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의 미학 3: 아트 산책 1

멈추어야 보이는 것들, 마음속 저장하기

by 리빙북

당신은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아니면 그 사람을 만나면서 알아가는 과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사람을 만났을 때 첫인상이란 것이 있다.

호감이 가는 사람. 한 번 더 바라보게 되는 사람.

노래나 음악을 들었을 때도 처음부터 귀와 마음을 잡는 노래가 있다.

그림을 보았을 때도 첫눈에 눈을 확 잡아 끄는 그림이 있다.

뉴욕 구겐하임을 방문했을 때 칸딘스키의 그림이 그랬고

네덜란드 빈센트 반 고흐 뮤지엄을 방문했을 때 '아몬드 나무'를 보았을 때도 그랬다.

렘브란트의 '야경꾼'도 그랬다.

모두 대가들의 작품들이었고 우리가 미술책에서 보았거나 또는 유명 화가의 그림이라는 선입관도 그 그림을 보는 내 시각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감안해도 확실히 눈을 끄는 그림들이었다.

예전에 암스테르담으로 출장을 갔을 때 미팅 전 오전에 잠깐 시간을 내어 렘브란트의 '야경꾼'을 다시 보러 갔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한 작품을 제대로 보자는 생각을 하였다.


한 시간을 미술관 바닥에 앉아서

그 그림만 쳐다보았다.

그날 박물관 견학을 온 네덜란드 초딩 꼬마들이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내 옆의 미술관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 초딩들과 나는 졸지에 '야경꾼'(Night Watch)을 같이 보는 관찰자( 'Watch of Night Watch') 동지가 되었다.

그림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나와 그 아이들이 마치 그 야경꾼 무리 속의 군중이라도 되는 양.

빛과 그림자의 대가라는 렘브란트의 명성을 그림 구석구석을 종으로 횡으로 흝으며 바라볼 수 있었다.

렘브란트는 그림들 속에 자신을 보일 듯 말 듯 그려 넣는 경우가 있는데

이 그림 속에도 자신을 그려 넣은 모습을 볼 수 있다.(빨간색 동그라미 속 작은 얼굴)

하얀 제복을 입은 사람에게 쏟아지는 빛은 어두운 배경과 대비되어 마치 그림 밑에서 앞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

오래전 사춘기 큰 아이를 데리고 유럽 여행 중 파리 루브르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수많은 관광객들 속에서 루브르의 공간이 주는 감동과 감격 그리고 그 안에 가득한 명화들이 집단으로 보여주는 아우라는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 차분히 모나리자를 가까이서 볼 수는 없었고 몇 시간 머무르는 동안 그 안에 있는 그림을 다 볼 수도 없었다.

인파 속에 밀려다니다 사람이 없는 공간에 비치된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가서 작가와 그림 제목을 보니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세례자 요한'이었다.

아무도 그 그림에 관심이 없는 듯 지나치고 있었다.

나는 그 그림 앞에서 옆에서 그리고 가만히 정면에 서서 바라보았다.

세례 요한 그도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관광객들에게 밀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숨은 보석을 나 홀로 발견한 느낌이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모나리자' 그림 쪽으로 몰려갔다 몰려 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지만 그 작가의 그림을 볼 때 한 그림이라도 좋으니 차분히 멈추어 서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마법같이 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누군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걸어올지도 모르고 내가 그 수천 년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많은 곳을 여행하고 많은 것을 보았다는 것을 게임하듯 경쟁하듯 SNS에 올리는데 집중한다.

때로는 휴대폰 카메라도 내려놓고 SNS 업로드도 내려놓고

우리가 본 것을 그대로 느끼고 가슴에 품는 연습도 필요할 것 같다.

SNS에 남기는 것보다 우리의 마음에, 가슴에 새겨질 추억과 느낌을 많이 간직하면 좋겠다.

그리 살면 좋겠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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