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산 원목가구

To make it better bro

by 멧별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노벨 문학상 후보에 거론된 사실이 최근까지 있었다. 그의 소설을 매우 재미나게 읽었던 때가 있었다. 일면 재미나게 읽었다기 보다는 도대체 등장인물들이 가진 메타퍼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의 연속이었다고 해야 더 맞을 것이다. 남자나 여자가 등장하고, 남녀가 등장했다가, 양의 탈을 뒤집어 쓴 남자가 등장하고, 시간 저편 어딘가로 가버린 여자가 등장한다. 인물들의 이름도 특이해서 ‘아오마메(푸른 콩)’이라든가, 빨강/파랑/하양/검정의 뜻이 들어간 친구들 이름 사이에서 유일하게 색깔이 없는 이름을 가진 이라든가. 여하튼 흥미로움에는 이견이 없으나 노벨상과 연결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 내 의견이다.


그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은 일본말로 ‘노르웨이노 모리’다. 일본에서 비틀즈의 ‘Norwegian Wood’를 발매할 때 그렇게 타이틀을 매겼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일본사람들은 발리우드 영화에서 들릴듯 한 인도 악기 시타르의 전주로 비틀즈의 이 노래가 시작되면 ‘노르웨이의 숲’이 그려진다는 뜻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일본사람이라 소설에서 주인공들이 공유하는 이 노래를 그렇게 적고 책 제목으로 삼았다. 나무 목 3개가 합쳐진 빽빽할 삼(森)자가 삼각관계를 뜻한다고 누군가 심오하게 풀어놓은 것도 봤다. 여기에 한국에서는 또다른 변이가 발생했으니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상실의 시대’이다. 영화 제목이면서 소설 제목으로 그렇게 소개된 것이다. 비틀즈의 노래 원제목이 ‘This Bird Has Flown’이라서 상실인지, 소설 속 인물이 죽기 때문에 상실인지, 흥행을 위해 사랑의 비애를 담아 멋지게 지어 본 것인지 그 제목을 뽑은 사람에게 여전히 꼭 물어보고 싶다.


노래 ‘Norwegian Wood’는 비틀즈의 성향중 하나인 약간의 시니컬함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남자가 어느 여자 방에 놀러갔더니 여자가 노르웨이 원목가구 멋지지 않냐고 말했는데 정작 의자는 없어서(노르웨이 가구는 의자가 짱인데) 대충 카페트 위에 앉아서 와인을 마시다 잠이 들고 일어나 보니 여자는 일하러 갔고 남자는 혼자서 일어나 그 멋진 노르웨이 원목가구에 복수로 불을 질렀다는 내용. 어둡게 살다가 어둡게 죽은 Eleanor Rigby의 이야기도 그런 시니컬한 성향이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에 Eleanor Rigby를 들은 건 ‘Yesterday’란 영화에서 였다. 비틀즈의 음악을 소재로 펼쳐지는 재미나는 이야기다. 나는 영국 영화가 좋다. 약간 검소해 보이는 영국인들의 일상이 좋고, 그들의 인생 사이에 항상 흐르는 유머가 좋고, 그들이 쓰는 특유의 영어 억양이 좋고, 딱 두 번 가본 적 있는 런던의 풍경들이 정겹다. 물론 그들은 한 때 다른 나라들을 힘으로 지배했던 이력을 가진 자들임도 기억하고 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비틀즈가 우리 귀에 익은 그렇게 많은 노래들을 만들었는지 실감하지 못 해왔다. 영화 한편에 노래들을 모아놓고 보니 정말 좋은 노래들을 많이 남긴 그룹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번개를 맞아서, 높은 데서 떨어져서, 감전이 되어서 초능력을 가지게 되거나, 성별이 바뀌거나 하는 류의 영화들은 많다. 하지만 이번 테마는 아주 신선하고 영화 말미의 설정도 매우 코믹하다. 한마디로 대박이다.


영화에서 이름이 Hey Dude로 바뀌어 버린 Hey Jude는 존 레논이 이혼을 앞두고 있을 때 폴 매카트니가 그의 어린 아들 줄리언(Jude) 레논을 위로하기 위해 지은 노래다. 줄리언 레논도 커서 가수가 된다. 몇년 전 어떤 자리에서 이 노래를 부른 적이 있다. 그 때 같이 있었던 베트남 형님은 특히 ‘to make it better’라는 대목을 좋아했다. 우리가 같이 하던 일이 그렇게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리라는 서로의 희망과 기대를 대변하는 것 같아 좋다고 했다.


비틀즈의 음악은 영원하다. 세월이 가도 변치않는 것은 거기에 담긴 가치가 살아 있기 때문이리라. 항상 처음 그 때와 똑같을 수는 없겠지만 오래 오래 갈 수 있는 가치가 내 주변에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만남과 인연을 만들고 이어가고 싶다. 형님이 보고 싶다. 우리는 또 만나 그 때처럼 Hey Jude를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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