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30
제목: 다윗의 이야기 주머니
아마 내가 그때 죽지 않은 것에 별다른
이유는 없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운 좋게 살아난 자는 필연적으로 왜
라는 질문을 달고 삽니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물음표가 되어 나를
따라오는데 예외는 없습니다 그 어느 달콤한
꿈 속에라도 개운치 않은 쓴맛이 느껴지니
이제는 조금 익숙해져 가려고 하는데 입이
근질근질해집니다 어쩌면 나는 살아있을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무언가 되고 싶었는지
해치려는 모든 것들을 끌어안을 만큼 그리
대단한 사람이 되지 못해서 현실 같은
악몽 속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유리창을
깨뜨릴 만큼 파동을 일으킬 수 있으면 나는
온전할까 빛이 사라진 지점에 선 거대한
괴물에게 팽팽히 당긴 활 끝을 겨누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어깨 뒤로 넘긴 손으로 꺼낸 것은
서늘하게 다듬은 화살촉이 아닌
마침내 산산이 부숴버릴 주머니 속
나의 이야기
나의 조약돌
마침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