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꿈의 재료들

[만화] 너는 펫

by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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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드는 인물 : 세상은 겨울 & 온기가 필요해


세상은 겨울 : 이 만화는 이름 붙인다면 '동거물' 이라는 쟝르에 속하게 될 겁니다. 쓰레기통 옆의 종이 박스에 잠들어 있는 미소년을 줏어와 집에서 애완동물로 키우며 생기는 여러 얘기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기본적으론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이나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와 같은 세계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온기가 필요해 : 다른 종류의 동거물도 있지요. 소년 만화에서 흔한 소재인 메이드물 말입니다. 여기선 이성에 대한 사춘기 소년의 호기심을 타겟으로 집안에서의 각종 서비스컷이 주소재가 됩니다. 메이드물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아다치 미츠루의 미유키도 비슷한 세계를 그리고 있어요. 기숙사물도 그리 멀지 않은 인접한 지역에 있을 겁니다.


세상은 겨울 : 우선 '동거물' 이라는 쟝르에서 얘기를 시작해볼까요. 이 쟝르도 기본적으론 판타지이지요. 하지만 기존의 판타지와는 다른 문법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어릴때 읽은 동화책들은 마지막에 "그리고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고 끝나지요. 이런 이야기는 말 그대로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여정이고, 그 여정이 끝나면 독자는 책장을 덮고 일어나야 합니다. 하지만 궁금해지지요. 행복하게 살았다는데 대체 어떤 식으로 행복하게 살았다는거야? 동거물은 이야기의 시작부터 그 행복에 대한 현실적 영상을 만들어서 독자에게 보여줍니다. 대체로 성적인 관계는 봉쇄되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지만,그렇다 해도 긴장은 남아서 그 인력권 안에서 움직이게 됩니다. 작가는 일상의 각종 소도구를 사용해 판타지의 디테일을 그려 냅니다. 옛날에 읽었던 동화는 이런 그림을 그저 독자의 상상에만 무책임하게 떠밀어 놓지요. 하지만 알게 뭐에요. 천신만고 끝에 결혼한 왕자와 공주가 이런 저런 성격 차이로 나중에 헤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영화 스피드에서 산드라 블록의 얘기처럼 "고난을 통해 이어진 관계는 지속되지 않는다" 라고 했던 것처럼요. 이런 결과를 보면서 마녀는 옆에서 심술궂게 웃고 있을지도 모르고요.


온기가 필요해 : 그래요. 동거물은 분명 이야기를 다루는 방법에 있어 일종의 진화라고 할 만한 지점을 가지고 있는게 사실이에요. 작가의 입장에서 이런 얘기는 부담이기도 할겁니다.행복한 관계에 대한 구체적 영상을 감추지 않고 보여줘야 하는데 그만큼 독자의 비웃음을 살 가능성도 높아지는 거지요. 그냥 블랙 박스처럼 애매하게 결말 이후의 얘기를 독자로 하여금 상상하도록 하는게 제일 안전하거든요. 어찌 보면 자신이 가진 패를 보여주고 게임에 임하는 도박사와도 같다고 할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세상은 겨울 : 글쎄요. 동거물 작가라고 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게 특별히 더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독자의 평가는 단지 이야기 자체의 질에 주어지는것이겠죠. 저는 그냥 로맨스의 터전을 어디에 두느냐란 기준으로 보는게 어떨까 싶어요. 동거물의 경우에 로맨스는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뿌리를 두죠. 그리고 이 세계는 시간이 지나며 집 밖으로 점차 확장되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집 안에서 집 밖으로' 가 될겁니다. 일반적인 로맨스와는 반대로 진행된다 할수 있겠지요. 집 밖의 세계도 다루지만 집 안의 세계를 조금은 더 공을 들여 만들 것이라 생각해요. 동거하는 사람과 동거하지 않는 사람과의 3각 관계로 가는 스토리가 있다면 작가는 대개 동거하는 사람과 이어지는 식으로 얘길 만들고 싶지 않을까요? 동거하지 않는 상대방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작가에겐 동거하는 주인공이 아무래도 더 정성 들여 키운 아이가 될테니까요.


온기가 필요해 : 그건 사람마다 다를겁니다. "너는 펫" 도 아직 완결이 나지 않은 만화이니 작가가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지켜봐야겠지요. 일본 드라마판에서는 모모의 승리로 간다고 하더군요.


세상은 겨울 : 네, 저도 한번 봐야 할것 같아요. 어쨌건 동거하는 두 사람이 결혼이라는 관계로 들어서며 작품이 끝나더라도 이 경우엔 독자도 나중 모습을 짐작할수 있지요. 두 사람이 앞으로 살아갈 모습은 예전에 살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테니까요. 동거물의 이러한 성격은 판타지의 가장 중요한 기능과 맞닿아 있습니다. 판타지는 우리의 소망을 비추는 거울이고, 이 거울에 비춰진 모습이 뚜렷할수록 우린 우리가 원하는 바를 더 잘 알수 있게 되는거죠.


온기가 필요해 : 주인공 스미레에 대한 설정을 들여다볼까요? 직장에서의 능력도 인정 받고, 외모나 학벌 모두 갖춘 사람이지만 오히려 이 조건들 때문에 고민이 많은 사람입니다. 너무 완벽해서 별로 인간적이지 않다는 그런 이유 때문이겠죠. 결혼하려 했던 남자 친구조차도 결국 자신의 컴플렉스 때문에 그녀에게 이별을 통지합니다.


