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문제엄마와 그 자식
(현장사례 5)

by 블랙홀

멀쩡히 다니던 교직을 명예퇴직하고, 인근 학교에서 1학년 기간제로 근무한 적이 있다.


전임교사는 경력 4년 차의 미혼으로, 담임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6월 즈음 병가휴직을 내는 바람에 자리가 비었던 것이다.


학급 인원은 20명 남짓했고, 남자아이가 유독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다.

학교 인근 소형 아파트와 3층 빌라의 거주자가 많았고, 개중에는 부모의 도움으로 통학을 해야 하는 다소 먼 거리의 단독 거주 아동도 있어 비교적 학군이 넓었다.


맞벌이 부모가 많았고 대부분 두 자녀 이하의 가족형태가 많았다.


1학년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규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불안정한 분위기였다.

처음 며칠은 그런대로 지내는가 싶더니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유독 위험한 행동을 하는 아이가 눈에 띄었다.


가만히 있다가 느닷없이 친구들의 뺨을 때린다든지, 교실 안에서 친구를 밀치곤 했다.

몇 번 알아듣게 주의를 줬지만 막무가내라서 옆 반 선생님께 물어봤더니 머리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영수는 ADHN 진단을 받았고, 일 년을 유예 후 입학을 했으며, 영수 엄마는 인근 어린이 집 교사로 근무 중이란다.

전임교사의 병가는 정신과 치료를 받기 위함이고, 그 원인은 영수와 그 엄마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란다.


영수는 등산용 칼을 가지고 와서 반 친구들을 찌르는 시늉을 하거나, 학용품을 빼앗아 교실 밖으로 뛰어 나가고, 특 하면 친구의 뺨을 때리곤 했다.


영수에 대해 의논을 하려고 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 대답이 당황스러웠다.


'아이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주는 게 교육이고, 교사가 할 일이 아니냐?'며 오히려 반문을 하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교육경력이 꽤 되었고 어느 정도 컨트롤 능력도 있다고 자위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접하는 것이라 어안이 벙벙해졌다.


엄마와의 통화 이후 영수의 행동은 더 과감해졌다.

교사가 주의를 주면 눈을 흘기거나 큰 소리를 지르고 담임에게 ㅅㅂ이라며 욕을 하기도 했다.

학급 친구들이 영수를 피했고, 수업은 진행하기 어려웠다.


영수 엄마는 아예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어쩌다 연결이 되면 어린이 집 근무시간이라며 화를 내며 끊어버렸다.


교육은 교사와 부모가 함께 해야 함이 마땅함에도, 교사 혼자서 한다는 것은 참으로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감에게 얘기를 했더니 ㅜㅜㅜ 문제를 만들지 말라는 식으로 얘기를 한다.

전 담임이 정신과 치료를 받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상사라는 자가 그렇게 얘기를 하니 그 학교의 분위기를 알 만 했다.


퇴임을 앞두고 있는 교장 역시 몸을 사리기에 급급했고, 교장으로 승진하려는 교감 역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었으니.


교장은 영수의 행동을 담임의 말만 듣고, 판단이 부족한 아이들의 말만 듣고 어떠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우니 차라리 문제가 일어난 후를 대비하란다.

비디오카메라를 교탁 위에 설치해서 녹화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별도리가 없으니 그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영수에게는 그도 통하지 않았다.

카메라에도 사각지역은 있었고, 교실바닥을 기어 돌아다니거나 복도 또는 화장실 인근 등 사각지대에서 움직였다.


힘도 쎄서 뺨을 얻어맞은 친구는 그 손자국이 얼굴에 벌겋게 남아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난 맞은 아이의 부모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할 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더구나 계약직임을 알고 있는 영수 엄마에게 교사라는 직분으로 통제하거나 강력하게 요구할 어떤 방법도 없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학급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학부모들에게 있는 그대로 오픈시키는 수밖에 없었다. 영수의 폭력성과 위험물건을 가져와 아이들에게 휘두르고 하는 것은 아이들의 입을 통해 학부모들에게도 전해졌다.


