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의 미학 3: 아트산책 3 & 에필로그

삶과 죽음을 돌아보게 하는 테시마 미술관과 낯선 세상

by 리빙북

하늘을 향해 천장으로 난 두 개의 크고 작은 원.

하늘과 나무와 바람을 담고

하늘을 향해 열린 원안으로 비를 품어

바닥에 또 하나의 원을 이룬다.


바닥에서 솟아 나는 물방울들은 저마다의

모양과 시간 속에 머무르다 다른

물방울들과 만나 또 다른 형태의 물방울을 만든다.


흘러내려 합쳐진 물방울들은 흘러내리는 에너지와 합쳐진 형태의 질량의 에너지로 비가 내려 원을 이룬 큰 물로 흘러 들어가 그 형체를 잃고 큰 물과 하나가 된다.


특별한 전시 작품이 없는 테시마 미술관은 미술관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고 그 미술관 바닥에 아티스트가 설치한 다양한 구멍을 통해 물이 흘러나오며 다양한 형상을 이루며 흘러가는 모습과


비가 오는 날엔 미술관의 뚫린 지붕의 공간으로 쏟아지는 비와 함께 바닥의 구멍에서 흘러나온 물방울들이 또 다른 형상을 이루며 자연과 인간의 아트 상상력이 만나 세상에 없는 이곳만의 작품을 만든다.


일본 테시마 미술관(Teshima Art Museum 홈페이지)


작은 물방울로 태어나 바다로 흘러가 사라지기도 하고 다른 물방울을 만나

큰 형태의 물방울을 만들고 굵은 물줄기를 만들지만 그 물방울도 물줄기도

바다와 같은 원으로 흘러 들어가 사라진다.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주어지는 삶과 죽음,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뒤바뀌는 역사의 흐름이 영화처럼 오버랩된다.


화가인 지인의 아내가 얼마 전 이 장소를 방문하고 울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기에 와 보니 그 울음의 의미를 알 것 같다.


휴대폰도 카메라도 모두 허용되지 않는 이 공간에서 한 시간 반을 머물렀다.


하늘을 향한 원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며 앉기도 서기도

눕기도 하며 명상 같은 시간을 가졌다.


작은 물방울들은 힘도 에너지도 없어

바다로 흘러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큰 물방울들은 에너지가 넘쳐

다른 작은 물방울들을 흡수하면서

그 몸집을 키우고 굵고 힘찬 물줄기를 만들어 더 빨리 바다를 향해 흘러

더 빠르게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삶과 역사의 아이러니를 자연과 하나가 된 이 작품에서 눈으로 그 실체를 보게 된다.


원의 천장에서 반원을 그리듯이 드리워진

줄 하나.


빛에 반사되어 화이트와 블랙의 체인처럼 이어지고 바람에 따라 움직이며 볼 수 없는 바람을 눈으로 보게 한다.


비가 내려 바닥에 큰 물의 바다를 만들고 다시 바닥으로 흡수되어 또 다른 물방울을

만들어 내고 그 물방울들은 다시 바다로 그리고 또 태양과 바람의 힘으로 다시 솟아 구름과 비를 만든다.


이 미술관에 와서

서도호의 카르마란 작품이 떠올랐다.

카르마(서도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모든 것이 연결되어 흐르고 사라지고 다시 흐르다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삶과 죽음.


덧붙일 말과 글이 없는 테시마의 미술관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흐르고 있다.


사진으로 글로 설명할 길 없는 이 미술관은 그 자체로 우리 삶이다.


테시마 미술관 앞 바다를 향해 흐드러지게 핀 노란 야생화를 바라보며,

예술이 삶에 던지는 질문을 생각해 본다.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본다.


계획하여 이 땅에 온 삶이 아니고 주어진 삶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어머니의 자궁을 떠나면서 낯선 세계로 들어선다


우리는 그 낯선 곳에서 맺은 가족, 친구, 동료들과의 관계를 통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자연도 인간도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 가느냐에 따라 우리 삶은 달라질 것이다.


낯섦이 두려움이 아닌 또 다른 세상으로의 관계 맺기라는 생각을 하며 이제 낯섦의 미학 여행의 1막을 내리고자 한다.


오늘도 또 다른 낯선 공기와 바람을 맞으며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보고자 한다.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