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시험 결과가 나오면 가장 먼저 교실 앞 게시판에 점수들이 붙었다. 점수만 나온 표이지만, 언제나 친구들은 ‘1등은 누군지’, ‘나는 몇 등인지’ 세어보기에 바빴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여러 이유로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공부해야 했다.
내신과 수능 성적에 따라 진학할 대학이 정해졌고, 학점을 잘 받아야 미래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졌기에 우리는 우리가 받는 점수를 늘 신경 써야 했다. 우리 중 대부분은 아마 이런 환경에서 자라왔을 것이다. 그래서 타인과 나를 비교하면 안 된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음에도 우리 안엔 늘 비교하는 마음이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점수가 나오지 않더라도 우린 타인과 비교하며 스스로의 위치를 언제나 확인하려 든다.
수업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선생님처럼 자연스러운 복음성가 반주를 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
”이 분처럼 쇼팽 녹턴 정도 연주하려면 얼마나 배워야 할까요?”
“저분보다 그래도 일찍 시작한 거 같은데, 전 여전히 제자리인 것 같아요”
“임윤찬의 연주에 감동받아서 이 곡을 다음 배울 곡으로 정했는데, 쉽지 않네요”
우리가 평소에 익숙하게 들었던 음악들이 배움의 동기가 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린 그만큼 무의식적으로 들었던 음악, 유튜브에서 봤던 영상을 잣대 삼아 스스로를 평가하게 된다.
지향할 방향과 목표, 그리고 비교대상은 내가 지금 어디쯤에 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해 준다. 자꾸 비교하게 되는 이유는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에 있다. 분야를 막론하고 지향할 그림이 있다는 건 배움에 있어서 큰 원동력이 된다. 우린 그 지향점을 모방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의 상황에서 지나치게 높은 지향점은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다.
비교형들에겐 언제나 구체적인 나만의 목표가 있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그 목표가 비현실적이거나 너무 멀다면, 낙담과 좌절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울 수 있다. 오히려 남들이 볼 땐 소소해 보이지만 내가 세운 소박한 목표를 이루고 그에 대해 만족할 줄 아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꾸준히 연습하는 습관을 기르고 싶다면, 한 주 동안 주 3회 또는 한 번이라도 30분 정도 연습할 시간을 내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조차 힘들다면, 레슨시간 앞뒤로 시간을 꼭 내어 연습하겠다고 결심할 수도 있겠다.
만약 피아노를 배우는 게 생전 처음이라면, 몇 개월 안에 배우고 있는 책을 끝내는 것 또는 수록된 곡 중에 어떤 한 곡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도 있다. 배우고 싶은 곡이 있는데, 당장 배우기엔 너무 어렵다면, 선생님과 의논해서 주차별로 나만의 계획표를 세워볼 수도 있겠다. 지금까지 배운 곡은 많은데, 정작 제대로 칠 줄 아는 곡이 없다고 느껴진다면, 한 곡을 정해서 연주회에 참여하거나 영상으로 남겨보는 것도 방법이다.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은 기본. 도달하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훨씬 더 깊은 음악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이 목표는 누가 던져준 것이 아닌, 본인과의 약속이라는 점이다. 오늘 내 옆 방, 연습실에서 화려한 연주가 들려와도 꿋꿋이 내가 정한 목표를 실천했는가. 그렇다면 스스로를 아주 격하게 칭찬해 주자.
비교형들에게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선생님을 신뢰하는 것이다. 선생님들은 학생의 연주를 들으면서나 레슨을 마친 뒤, ‘무엇을 가르쳐야겠다 ‘라는 나름의 로드맵을 머릿 속으로 떠올리게 된다. 이 로드맵은 그 학생을 위한 맞춤형 로드맵이다. 선생님은 학생의 장단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부족한 점을 메꿀 수 있는 사람이다. 때론 선생님의 추천곡이 맘에 안 들 수도 있다. 배울 곡을 상의해서 정할 수도 있지만, 선생님의 선곡에는 늘 이유가 있다. 그러니 그 이유가 잘 납득되지 않더라도 일단 선생님을 믿고 그 방향을 따라가 보길 추천하다. 분명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겠다.
성인 학생들은 모두 각자의 출발점이 있다. 어릴 때 오래 배웠던 사람도 있고, 아예 처음 배우는 사람도 있다. 각자 가진 손도, 신체모양도 다 다르고, 성격도 다르기에 가진 음악성도 다르다. 그렇기에 남과 비교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각자의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목표까지 도달해 가는 과정에서 오직 비교대상은 ‘지난날의 나‘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