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피아노 학생들의 유형들: (3) 오뚝이형

by 김클랑



오뚝이형은 그 어떤 유형보다 꾸준함이 돋보이는 유형이다. 무엇보다도 좌절하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능력, 일명 회복탄력성이 좋은 유형이다.

이 유형은 연령대가 비교적 높은 시니어 학생들이 많은데, 악기 연주가 뇌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동기가 되어 피아노를 배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교나 화려한 곡에 대한 욕심은 적은 편이며, 그저 주어진 곡과 내용을 충실히 잘 배워가고, 실력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에 더 만족감과 기쁨을 느끼는 유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곡에 대한 취향과 자신만의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저 실력 향상을 위해 현재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하는 내용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이 유형은 지적 호기심이 높고, 악보에 쓰여있는 이음줄과 스타카토 등 음악의 많고 작은 규칙들을 잘 알고 싶어 하고 성실하게 잘 지키고자 하는 편이다. 그래서 레슨시간에 이런 요청도 많은 편이다. “혹시 지금 설명해 주신 거 여기에 적어주실 수 있나요?”



이 유형들이 피아노를 생전 처음 배운다면, 악보에 대한 눈이 트이고, 연습 루틴이 만들어질 때까진 꽤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연습을 하고, 레슨을 받는 주기와 패턴이 일정한 습관으로 잘 정착된다면 진도와 상관없이 꾸준히 배울 수 있게 된다. 습관이 가져다주는 관성, 그 관성의 힘으로 꾸준히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 나오는 거북이와 같다. 겉보기엔 매우 느리게 가는 것 같지만, 가지고 있는 근성과 인내로 결국 목표한 지점까지 레이스를 완주해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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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 어려움이 생길 땐 주로 여행이나 삶의 여러 대소사로 인해 공들여 만든 루틴이 깨질 때이다. 오랜 휴식 후 다시 연습을 시작하려고 하면 이전에 가지고 있었던 관성이 깨졌기 때문에 다시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오기까지 꽤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다시 계속하다 보면 금방 원래의 감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단지, 이들에게 필요한 건 그들을 돕는 선생님이 옆에 있다는 걸 알려주고 잘하고 있다고 지속적으로 격려하는 것이다.


회복탄력성이 좋은 유형이라고 해서 꾸준히 연습하는 일이 남들보다 쉬운 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슬럼프나 일명 피태기(피아노+권태기)가 한 번 찾아오면 크게 어려워하기도 한다. 스스로에게 크게 바라는 것이 없다고 해도 배우다 보면 한 번은 꼭 넘어가야 할 큰 산을 만나게 된다. 그 산은 새로운 조성을 익힌다던지, 익숙한 포지션과 음악의 패턴을 벗어나 새로운 과제를 익혀야 할 시기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는 본인의 수준 안에서 선생님과 포핸즈 앙상블 곡을 배워보거나 좋아하는 곡을 통해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는 것도 좋다.

무대 연주나 영상 촬영처럼 단기간 안에 한 가지 목표룰 세워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무대 연주가 부담스럽다면, 누군가에게 연주로 선물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족 중 누군가에게 좋아하는 노래를 연주해 준다면 그 또한 잊을 수 없는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안 해보던 걸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성격이 내향적인 편이라면 누군가 앞에서 연주를 들려주는 건 너무 싫은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용기는 때론 우릴 다른 세계로 인도해주기도 한다. 꾸준함이 무기인 오뚝이 유형이 조금만 용기를 가진다면, 실력의 향상은 물론, 음악을 함께 나누는 기쁨까지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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