학부모들은 전 담임의 사건을 알고 있던 터라 내게는 말하지 않고, 영수 엄마가 근무하는 어린이 집으로 찾아가 항의를 하거나 영수의 집으로 찾아가길 여러 번 한 모양이다.

그럴수록 영수의 엄마는 다른 학부모들에겐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면서도 교감이나 교장에겐 담임이 자신의 아이를 그렇게 만든다는 식으로 몰아 댔다.


학교에서도 학부모들도 3월 입학해서 6월까지 두 번의 담임이 바뀌고, 또 바뀌는 것을 원치는 않았다.


하지만 하루 4시간 이상을 비디오로 녹화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게 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친구를 향한 폭력을 말리려 손을 잡으면, 아이는 빠져나가려고 바닥에 벌렁 들어 누워 소리를 질러댔다.

일으키려고 하면 누워서 버둥대니 교사가 누워있는 아이를, 질 질 끌고 가는 모습으로 비칠까 봐 아예 영수 몸에 손을 댈 수도 없었고 대지도 않았다.


급기야 학급회장의 아이를 복도 끝에서 질질 끌고 다녀, 아이의 얼굴 반쪽이 바닥 쓸림으로 벌겋게 상처가 나는 사건이 일어났고, 교감이나 교장에게 건의를 해도 별반 효과가 없자 학부모들이 교육청에 단체로 민원을 넣는 일까지 발생했다.


학교는 발칵 뒤집히고, 교육청에선 조사팀이 나왔다.


영수 엄마는 학급 학부모들에겐 코가 땅에 닿게 사과를 하면서, 학교나 담임에게는 영수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행동을 정당화하고자 했다.


어린이 집 교사이니 한 편으론 같은 직종에 종사한다고 생각했으나, 교육에 대해 삐뚤어진 교육관과 언행을 하는 영수 엄마는 참으로 위험한 사람이었다.


그 엄마가 담당하는 어린이 집의 원아들에 대한 염려스러운 마음은 나뿐만 아닌 다른 학부모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교육은 교사 한 사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학부모, 학교, 교사가 트라이앵글처럼 서로 협조하고 함께 할 때 비로소 아름다운 화음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교사의 사기를 꺾고, 자신들의 자리보존에만 급급한 교장이나 교감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진정한 교장은 외부로부터의 어떠한 위험이나 공격에도 막아줄 수 있는 책임이 필요하고, 교감은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도록 주변을 보살펴줄 의무가 있다.

영수 엄마와 같은 학부모가 늘어나고, 자신들의 안위에만 급급한 상사가 있다면, 교사는 교직을 단순한 직장의 한 일부분인 수단으로 대하게 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교직을 천직으로 여길 교사는 없다.

또한 사명감을 지닌 교직관으로 근무할 교사 역시 없다.


삼주 만에 난 기간제를 때려치웠고, 그 학급의 아이들은 한 학기도 채 지나기 전에 세 번 아닌 네 번의 교사들이 바뀌었다.


아이들이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할 때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해당 아이들이고, 피해 아이들의 학부모이다.


좋은 교사로 남게 할 건지, 그냥 대충 시간이나 때우는 교사로 남게 할지는 학부모들도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라고 본다.



1) 교실은 안전한 것 같아도 사실 그렇지 않다.

책상 모서리와 의자, 연필 등 출입구 문의 끼임 등 참으로 위험하다.

장난으로 밀친 친구의 머리가 책상 모서리에 부딪혀 피가 나거나, 의자가 날아간다든가 연필심이 얼굴에 박히는 경우도 종 종 발생한다.



2) 교육이란 부모와 학교의 협조가 있어야만 교사가 제대로 된 교육을 할수 있다. 부모들은 이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3) 학급 담임이 자주 바뀌는 학급은 문제가 있음을 뚯한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학교, 학부모, 교사가 겉돌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서 그 문제이 무엇인지 해결 해 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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