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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라는 직업
단기보결 순회기간제로 출발
by
블랙홀
Aug 3. 2025
명예퇴직 후 이것저것 해봤지만 성인을 상대하는 건 너무 힘들었다.
난 양보했다고 했는데 융통성이 없다며 다른 별에서 온 이상한 사람취급했다.
내가 하는 말투, 행동이 한 마디로 재수가 없다고 대 놓고 얘기해서 툭하면 말 싸움하기 일쑤였고 적응하기도 어려웠다.
그럴수록 아이들과 함께 했던 교직에서의 생활이 그리웠다.
그래서 찾았던 것이 하루 40분씩 2시간 수업을 하는 것이었고, 알려주는 것을 해결할 때마다 뿌듯함도 느꼈다.
비로소 내가 와야 할 곳에 있는 느낌?
하지만 결석이다 체험학습이다 조퇴를 했다. 는 것은 결강으로 이어져 하릴없이 돌아오는 날이 자주 생기면서 슬 슬 짜증이 났다.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화장을 하고 운전을 하는 것은 마찬가진데 좀 더 효율적인 일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지역교육청 소속 단기보결기간제 채용공고를 보고 곧바로 지원해서 합격했다.
기초강사 때는 특별실이나 학생교실 등 빈 곳을 찾아 수업을 했는데 이제 교실에서 정규수업을 가르친다니 생각만 해도 좋았다.
기회가 많음 귀중한지 모르는데 나이에 걸려 못한다 생각하니 돌아온 기회가 정말 소중했다.
교육청에선 학기 초부터 채용공고를 냈지만 지원하는 이가 없어 8월이 되어서야 내가 지원한 것이다.
보결 순회가 왜 이리 인기가 없지? 의아해했는데 근무 얼마되지 않아 금방 알게 되었다.
보결순회교사늗 2주 미만으로 교사가 1) 병가를 내거나 2) 예비군 훈련 3) 배우자의 출산휴가를 받거나
4) 연수나
교육을 받으러 갈 때 수업결손 시 신청을 한다. 신청일에는 요청학교로 출근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정규시간에 맞춰 퇴근한다,
요청이 없을 때는 교육청에서 종일 있어야 하니 할 일 없어 심심하고, 6시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은
적응이 안돼 5시가 가까워 오면 온몸이 배배 꼬일 정도로 힘들었다.
더구나 교육청 컴은 철저하게 보완되어 개인 멜을 불러오지도 못하고 내보내지도 못하는 시스템이라서 단순한 인터넷 외는 막히는 게 많았다.
책을 본다 해도 한ㆍ두 시간이지ㅡㅡㅡ
수업은 일평생 해오던 일이라 맞춤복처럼 편하게 할 수 있지만. 교육청은 시간은 많았지만 괜스레 불편하고 하는 일도 다르니 서로 공유하는 게 없었다.
운 좋게 8월 여름방학이 끝나면서 보결요청이 들어와 한 달 2~3일을 제외하곤 학교로 출근했다.
그만큼 교육현실은 수업을 해줄 이가 절실했다.
보결순회기간제교사는 짧게는 하루부터 길게는 2주까지만 연속으로 가르칠 수 있고.
학교에서 요청하는 내용도 다르다.
기초학력 강사, 기초학력 협력강사. 방과 후 강사,
돌봄 강사.
시간제 강사, 전일제 강사, 전일제 기간제. 기간제ㆍㆍㆍ
공통점은 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명칭에 따라 가르치는 내용도 근무시간도 페이도 모두 다르고 교사자격이나 전공도 조금씩 달랐다.
가끔씩 현직 교사들 조차 헷 갈려하며 묻는 사람이 많았다. 강사라는 것만 알뿐 그 역할에 대해선 알 필요도 알 이유도 없었을 테니까 당연한 질문인지 모르겠다.
밥은 없고 반찬만 나열해 놓은 것처럼 시골 변두리 학교로 갈수록 학생 수 보다 교사들 수가 많았다.
행정실, 급식 실, 방과 후나 늘봄교사까지 합치면 학생이 10명이면 교사와 관련근무자들은 20여 명이 있었다. 참 좋은 세상이다.
낯선 교실, 낯선 아이들 그리고 전 학년을 상대로 수업을 해야 했지만, 처음 우려와는 달리 난 씩씩하게 잘 적응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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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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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하는 여자(개정 2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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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25년. 계약직 5년. 현재는 자영업을 합니다. 힘들고 화가나면 글을 씁니다. 좋아도 쓴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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