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중. 고등학교폭력이 일어나면
(현장사례 6)

by 블랙홀

오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학폭 피해학생이 자살로 끝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을 보며 새삼 느낀 점이 있어 글을 쓴다.

나도 교사이자 학부모의 입장에서 그런 일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

장남 녀석은 공부보다는 게임하는 걸 좋아했고, 잠자는 것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래서 아예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는 심정으로 얻어맞고 다니지는 말라고 유치원 때부터 운동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고교에 들어갈 즈음엔 검도 2단, 태권도 2단에 수영 접영까지 마스터한 데다가 체격도 180cm/110kg의 거구라서 건드리는 주변인들이 없었다.


당시 특성화고교생을 국가에서 지원하던 때라서, 정보고등학교 컴퓨터학과에 입학을 시켰다. 하지만 게임과 컴퓨터는 달랐나 보다. 1년을 다니더니 적성에 안 맞는다고 전학시켜 주든지 아님 자퇴를 하겠다고 졸라댔다.


할 수없이 2학년이 바뀌는 시점에 조리학과로 편입을 했다.

빵을 만들고 한식도 조리하면서 꽤 재미있어해서 요리학원에 등록을 했다.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학원에 갔다 학원차를 타고 귀가하는 시스템으로 바뀐 것이다.

학원차로 오후 9시 30분 전 후, 늦어도 10시 이전엔 들어오는데 그날은 10시가 훌쩍 넘어 11시가 되는데도 귀가하지 않았다. 같은 반 친구에게 전화를 해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전화도 받지 않으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12시가 가까워져 안 되겠다 싶어 막 찾으러 나가려는 찰나 아이가 돌아왔다.

같은 학교 선배들이랑 얘기하다가 학원 차를 놓쳐, 같은 동네에 사는 선배가 택시를 태워 보내주었단다.

돌아서 방으로 들어가는데 보니 하얀 반팔 여름교복 등짝에 운동화 자국이 나 있는 게 보였다.

무슨 일이 있느냐 해도 도대체가 입을 열지 않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자정이 가까워 오는 시간이라 일단 재웠는데 증세는 그다음 날부터 나타났다.

머리가 터질 듯 아프고, 울렁거려 물만 먹어도 토할 것 같다며 꼼짝을 못 하겠단다.

괜찮다는 걸 병원에 가서 mri를 찍었더니 의사가 깜짝 놀란다.

머리 표피가 외부 충격으로 부분 함몰되었고, 그 증세로 울렁증이 있다며 조금만 더 세게 들어갔으면 내출혈로 목숨이 위험할 뻔했다며 천만다행이라고 한다.

약을 지어주며 한 달간은 움직이지 말아야 한단다. 4주 진단이 나온 셈이다.

오~마이 갓~~~

입을 열지 않아 이전에 다니던 학교 친구와 전학 온 현재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에 다니던 정보고와 전학 온 J고의 유도부 선배들 중 서로 앙숙이 있었고, 그 와중에 아들의 친한 선배도 있다 보니 엮어진 것이다. 덩치가 커서 눈에 쉽게 띄는 데다 전학 와서 겁 없이 다닌다 하여 J고의 3학년생들의 눈에 찍힌 것이다.


하교 후, 현 학교의 선배들이 공원에서 만나자 했고, 학원도 빼먹고 그 자리에 갔더니 네 명의 선배들이 아이를 뒤에서 두 팔을 붙잡고 나머지는 돌아가면서 때렸단다.

운동을 한 아들이라 주먹의 강도가 남다른 걸 알았, 그래서 일방적으로 맞아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단다.

인근 아파트에 사는 선배가 뒤늦게 와서 그 상황을 보고 위험하다며 가해 아이들을 말렸고, 그 자리에서 사나이끼리 화해하자며 악수를 한 후 약을 사주고 택시를 태워 보냈단다.

집에 와서 제 깐에는 의리를 지킨다고 말을 안 한 것이다.

당시 학교폭력이 심하던 때라 처벌을 하겠다는 현수막들이 학교 주변에 덕지덕지 붙어있던 때였다.

그냥 지나갈 김여사가 아니었지만, 머리 큰 고등학생의 경우 처음이라 잔머리를 굴려 대책을 세웠다. 동물적인 교사의 감각을 총 동원 하여.



대 책


1) 주변 친한 친구들 중의 한 명을 통해 정보를 얻었다.

혼자든 집단이든 가해자는 자신의 영웅담을 누군가에게 자랑삼아 얘기를 하고 그건 소문 없이 주변을 떠돌게 되어있다. 이때 부모가 흥분하거나 난리를 치면 주변 친구들은 말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해서 숨어버린다.

2) 그중 한 명만 알면 남은 가해자는 알 수 있으니 한 명만 확실히 아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전화를 할 때 최대한 이성적인 목소리로 차분하게 낮추고 요점만 밝힌다.

(1) “나, 000 엄마야. 왜 너한테 전화 걸었는지 알고 있지?”

(2)“벌써 그 일을 잊은 건 아니겠지?”

(3) “난 조용히 처리하고 싶으니, 하교 후 우리 아파트 관리실로 0시까지 그때 아이들 모두 모이라고 해”


3) 관리실에 미리 양해를 구하고 얼굴은 최대한 무표정으로, 아이들이 오면 빈 사무실에서 동. 서. 남. 북으로 최대한 떨어뜨려 앉혔다.

