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난, 기억이 되어버린 하루

아름다웠기에 더 눈물 나는 순간들

by sook

햇살이 조용히 스며든 오후.

어제 내린 비는 그쳤지만,

공기엔 아직 촉촉한 여운이 남아 있다.


무심코 켜둔 라디오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흘러나왔다.


익숙한 멜로디였지만

오늘따라 가삿말 하나하나가 마음을 두드렸다.


“너에게 난, 해질 무렵 노을처럼 / 한 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나는 지금 폐암 4기라는 진단을 받고

표적항암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시간은 여전히 흐르고,

사람들도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그 속에서 나는,

가끔 아주 조용히,

죽음을 생각하게 된다.


두려움은 ‘끝’ 그 자체보다

남은 날들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버릴까 봐 드는 감정이다.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그저 스쳐 지나가는 하루가 될까 봐—

그게 가장 두렵다.


그래서 요즘은

하루하루를 더 천천히,

더 깊이 바라보려 한다.


좋은 햇살,

한 곡의 음악,

창밖을 스치는 바람에도

마음을 기울이며 살고 있다.


“너에게 난, 초록의 슬픔이 되고 / 싶던 바람이었지…”


그 가사처럼,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

조용히 스며드는 바람이 되고 싶다.


언젠가,

내가 지나간 시간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잘 살아낸 것이라 믿고 싶다.


오늘도

나는 그런 하루를 살아냈다.



한 곡의 노래가 데려온 잊고 있던 감정.

치료의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

그 하루하루가 얼마나 귀한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들.




#너에게난나에게넌 #삶의기록 #투병일기 #폐암4기 #감성에세이 #음악이주는위로 #하루의소중함 #브런치글쓰기 #기억이되는사람 #오늘을살아낸다


작가의 이전글잘 풀릴 징조는, 언제나 조금 거칠게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