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밤을 달래주는 야상곡 (녹턴) 이야기

흔한 클래식의 흔하지 않은 뒷 이야기

by 김클랑

클래식에 관심이 없으시더라도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 보셨을 녹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제일 많이 들어보셨을 거 같은 쇼팽의 녹턴 하나를 감상해보실까요?


https://youtu.be/9E6b3swbnWg




녹턴 이란 무엇일까요?


한국어로는 야상곡 (夜想曲)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녹턴은 단어 그대로 밤과 아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이점들을 쉽게 구분하긴 어렵지만, 밤과 연관된 클래식의 장르들은 기악, 성악을 막론하고 모든 시대에 있어왔는데요. 노투르노 (Notturno)와 녹턴(Nocturne), 이 두 가지의 비슷한 단어들이 이미 18세기 중후반부터 세레나데라는 개념과 밤과 관련된 다른 곡들을 묶어주는 단어들로 사용되었습니다.


세레나데, 어디서 많이 들어 보신 적 있으시죠?

세레나데 하면 생각나는 테마, 바로 사랑일 텐데요.


세레나데는 14세기부터 내용면에선 사랑과 애정을 표현하는 곡으로 음악이 발전하는 동안 세레나데의 모습도 여러 모양으로 변화해왔습니다. 세레나데라는 이름을 여러 시대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고전 시대에는 노투르노, 녹턴, 세레나데가 혼재되어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녹턴이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개념으로 발전된 것은 18세기 이후부터 인데요. 18세기까지의 녹턴은 대 부분 여러 악장 안에 있는 작은 곡이었다면, 19세기 초부터는 단독으로 쓰이는 피아노 곡으로 재탄생하게 되었어요. 그 뒷 배경에는 건반악기의 발전과 더불어 집 또는 작은 공연장에서의 연주들이 많아지고, 특별히 밤이 주는 로맨틱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배경이 있죠. 이러한 맥락에서 어느새 사람들은 녹턴을 피아노로 표현되는 특별한 분위기로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쇼팽에게 영향을 준 작곡가, 존 필드




그런데, 이 과정에서 특별히 영향을 준 작곡가가 있는데요. 바로 존 필드라는 작곡가입니다. 존 필드는 1782년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1837년 모스크바에서 생을 마감한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로 18개의 녹턴을 통해 조용하고 꿈꾸는 듯한 분위기를 표현하였습니다.



존 필드는 우리가 노래를 부를 때, 1절 부르고 간주 후 2절을 부르는 것처럼 앞 뒤로는 같은 선율이지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중간에는 또 다른 간주를 넣어 형식미를 갖추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오른손으론 주로 선율을, 왼손으론 주로 화성과 반주를 표현하여 마치 피아노로 노래하는 것과 같은 모양을 만들었죠. 그의 다양한 표현방식은 19세기 전반을 거쳐 여러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는데요. 그중에 한 명이 바로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입니다!



쇼팽의 녹턴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은 총 21개의 녹턴을 작곡하였는데요. 대 부분의 경우, 형식면에서 존 필드처럼 세 부분으로 나뉘는 가곡 형식을 갖추고 있어요. 그리고 중간 부분은 느린 앞 뒤와는 대조적으로 빠르기가 약간 빨라지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죠. 쇼팽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템포 루바토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는데요.


Rubato는 '훔치다'라는 뜻에 이탈리아어 rubáre 루바레에서 온 단어로 '시간을 빼앗다'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빠르기와 박자에 있어서 너무 기계처럼 정확하게 하기보다는 자유롭게 빠르기의 흐름을 당겼다 놓는 연주를 하라는 뜻이 되겠죠. 이러한 루바토는 쇼팽의 음악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마치 시를 읽을 때 어떤 속도와 어조로 읽느냐에 따라서 전달력이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죠.



존 필드 vs 쇼팽


좀 더 내면적인 분위기를 가진 존 필드의 녹턴과는 다르게 쇼팽의 녹턴은 좀 더 열정적이고 드라마틱한 면을 갖추고 있어서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는데요.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자신의 삶 중간중간 녹턴을 써 나갔던 존 필드와는 다르게 쇼팽은 유럽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에 6곡이나 썼다는 점입니다.



1829년 여름에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음대를 졸업한 쇼팽은 그 해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으로 나아갈 준비를 합니다. 1830년 10월 11일 고향 바르샤바에서 고별 연주를 마치고 다시 빈에 도착한 쇼팽은 11월 폴란드에 일어난 혁명 소식을 듣게 됩니다. 역사적으로 주변국들의 침략 특히 러시아의 영향력 속에서 늘 독립을 꿈꿔왔던 폴란드의 이 혁명은 다음 해까지 이어졌지만,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됩니다. 특별히 아주 절친이었던 Woyciechowski (워저호스키)가 혁명에 참여하기 위해 떠나면서 쇼팽은 이 무렵부터 고향과 가족들을 향한 그리움으로 인한 향수병을 앓게 됩니다. 다른 시기에 쓰인 녹턴들도 있지만, 유독 이 시기에 많이 작곡된 이유는 고향과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지 않을까 싶네요.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의 녹턴, 고향을 떠나 죽기 전까지 이방인으로 살아갔을 쇼팽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을 상상해보며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세상에 '나'란 사람은 '나' 하나밖에 없기에 느껴질 수밖에 없는 깊은 고독함과 외로움을 쇼팽이 위로해줄지도 몰라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바이엘과 체르니, 꼭 배워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