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순간이 위로가 되기를..
아침 7시 내가 카페의 문을 여는 시간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새벽 5시 반에 나를 일으킨다.
긴 잠을 자지도 못하는 습관이 있지만
추운 겨울에 이불밖을 나오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깜깜한 새벽에 화장실의 불을 켜고
작은 불빛에 새어 나오게 두고
창문의 블라인드를 걷는다.
늘 같은 것 같지만 창밖은 매일이 다른 순간을 보여준다.
블라인드를 걷는 것은
오늘 하루에 대한 나의 기대이기도 하다.
천천히 걷어 올리면서 내가 바라는 풍경 하나를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한다.
집 앞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달리기를 바라며 걷어보기도 하고,
한여름 새벽 5시 반에 아주 반짝이는
우거진 나무들을 생각하며 걷어보기도 한다.
여러 계절 이 집에서 지내고 있기에
내가 그려놓은 생각들과 넓은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대부분 일치한다.
이런 뻔한 기대감에 늘 충족되는 계절에 감사하다.
우리 집 식구 중 가장 먼저 이 새벽을 깨우고
오늘 하루의 온기를 느끼며 출근 준비를 하고,
가장 먼저 집을 빠져나오는 이 기분을 그 누가 알까 싶다.
이제 제법 차가워진 공기 사이로 편입되어
걸어갈 때 목 뒤가 서늘하지만
이내 찬 바람에 기분이 개운해지고
오늘 하루에 대한 기대감에 매일의
출근길이 늘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늘은 별다른 주문도 없고 매우 한가할 것 같으니
글도 좀 쓰고 책도 읽어야지라고 생각하면서
나만의 아지트로 가는 길이 즐겁다.
카페에 일 번으로 오는 손님은
오늘도 어김없이 내게 굿모닝! 이라며
기분 좋은 인사로 하루를 열어주시고,
이제는 하루라도 오지 않으면 안부가 걱정될 만큼
자주 보는 손님들이 차례로 몇 분쯤 왔다가
서로의 안부를 묻고,
기분 좋은 햇살이 카페 창으로 한껏 들어올 때 나는 매우 한가해진다.
지금 이 시간 내가 모든 것에 너그러워지는 시간이다.
방금은 거의 매일 오시는 단골손님께서
아이의 돌떡이라며 떡을 주고 가셨다.
나는 이런 소소하고 작은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사람이 사는모습이 다 비슷하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인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순간으로 인해 어떤 변화들이 생기는지 아무도 알수 없다.
불과 1녀 전 결혼한다며 알려주던 단골이
아이를 품에 안고 인사를 올 때,
다소 묵뚝뚝한 손님이 매주 얼굴을 보며
살짝 엷은 미소를 보여줄 때,
너무 슬픈 일이 있다고 잠시 이곳에서
눈물을 흘리고 가는 이에게 아무 말 없이 공간을 내어줄 때,
나는 이곳이 그들에게 아주 잠시나마
오늘 하루의 아주 편안하고 푸근한 어떤 한순간이 되기를 바란다.
아무것도 아닌 나에게 감사하다 말해주고,
오랜만에 찾아와 오랫동안 오지 못한 이유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하는
그들에게 나는 이곳이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안식처가 되는 것에 감사하다.
우리는 가끔 나를 차라리 나를 모르는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나를 모른 채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모습을 여과 없이 봐주고,
내 말에 어떤 의구심도 가지지 않고 들어주는 사람,
그런 얕지만 편안한 관계가 필요할 때
모든 이가 여기 이곳에 와서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내게,
그리고 이곳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에
작은 위로와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오늘처럼 찬바람이 부는 겨울의 시작점에서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여기에서 작은 행복을 찾기를
나는 몇 년째 바라고 있다.
앞으로 내가 이곳에 있을 그때까지는
이곳이 그들에게 아주 작은
휴식처가 되기를...
지친 내가 누군가의 작은 곳에서 위로받고
행복을 느껴 이곳을 만든 것처럼
나도 그들에게 스치듯 아련한 작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