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남편 출장+짜증 내는 강아지)
비 오는 날이 좋다.
자박자박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도 좋고, 어두워진 집도 왠지 더 아늑하다. 비 냄새도 좋다. 책을 읽어도, 집안일을 해도, 이렇게 뭔가를 쓰고 있을 때도 비 오는 날엔 더 집중이 잘되는 느낌이다.
일주일 내내 비가 왔다.
원래 상하이는 습기만 한가득 머물다가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주로 왔었는데, 올해부터는 하루종일 주룩주룩 내린다. 꼭 "한국 비" 같다. 그래서 그런지 반짝거리던 한국에서의 20대가 생각이 나기도 한다. 비 오는 날 학교 식당 창가에서 보이던 바다가 그립고, 버스에서 보던 비 오는 거리가 그립다.
남편은 이번 주 내내 출장이다.
아이는 중학생이라 6시가 되어야 집에 온다.
강아지 하봉이는 하루 두 번 아빠와 산책을 가는데, 아빠는 출장이고, 비까지 오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눈 뜨자마자 창가나 베란다로 가서 비가 오는지 안 오는지 체크하고 소파 위로 올라가 등을 눕히고 앞다리 뒷다리를 공중으로 휘저으며 짜증을 낸다.
'이해한단다. 아가야, 그렇지만 엄마는, 아빠가 출장을 갔고, 형아가 학교 가고, 한국처럼 비가 오는 이번주가 너무 행복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