뒤흔든다. 그동안 우리가 별다른 고민도 하지 않고 너무도 당연하게 안 된다고 생각했던 네모난 바퀴도 앞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었다. 다만 우리는 현실적으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생각한다는 말 뒤에서 상상력을 스스로 제약해 왔을 뿐이다. 


네모난 바퀴로도 앞으로 갈 수 있다는 상상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앞으로 나아가는 네모난 바퀴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어야 네모난 바퀴와 둥그런 바퀴를 넘어 그다음 무언가도 상상할 수 있다. 약 1개월 전 공개된 이 영상은 지금까지 907만 뷰나 나왔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놀라운 시도에 영감을 받았다.


그러니 그의 실험정신을 그저 단순히 신기하긴 하지만 비효율적인 장난이라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네모난 바퀴를 굴리는 삶

(출처:Youtube채널 The Q)

네모난 바퀴를 보고 누군가는 여전히 알은체를 할 수 있다. 엄밀히 보면 사각형이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원형이라거나, 아무래도 각이 져있어 언덕 같은 곳에서는 잘 굴러가지 않을 것이라거나, 저렇게 굴리면 기어의 수명이 어떻다거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말을 덧붙일 수 있다. 아마도 처음 네모난 바퀴를 듣고 현수선과 미분을 떠올린 누군가처럼 그들의 말은 모두 공학적으로 아주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공학적으로 맞는 말을 똑똑하게 덧붙이는 것보다 언뜻 보기에 비효율적이라고 보일지모르는 시도를 하고 네모난 바퀴가 앞으로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때도 있다. 누군가 똑똑하게 "으휴 저렇게 비효율적으로 하다 망하지"소리를 지라도, 그러다 진짜로 망해서 손가락만 빨고 살더라도 누군가는 우직하게 본인이 믿는 바를 실천하며 '되는데요?'를 증명해 보이는 것도 의미 있을 수 있다. 사실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으며 그런 사람들에게서 매력을 느낀다.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그의 유명한 연설 "경기장의 투사(The Man in the Arena)"에서 진정으로 인정을 받아야 할 사람은 관객석에 앉아서 뭐가 어쩧다 저떻다 평하는 비평가가 아니라 경기장에 나선 투사라고 말한 바 있다. 나는 그의 말에 아주 동감한다.


(출처 : Unsplash)
중요한 사람은 비평가가 아니다. 뭐가 문제였고, 어떻게 했어야 하는지 지적하는 사람이 아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사람은 경기장의 투사다. 실제로 경기장에 나가 얼굴이 먼지와 땀 그리고 피로 범벅이 되도록 용감하게 싸운 사람, 값진 대의에 자신을 바치는 사람의 몫이다. (...) 설령 실패하는 최악의 경우라도 최소한 과감히 도전하다 실패했으므로 승리도 패배도 모르는 냉소하고 소심한 영혼들은 결코 그를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It is not the critic who counts; not the man who points out how the strong man stumbles, or where the doer of deeds could have done them better. The credit belongs to the man who is actually in the arena, whose face is marred by dust and sweat and blood; who strives valiantly; who errs, who comes short again and again (...) , and who at the worst, if he fails, at least he fails while daring greatly, so that his place shall never be with those cold and timid souls who knew neither victory nor defeat.


물론 이런 호기로운 도전은 항상 승리의 영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경기장에 선다고 모두가 챔피언이 될 수는 없다. 경기가 끝난 뒤 흙을 잔뜩 뒤집어쓰고 피범벅이 되고도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경기장에 나서고 싶다. 깨지더라도 일단은 내 멋대로 덤벼 보는 것이 나의 방식이라 믿기 때문이다. 멀찌기서 승부를 지켜보기만 하는 사람보다 나를 내던지며 덤비는 사람 삶에 대한 더 깊은 배움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네모난 바퀴를 보고 그저 되겠냐고 말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사람만이 더 나은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를 내던져서 결국 무엇을 얻어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지금까지의 나는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으며, 그게 나의 방식이라 믿는다. 언제나처럼 이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가보기로 한다.


어차피 길은 가면서 만들어지니까


https://youtu.be/hKyNqc1p2iw

https://gizmodo.com/square-wheeled-bicycle-bike-pedal-tank-wheels-the-q-1850332349

https://www.ebsmath.co.kr/resource/rscView?cate=10609&cate2=10633&cate3=10657&rscTpDscd=RTP10&grdCd=EGRD04&sno=28435&type=S&historyYn=stu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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