4) a4용지와 볼펜을 주고 사건이 있던 날 알고 있는 내용, 한 행동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쓰게 했다. 네 사람의 공통된 답이 나올 때까지 다시 써야 한다는 걸 강조했다. 확인 후 내용이 다르면 다시 쓰게 했다.

5) 말이 안 먹히면 휴대폰을 들고 금방 전화를 할 것 같은 액션을 취하며, “난 이런 일로 너희들에게 불이익이 가길 원치 않아. 경찰에 신고하고, 학교와 부모에게 연락할지 말지는 너희들의 태도에 달려있어.”라는 걸 강조했다.

6) 사건 당일 날짜, 시간, 장소, 가해자들이 한 일을 쓰게 한 후, 그다음은 개인적으로 무엇으로 얼마나 때렸는지 소상하게 쓰게 했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기억날 때까지 생각해 보라고 10분이든 30분이든 침묵으로 대했다.


7) 지루할 만큼 시간을 주고도 생각이 나는 않는다는 아이뿐 아니라 다른 아이도 기다리게 했다. 계속~~~ 결국 아이들은 자신이 한 행동을 쓸 수밖에 없다.

8) 진단서와 자필 반성문을 관리사무소에서 복사한 후, 부모님께 보여드리면서 보태지도 빼지도 말고 있었던 그대로를 말하도록 하고, 상호 부모님끼리 연락해서 한 분이 대표로 내게 연락하게 하라고 했다.

9) 기한을 주고, 최대한 가해자들의 젊은 혈기를 이해하나 피해 부모로 어찌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후, 정해진 기일까지 연락이 없으면 나는 원치 않지만 반성문을 그대로 경찰서에 제출해서 처리를 하겠다는 것을 강조해서 얘기했다.


부모와 아이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아이들은 무릎이 닳게 싹싹 빌었고, 그 부모와 합의를 했다. 그리고 가해자에게 다음과 같은 조건을 약속받았다.

이후 아들 눈에는 절대 띄지 않도록 하고, 아들이 그 학교를 졸업하고 c지역을 떠날 때까지 어느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도록 주먹 센 너희들이 보디가드가 되어 주어야 한다는 약속을 받고 용서해 주었다.

보디가드가 된 가해 아이들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재학 중은 물론 졸업 이후 어떠한 보복이나 다른 아이들의 태클이 없이 잘 챙겨주어 잘 지냈다.



1) 학교에서 폭력을 당하는 아이의 특징, 부모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 학년이 올라 갈수록 더욱 그렇다.

아이의 절친 전화번호는 몇 개 정도는 외워두어야 하고, 가능하면 절친이 사는 곳과 그 부모들과 전화 인사 정도는 해두는 게 좋다. 그래야 위급한 상황이 되면 부모를 통해서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 어른들 세계에도 왕따가 있다. 중. 고등학생이라고 다 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주 대화하고 아이의 변화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


3) 가해자도 인격체임을 알고 대해준다. 그리고 마무리를 지을 때는 뒤끝이 생기지 않도록 확실히 용서를 해준다.

그리고 가해아이는 피해 아이 근처에는 가지도 말고, 눈에 띄지 않도록 요구해라.


남은 재학기간, 가해 아이들이 피해 아이의 주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도록 책임지는 보디가드로서의 책임을 지운다.



4) 가해 아이들이 한 행동을 본인이 자필로 쓰게 하고 보관해 둔다. 피해 부모가 흥분하거나 말이 많거나 책망을 하면서 비인격체로 대하면 역효과가 난다.


5) 피해 부모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것을 암시해 주고, 그럴 수도 있지만 네가 하는 태도에 따라 경찰에 알릴 수도, 학폭에 알 릴수도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하자.



6) 미성년이라면 보호자인 부모가 자식의 잘못에 대한 책임의무가 있으므로 민.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따라서 가해 아이와는 별도로 가해부모의 재산을 가처분 금지시키고 형사와 민사건을 진행한다.

그럼 일이 커지니 가해부모가 ‘난 몰라요.’하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7) 관심을 갖고 보면 아이의 변화가 금방 눈에 보인다. 그 특징 유형을 보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짜증을 자주 낸다./ 옷이나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 용돈을 요구하는 횟수가 빈번하다./ 한 숨을 자주 쉬거나 좋아하던 일에 흥미를 잃는다./ 여름이라도 긴 팔 옷을 입으려 하고 몸에 상처가 자주 난다./ 귀가 시간이 들쑥날쑥한다.


가끔 절친에게 안부전화를 하고 내 아이에게 별일 없는지 슬쩍 물어본다./친구들끼리 놀러 간다거나 모임이 있다고 하면 다녀온 후 아이에게 변화가 있는지 주의 깊게 본다./ 교복이나 속옷 등을 빨 때 그대로 세탁기에 넣지 말고 한번 더 확인한다./ 가끔씩은 눈치 못 채게 아이의 소지품이나 가방, 책상 서랍 등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등 등


8) 초등학교 때의 절친이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고등학교나 대학 또는 성인이 되어서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경우도 많다. 절친이라고 모두 믿지는 마라.


초등에서만 있는 게 아니고 고등학교, 또는 대학이나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는 경우도 많으니 가스 라이팅 당한 내 아이는 막바지에 설 때까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9) 같은 아파트에 살고 부모도 알기 때문에 의심을 안 하는 경우가 있다.


초등 때는 우리 아이와 잘 놀아주었지만 어느 순간 내 아이의 약점을 잡고 늘어질 수 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을 잊지 마라.

맞벌이의 경우 우리 집이 가해 장소가 되고, 내 아이는 도망갈 곳 없는 막막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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