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중산층 사회: 세습은 얼마나 오래 갈까

행동 유전학의 관점에서 읽음

by Joon

먼저 이 책의 주된 이야기를 요약해보자면..


1. 좋은 직장(공기업이나 대기업 정규직, 의사 등 전문직)을 가진 20대들은 대부분 좋은 대학을 나왔다. 첫 직장에 따라 이후 경력과 생애 소득이 상당 부분 결정되기에 첫 직장을 잘 들어가는게 특히 중요하다. (비정규직에서 시작해 정규직 대기업에 들어가기는 매우 어려움)


2. 좋은 대학을 들어가기 위한 피 튀기는 경쟁에서 이기는 20대들의 부모를 살펴보면 사회의 10프로에 속하는 대졸 화이트 칼라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향성은 특히 90년대생부터 두드러지며 10프로에 속하는 사람들과 아닌 사람들의 소득 격차가 매우 벌어졌다. 이전 세대들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괜찮은 직장을 다니거나 [1] 고도 성장기에 나름의 방식으로 경제력을 축적하는게 가능했다. 90년대 생의 부모인 세습 중산층의 1세대라 할수 있는 70년대생은 교육 투자를 통해 자신들의 부를 세습하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상위 10퍼센트의 울타리에 들어가기 위해서 학력이라는 출입증이 필요한 세상이 만들어졌다.


고도 성장의 시기가 끝나며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면 상위 10프로의 세습 중산층과 나머지 사람들의 격차가 더 커지며, 세습 중산층은 경제적 격차를 능력의 차이로 포장하고 교육 군비 경쟁을 통해 자식들에게 자신의 지위를 세습하고 있다는게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 (세습 중산층의 기원을 다룬 부분과 남녀에 따른 정치적 양극화를 설명하는 부분도 흥미로운데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 보시길)


이 책을 읽고 내가 궁금하게 생각한 점은 그 세습이라는게 얼마나 오래 가는 것일까였다. 저자는 경제적 계층화가 굳어버린 사회에서는 세습이 어느 정도 영속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과거에 부르주아지 (중세 유럽에서 성 안에 살던 사람들을 뜻하며 이른바 '인싸'를 가리키는 옛날 말) 가 생산 수단을 독점함으로 경제력을 세습하는게 가능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시대의 10프로에 속하는 세습 중산층은 명문대에 아이를 넣고 좋은 직업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경제적 세습을 하는게 달라졌다. 이 과정에서 학벌이 세습의 가장 중요한 매개 수단이 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을 기초로 하여 간단한 통계적 시뮬레이션을 만들어서 돌려보았다. (Link 는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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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 유전학이 수많은 인구 자료를 통계 처리 하여 밝혀낸 학교 성적의 유전력(Heritability)은 대략 0.6이다. 부모와 아이의 유전적 상관 계수는 절반인 0.3으로 계산하고 (아이는 부모 유전자의 절반을 상속) 부모의 영향력과 같은 공유 환경의 힘(0.2)을 더하면 부모와 아이의 상관계수는 0.5가 된다. [2] 이 상관성을 유지하며 각 세대별로 어떻게 분포가 바뀌는지 데이터를 돌려보면 처음 상위 10프로에 속한 이들은 다음 세대에서 3분의 1 (33%)만 상위 10프로에 남는데 즉 3분의 2는 아이 세대에서 떨어져 나간다. 손자 손녀 세대로 가면 16%만 남는다. 생각보다는 세대가 진행되며 탈락율이 꽤 높은 셈이다. 잘 사는 인간들이 대를 물려가며 계속 잘 사는 더러운 세상~ 이라고 분노하기엔 좀 약한 숫자가 아닌가 싶다. 공유 환경의 영향력을 0.4로 많이 잡아서 [3] 부모 자식의 상관 계수를 0.7로 계산해도 바로 다음 세대에서 45%만 남는데 절반 넘게 탈락하는 것이다. 손자 손녀 세대만 되어도 3분의 2가 떨어져나간다.


행동 유전학에서 기억할 원리 하나가 유전적 상속은 평균으로의 회귀적 특성이 있는 주사위를 던지는 것과 같아서 유전적 특성에 기반한 세습 구조(genetic caste)는 영속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키가 아주 큰 부모의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는 평균적으로 더 크겠지만 부모보다 작을 확률이 높다. 참고로 학교 성적의 유전력은 키의 유전력 0.8보다 낮음) [5]


물론 통계적 가정으로 돌린 데이터와 실제 인구는 다른 모습을 보일수 있겠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유전적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의 연구 데이터가 거의 없는 형편이다.. (부모 경제력에서 아이들의 지능을 간접 추산해낸 논문이 있긴 함 [4]) 아무려나 실제 인구에서 데이터를 얻고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차이를 비교하면 공유 환경의 영향력을 알아 낼수 있다. 그게 클수록 비유전적 요소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이며 이런 부분을 줄이고 유전적 요소의 영향력을 키우는게 오히려 불평등의 세습을 막는 길이라는게 Robert Plomin과 같은 행동 유전학자의 주장이다. 그 방법으로 교육 기회의 평등을 들수 있겠는데 이는 세습 중산층 사회의 저자가 책 말미에 이야기하는 바이기도 하다.




Reference

[1] 중공업 가족의 유토피아: 2008년까지의 거제는 조선소 신입이 5000만원, 반장이 1억을 받는 곳이었고 문제 없으면 정년까지 갔다.

[2] Knopik et al, Behavioral Genetics 7th, 179

[3] Branigan et al, Variation in the Heritability of Educational Attainment: 성적이 아니라 최종 학력에 대한 연구이며 한국은 data 가 없다는 이유로 논문에서 다뤄지지 않음

[4] 김세직 et al, 학생 잠재력인가? 부모 경제력인가?

[5] Robert Plomin, Blueprint, Ch. 9 Equal opportunity and meritoc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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