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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jin Aug 16. 2023

Angel 이라 불리던 아이...

2023/08/16

 요즘 "왕의 DNA"를 가진 아이를 가진 모 공무원 때문에 한국이 떠들썩하다. 

 

 어느 아이가 소중하지 않을까, 부모에게 내 아이는 전부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그들도 그렇다. 하지만 나의 아이도 너도 아이도 그들의 아이도 모두에게 소중하다. 그 아이가 아기일 때도, 성인일 때도, 호호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도,  누군가의 소중한 아이이다.

 


 요즘 조그만 반성의자에 앉아 있던 그 아이가 자주 생각난다. 엔젤이라던 그 아이. 

 

 한국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는 국제 학교 부설 유치원으로 옮기게 되었고,  그곳에 같은 유치원에 다니던 한국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첫 등원을 하던 날, 남편이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고 어이없어하며 퇴근을 했다. 그 아이의 아버지에게서 온 친절하고 예의 바른 영어로 된 메시지 (그전 유치원 학예회 때 주고받은 명함에 적힌 번호로 연락이 왔다).

 

 요지는 이랬다.

 - 자기 아이가 미리 국제학교 유치원으로 옮겼는데, 너의 아이가 오늘 새로 등원했다고 들었다. 같은 반이라더라. 그런데 자기 아이도 그렇고 너의 아이도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아이 둘이 붙어 있으니, 영어가 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두 아이를 위해서(for two angels) 새로온 너의 아이가 다른 반으로 가는 것이 어떠니?  -


반은 두 반이었고, 우리는 한국 아이와 붙여 달라고 하지 않았고, 학교에서 정해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 아이는 영어가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사람은 두 아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Two angels"이라고 썼다.  텃세 부리는 건가? 싶은 마음에 나는 발끈해서, 그 메시지를 복사해서 동네 그룹챗에 올려 버렸고 학교에 바로 연락을 해서 모모의 아버지가 우리 아이보고 다른 반으로 가야고 한다는데 정말 그래야 하는 거냐며 물어봤다. 학교에선 이미 정해진 일이고 그런 문제가 있다면 그쪽에서 연락을 했을 텐데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조심스럽게 아이반을 옮기길 원하냐고 물었다.

 우리는 그런 건 생각하지도 않았고, 아이가 새로 옮긴 곳에서 적응을 잘하기만을 원한다고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이 당황스러울 뿐이라는 의견만 전달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믈론 그 아이의 아버지가 원하는 데로 반을 옮기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도 어리석었다. 

 그 부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어야 했는데, 그 메시지를 동네 그룹챗에 올려버렸으니.....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고 어리석고 모자란 대처이다. 고작 4살쯤 된 아이의 영어 문제로 새로 온 아이에게 다른 반에게 가라고 연락을 한 그 아버지나, 그것이 기분 나쁘다고 그런 짓을 한 나나 똑같았다.  둘 다 욕을 먹어도 할 말은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그 집 아이는 일 년이 넘게 다니고 있었지만 영어가 힘든 상황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말문을 닫고 아이들과 어울리는데도 문제가 있었다. 난 혹시 나와 내 아이의 존재 때문에 그 부부가 학교에 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기존에 있던 학부모들에게 그 아이는 말 못 하는 사나운 아이였고,  일주일에 세 번은 부모가 학교에 가야 할 일이 있는 곳에서 엄마 아빠가 학교 행사에 오지 않는 아이였다. 

 자연스럽게  학교 행사에서 소외되고, 친구들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하는 아이였고, 처음엔 발끈해서 내 아이만 잘 챙기면 되지 했던 나는 같은 한국말을 쓰는 그 아이가 안쓰럽게 시작했다.  다른 집 아이에게 반을 옮기라 마라 이런 메시지나 보내며 정작 챙겨야 할 자기 아이는 교실에서 늘 혼자인걸 모르는지, 크리스마스 파티, 핼러윈 파티, 생스기빙데이 파티, 스프링 페스티벌 파티, 매스파티 등등..... 모든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있는 그 자리에 그 아이는 혼자였다.

 

 어느 하루는 중국 아이가 그 아이에게 "네 엄마 아빠만 안 왔지?"라고 놀렸고, 그 한국아이가 놀리는 중국 아이의 배를 발로 뻥 차버렸다. 선생님이 놀라 달려왔고, 중국 아이의 엄마는 왜 배를 때리냐며 그 아이를 혼냈고, 얼떨결에 옆에 있던 나는 서럽게 울던 그 아이를 안아줄 수밖에 없었다. 콧물 눈물을 흘리며 한국어로 " 왜? 왜?"라고 내 품에 안겨 우는 아이 등을 토닥거리며 달래면서 '괜찮아. 기분이 나빴지, 그래도 친구는 때리면 안 되니까 조금만 울다가 미안하다고 말하자' 하고 아이가 눈물을 그칠 때까지 안아주었다.  친구를 때린 건 잘못한 거니 그 아이는 미국식대로 파티 내내 복도에 나가 반성의자에 앉아 있었고, 간식 시간이 되어서야 교실에 들어올 수 있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다른 엄마가 챙겨준 간식을 먹고 혼자 멍하니 앉아 있다 시간이 되어서 스쿨버스를 타고 집으로 갔다.


 '엔젤이라며? 그렇게 소중한 엔젤인데, 왜 그 엄마는 동네에서 테니스를 치고, 브런치를 먹으러 다니고, 부부가 사이클링을 하면서 아이는 집에서는 보모에게 던져버리듯 맡겨버리고, 학교는 오지도 않으면서 왜 저러는 건데?' 나는  그 부부에게 분노했었다.


 아이의 아버지는 미웠지만, 늘 혼자 있는 아이는 계속 신경이 쓰였다.

 소풍을 가도  혼자 선생님 옆에 홀로 있는 아이, 나는 아침부터 학교 행사 끝내고 헐레벌떡 테니스 코트에 갔는데 깔깔 거리며 이미 몇 시간째 테니스 치고 있던 그 엄마, 그 부부는 자기 아이를 정말 엔젤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렇게 소중한 아이라고 생각은 한건 맞는 건가?

 

 결국 그 집은 임기가 끝나서 다른 나라로 갔다.

 그 부부가 주변사람들에게 늘 자랑하듯 회사가 좋아서 큰집과 차와 국제 학교 학비를 받고 잘 살 것이다. 하지만 지금 중학생이 되었을 그 아이, 잘 지내고 있을까? 


 나는 내 아이도 소중하고, 다른 아이도 소중하다. 이 세상 생명 중 소중하지 않은 것이 있나? 특히 작고 어린 생명체들은 사랑스럽다. 성질부리는 모습도, 울고 떙깡 부리는 모습도, 미운 행동도 하나하나 다 사랑스럽다. 모두가 그런 마음이면 좋겠다. 작고 여린 아이들, 그리고 언제나 작고 여릴 우리의 아이들..... 자신의 천사를 위해 다른 집 천사를 밀어내거나, 비난하거나,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굳이 내가 나서서 내 아이를 소중하게 대하라, 특별나게 대하라 하지 않아도, 집에서 사랑받고 보호받고 소중하게 귀하게 큰 아이들은 나가서도 남들이 그렇게 대해 준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요즘 조그만 반성의자에 앉아 있던 그 아이가 자주 생각난다. 엔젤이라던 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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