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조금은 다른 장애아
(현장사례 2)

by 블랙홀

전근을 간 첫해에 1학년을 담임했다.


입학식 날부터 눈에 띄던 아이 용이는 유달리 키가 컸고, 끝날 때까지 엄마가 아이의 손목을 꼭 잡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궁금증에 입학식이 끝나고 전에 다녔다는 병설유치원 선생님께 물어보니 상세히 알려줬다.


정신적 장애가 있지만 학부모의 완곡한 의지에 의해 일반유치원으로 들어오게 되었고, 또래와 다른 돌발적인 행동으로 중간에 유치원을 그만뒀다고 한다.

그리고 이 년을 유예한 끝에 학교에 입학 것이란다.

학교에서도 특수학교로의 권유를 했지만 완강한 부모를 설득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동안 약물치료를 했다지만 내가 보기에는 약물로는 한계가 있는 듯,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20명 남짓한 아이들 속에 용이의 자리는 담임의 손이 가장 먼저 닿을 수 있는 맨 앞에 두었다. 키가 커서 뒤에 있는 친구들이 구시렁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용이의 행동이 기억나는 것을 보면

@ 수업 중 벌떡 일어나 환경판 게시물을 연필로 찍기(이 년을 유예해서 그런지 키가 유달리 커서 환경판이 훼손되기 일쑤)

@ 느닷없이 아이들 뺨 때리기(우는 아이 달래며 주의를 시켜도 대화 자체 소통되지 않음)

@ 종일 의미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기(수업 집중이 안되어 수업하는 교사나 듣는 아이들은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고 있음)

@ 수업이나 쉬는 시간 바깥으로 나가 들어오지 않기(수업하는 시간보다 밖으로 찾으러 다니는 시간이 더 많음. 나중엔 교실 뒷문을 잠그고 수업을 했더니 창문을 넘어 뛰어나감)

@ 학교 주차장 자동차 바퀴 뒤에서 놀기(차량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꺼내 놓으면 어느새 다시 차량 바닥으로 기어들어가곤 함)

@ 급식시간 식판 내던지기(뜨거운 국으로 화상의 위험이 있고, 담임이 치우다 보면 다른 아이들 급식지도 어려움)

@ 밥을 먹다가 밥이나 반찬을 손으로 집어던지거나, 마음에 드는 반찬은 다른 식판의 것을 손으로 집어 먹기(용이 주변에 앉은 사람은 한 번씩 반찬 사례 안 받은 적 없음)

@ 교실이나 복도, 아무 곳에나 볼일 보기(변을 손으로 주물러 벽이나 주변인에게 문지름)

@ 수업 중 밖으로 뛰어나가 바로 뒤편 산으로 도망가거나, 학교 밖 도로로 뛰어나가기(이 때는 엄마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요청함)

@ 교사의 손을 뿌리치고, 잡는 손목 비틀거나 때리기

@ 교사나 친구의 치마 들추고 손집어 넣기

@ 수업 중 교실의 분필이란 분필은 모조리 분질러 놓기(친구들 연필이나 색연필 등)


담임교사의 제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대답만 하고 변화는 없었다. 교감선생님과 주변 선생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받았지만 그 도움 역시 한계가 있었다.

입학 초에는 등. 하교를 엄마가 데리고 왔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용이가 자전거를 타고 오. 가는 게 보였다. 용이의 집은 3킬로 정도 떨어진 아파트로 2차선 도로지만 차량으로 붐비는 곳이라 걱정이 되었다.


자전거는 아파트 안에서 아무것이나 집어 온 것이라서 금방 소환되었지만 곧 다른 걸 또 갈아타고 했다.

용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교감선생님이 난감해하는 내게 매일 용이가 한 일에 대해 일지를 쓰라고 하셨다. 일지가 어려운 간단한 메모라도.

학교현장에서 행동교정이 안되고 자칫 학부모의 항의를 받을 경우를 대비할 때 일지는 때론 교사의 방어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좋을 일을 대비해 일지나 메모를 한다는 게 마음에 내키지 않았지만, 모든 책임을 담임이나 학교에 밀어낼 경우를 대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교내에도 특수학급이 있었지만 용이 엄마의 반대로 보내지 못했는데, 학급 아이들의 학부모들이 용이로 인한 다른 아이들의 학습권이 방해된다며 개인적으로, 혹은 여럿이 용이 엄마에게 직접 항의를 하니 입학 두 달이 지나서야 용이는 특수학급에 보내졌다.

원래는 주지교과만(국어, 수학) 수업하고 다른 교과는 본 학급으로 와서 통합교육을 하는 것이 원칙이나, 용이를 살펴본 특수학급 선생님이 종일 맡아 교육을 해 주겠단다. 1:1 교육이니 어쩜 용이에겐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소통이 안 되는 교실에서 수업시간 내내 있어봤자 재미도 없으니 더 따분했을지도 모르니까.


담임의 말 백 마디보다 같은 학급의 학부모들이 더 파워 있음을 실감하는 사례였다.


여름방학이 끝난 후 용이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가정방문을 하러 갔더니 아파트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용이가 아파트 고층에서 아래로 벽돌이나 물건을 던져 사람들이 다치고, 자동차가 여러 대 파손되어 경찰까지 개입하다 보니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결국 이혼을 해서 엄마가 데리고 갔다는 것이 풍문으로만 돌아다닌단다.

용이의 부모처럼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저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엄청 받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에 대한 실제를 얘기하면 그동안 짓눌렀던 감정의 화살을 상대방에게 퍼붓게 된다.

하지만 조금 더 현실적으로 파악한다면 용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교육이 이루어졌을 텐데... 부모의 고집으로 아이만 피해를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 담임이 감당하기 어려운 아이에 대해서 교장과 교감, 주변 교사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2) 학부모에게 도움을 요청야 한다.

특히 아이가 습관적으로 교실 밖으로 나간다든지 외부로 나가 잘 가는 곳이 있다는 것을 학부모는 알 수 있다. 반 아이들을 놓고 교사가 밖으로는 나가지 마라.


3) 하루 한. 두 줄이라도 아이의 행동과 교사의 대응 상황을 일지로 써 두어라. 심각한 문제가 발생 시 교사를 지켜주는 보호막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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