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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ojin Oct 09. 2023

2023/10/09

 갈대밭이 사라졌다.

밀어버린 갈대밭


 이 집으로 이사 오고 가장 좋은 것은 베란다에서 보이던 갈대밭이었다. 

 가을이면 '싸악 싸악' 하는 갈대가 부딪히는 소리와 철새들 소리가 어울려 들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물안개가 그 갈대밭 위로 머물러 있는 모습은 이 번잡한 상하이에서 보기 힘든 광경이었고, 도시에서만 쭉 살던 나는 처음으로 '자연의 아름다움' 뭐 이런 걸 느끼기도 했다. 

 물론, 갈대밭에서 살고 있던 온갖 벌레들, 특히 초가을이면 몰려오는 귀뚜라미에 적응하기는 힘든 일이긴 했지만 그것 또한 적응이 되니 그다지 혐오스럽지는 않았다.  그런데 올해 이상한 일이 생겼다. 7월 말이면 귀뚜라미 새끼들이 하나둘씩 베란다로 넘어왔는데, 이상하게도 올해는 걔네가 출몰하지 않는 거다. 

  

  여름에 잠시 한국에 다녀왔는데, 그때 갈대밭을 싸악 밀어버렸다!!

 

 아파트 주민들은 저곳에 별장단지가 들어선다며 '이제 아파트가 아닌 주택을 한채 더 사야 한다. 개발상이 어디다. 그러면 우리 단지도 가격이 오르겠다'. 등등등 온갖 기대를 나타내며 난리다.   그런데 나는 씁쓸하다. 그곳에 살던 새들, 곤충들. 들개들까지도 다들 어디로 갔을까?  가을이 되면 파도 소리가 나던 갈대밭은 이제 완전하게 사라지고, 하루아침에 땅 파는 소리만 들리는 공사장으로 변해버렸다.

  

 땅도 이렇게 넓으면서 갈대밭 하나 남기지를 못하나? 왜 그러니?

 

  

사라진 갈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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