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을 돌아보게 하는 테시마 미술관과 낯선 세상
하늘을 향해 천장으로 난 두 개의 크고 작은 원.
하늘과 나무와 바람을 담고
하늘을 향해 열린 원안으로 비를 품어
바닥에 또 하나의 원을 이룬다.
바닥에서 솟아 나는 물방울들은 저마다의
모양과 시간 속에 머무르다 다른
물방울들과 만나 또 다른 형태의 물방울을 만든다.
흘러내려 합쳐진 물방울들은 흘러내리는 에너지와 합쳐진 형태의 질량의 에너지로 비가 내려 원을 이룬 큰 물로 흘러 들어가 그 형체를 잃고 큰 물과 하나가 된다.
특별한 전시 작품이 없는 테시마 미술관은 미술관 공간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고 그 미술관 바닥에 아티스트가 설치한 다양한 구멍을 통해 물이 흘러나오며 다양한 형상을 이루며 흘러가는 모습과
비가 오는 날엔 미술관의 뚫린 지붕의 공간으로 쏟아지는 비와 함께 바닥의 구멍에서 흘러나온 물방울들이 또 다른 형상을 이루며 자연과 인간의 아트 상상력이 만나 세상에 없는 이곳만의 작품을 만든다.
작은 물방울로 태어나 바다로 흘러가 사라지기도 하고 다른 물방울을 만나
큰 형태의 물방울을 만들고 굵은 물줄기를 만들지만 그 물방울도 물줄기도
바다와 같은 원으로 흘러 들어가 사라진다.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주어지는 삶과 죽음, 흥망성쇠를 거듭하며 뒤바뀌는 역사의 흐름이 영화처럼 오버랩된다.
화가인 지인의 아내가 얼마 전 이 장소를 방문하고 울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기에 와 보니 그 울음의 의미를 알 것 같다.
휴대폰도 카메라도 모두 허용되지 않는 이 공간에서 한 시간 반을 머물렀다.
하늘을 향한 원을 중심으로 시계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며 앉기도 서기도
눕기도 하며 명상 같은 시간을 가졌다.
작은 물방울들은 힘도 에너지도 없어
바다로 흘러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큰 물방울들은 에너지가 넘쳐
다른 작은 물방울들을 흡수하면서
그 몸집을 키우고 굵고 힘찬 물줄기를 만들어 더 빨리 바다를 향해 흘러
더 빠르게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삶과 역사의 아이러니를 자연과 하나가 된 이 작품에서 눈으로 그 실체를 보게 된다.
원의 천장에서 반원을 그리듯이 드리워진
줄 하나.
빛에 반사되어 화이트와 블랙의 체인처럼 이어지고 바람에 따라 움직이며 볼 수 없는 바람을 눈으로 보게 한다.
비가 내려 바닥에 큰 물의 바다를 만들고 다시 바닥으로 흡수되어 또 다른 물방울을
만들어 내고 그 물방울들은 다시 바다로 그리고 또 태양과 바람의 힘으로 다시 솟아 구름과 비를 만든다.
이 미술관에 와서
서도호의 카르마란 작품이 떠올랐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흐르고 사라지고 다시 흐르다 사라지고를 반복하는 삶과 죽음.
덧붙일 말과 글이 없는 테시마의 미술관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흐르고 있다.
사진으로 글로 설명할 길 없는 이 미술관은 그 자체로 우리 삶이다.
테시마 미술관 앞 바다를 향해 흐드러지게 핀 노란 야생화를 바라보며,
예술이 삶에 던지는 질문을 생각해 본다.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본다.
계획하여 이 땅에 온 삶이 아니고 주어진 삶이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어머니의 자궁을 떠나면서 낯선 세계로 들어선다
우리는 그 낯선 곳에서 맺은 가족, 친구, 동료들과의 관계를 통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자연도 인간도 우리가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 가느냐에 따라 우리 삶은 달라질 것이다.
낯섦이 두려움이 아닌 또 다른 세상으로의 관계 맺기라는 생각을 하며 이제 낯섦의 미학 여행의 1막을 내리고자 한다.
오늘도 또 다른 낯선 공기와 바람을 맞으며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떠나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