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혀두었던 글을 꺼냅니다. 작성일 : 24년 8월 15일]
8년 전, '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며 시작한 우리들마트가 이제는 '이렇게 된 이상 마트에서 나온다'며 문을 닫습니다.
마트 하나로 제 인생이 이렇게 바뀔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회사 책상에서 엑셀만 하던 삶을 벗어나 진짜 세상의 맛, 마트의 맛을 봤습니다. 비슷한 환경의 비슷한 사람들로 둘러쌓인 세계를 벗어나, 훨씬 더 다양한 환경에서 훨씬더 다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그 과정이 때로는 낯설기도, 좌절스럽기도, 또 때로는 아주 기쁘기도 했습니다.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의 끝에서 글도 쓰기 시작했고, 그 글이 브런치북프로젝트 대상을 안겨주기도 했고, 책으로 엮여지기까지 했습니다. 마트 덕분에 이제는 로컬 브랜드인 더쌀063을 만들고 장가도 갔고 사랑스러운 아들도 생겼습니다. 이 모든 것이 마트를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마트를 운영하는 동안 가장 잊을 수 없는 경험은 특히 책을 출간한 순간이었습니다. '언젠가는 내 이름 박힌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이룬 것도 기뻤지만, 출간 덕분에 많은 기회를 얻게 되었고, 훌륭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책 출간 전의 나와 출간 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나는 더 넓은 시야와 깊은 이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마트가 내게 남겨준 가장 큰 선물 중 하나입니다.
또 하나 잊지 못할 일은 '고사리희망장터'입니다. 마트를 하면서 기획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게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매출 규모가 큰 가게는 되지 못할지 몰라도, 동네에서 가장 사랑받는 가게는 할 수 있다고 믿었고, 또 그렇게 되고 싶었어요.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로컬 커뮤니티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십시일반 프로젝트였고, 고사리희망장터는 그 결과이었습니다. 아동복지센터에 기부된 과일을 사용해 아이들이 만든 물건을 장터에서 팔고, 그 수익을 지역 어르신들에게 기부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개인적인 한계로 인해 지속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우리들마트를 운영하는 일은 단순히 돈을 벌어내는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돈만 보고 시작했지만, 점차 우리를 사랑해주시는 고객분들과의 관계, 지역커뮤니티에 기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트를 닫으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분들에게 더 잘했어야 했는데, 마트를 하면서 항상 나를 몰아붙이느라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여유가 없었기에 오히려 잘해야 할 사람들에게 잘하지 못한 것 같아 후회가 큽니다. 이별의 순간, 그 점이 가장 아쉽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 덕분에 8년 동안 행복했습니다.
이제는 또 새로운 챕터가 시작됩니다. 마트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더 넓은 세상에서 더 큰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마트에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동네를 벗어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더 큰 무대에서 더 효과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응원도 많이 해주세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