세상은 겨울 : 스미레가 덜렁 덜렁한 캐릭터였다면 사람들이 다가가기에 편했겠죠. 뭔가 모자란 부분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아무래도 조금 불편하지 않나요. 스미레에게 가장 모자란 부분이라면 그런 모자란 부분을 밖으로 보이지 못 한다는 것에 있을 겁니다. 회사에선 걷다가 가끔 전화선에 걸려 넘어져 주기도 하고 썰렁한 개그라도 사람들에게 종종 선보였다면 아마 이 만화는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인기 만발 스미레라면 굳이 모모를 키울 생각도 들지 않았을테고, 모모 역시 그런 부족함이 없는 사람 집에 있으려 하지도 않았겠죠.


온기가 필요해 : 어떤 면에선 여왕님 같은 성격이에요.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가지는 컴플렉스로 인해 더욱 과장된 이런 여왕님 같은 성격이 "펫과 주인" 으로서의 관계를 가능하게 했겠죠. 처음 모모와 만나고 "펫으로라면 이곳에 있어도 좋아" 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농담이 별로 농담 같지 않게 여겨지는 것엔 이런 인물의 성격이 작용했을겁니다.


세상은 겨울 : 하지만 몇 페이지만 더 넘기면 독자는 이 사람의 여린 모습을 금새 볼수 있습니다. 쉽게 상처 받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는데 백년은 걸릴 정도로 소심하기까지 합니다. 무릇 주인공 레벨이라면 이 정도의 결핍된 부분은 가져줘야죠. 그래야 독자도 쉽게 감정 이입을 하고 스토리 전개상 안아줄 사람을 만들기도 어렵지 않게 되잖아요.


온기가 필요해 : 모모에겐 어떤 결핍이 있을까요? 뼈가 자라는 성장기에 점프를 너무 많이 해서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키가 더 자라지 않아 결국 클래식 댄스를 접고 모던 댄스로 방향을 틀어야 했죠. 모던을 시작하면서는 함께 춤추는 파트너를 제 때 잡아주지 않아 그녀를 다치게 했고 결국 파트너가 댄서로서 수명을 마치게 한 과거가 있습니다.


세상은 겨울 : 하스미에겐 별로 모자란 부분이 없는거 같죠? 뒤늦게 스토리에 참여하며 4각 관계를 만들어낸 시오리조차 아픔이 많은 캐릭터임을 보여주는데 이 아저씨는 그냥 왕자님입니다. 잘 생겼고 능력도 좋고 여자 친구에게 성실하고 남들을 배려하는 능력도 모자라지 않는, 별로 미워할 부분이 없는 사람이죠.


온기가 필요해 : 그리고 하스미는 다정한 사람입니다. 별로 관심 없는 시오리가 그에게 대쉬하더라도 멀리 하려 하지만 그래도 다정함을 잃지 않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 다정함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어요. 스미레가 모모를 펫으로 데리고 사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그는 이 다정함을 고수하게 될까요?


세상은 겨울 : 그건 아직까진 알수 없죠. TV 판의 결론을 그대로 따라갈 가능성도 무시할순 없겟지만요. 그리고 경쟁자여야 할 모모와 하스미의 관계가 긍정적인 건 여러 모로 좋은 연출을 만들어 줍니다. 전화 통화하며 쉽게 고백하지 못 하는 스미레에게 모모가 종이에 글을 써서 도움을 주는 장면도 한 예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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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외적으론 3각 관계가 주로 스토리 전개에 있어 긴장을 부여하는 요소가 됩니다. 뒤로 갈수록 조금 끈다는 느낌이 드는건 두 사람 사이에 누구를 택할지 스미레가 계속해서 망설이고 있기 때문일겁니다.


온기가 필요해 : 하스미는 외적인 면에 있어서 스미레의 거울상인지도 모르겠어요. 별로 모자랄게 없는 왕자님에게 스미레는 자신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보이는데 매우 불편해 합니다. 마치 스미레의 전 남자 친구가 그 이유로 그녀를 불편해해서 결국 헤어져야 했던 것처럼요. 물론 이 경우엔 남자가 여자보다 더 잘 나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작용한 부분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통념과는 상관 없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는 매우 기본적인 욕구일겁니다. 모모와 함께 살지 않았다면 스미레는 하스미에 대한 불편함을 어쩔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을 겁니다만, 모모와 살면서부턴 그 어쩔수 없는 것은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약한 모습도,기막히게 꼴 사나운 모습도 그대로 보아주고 계속해서 옆에 있어주는 존재가 생긴거죠.


세상은 겨울 : 3각 관계에서 이대로라면 하스미에게 너무 불리한 게임 아닌가요?


온기가 필요해 : 음. 외모로만 비교하자면.. 하스미가 키가 더 큽니다. -_- 스미레의 첫 사랑이었다는 것도 무시 못 하죠. 앞서도 말했지만 이 사람의 다정함은 또 장난이 아닙니다. 은근히 하스미를 응원하는 독자가 적지 않으리라 생각해요.


세상은 겨울 : 냉정하게 말해서 스미레는 둘 중 누구를 선택해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이지선다로 나온 이 문제는 답으로 어느 것을 택해도 꽤 만족할 만한 점수가 나오게 출제되어 있습니다.


온기가 필요해 : 그렇긴 해도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 하나를 버려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죠. 두 사람 중 하나도 쉽게 포기하기 힘들거든요. 작가가 아예 머리 속에서 지워버렸을 제안 하나를 해보자면, 스미레가 모모를 펫으로 키우며 하스미와 결혼하는 결말로 가는 겁니다. 하스미에게도 시오리라는 펫을 줘서 모양새를 맞추고요. 펫을 키우는 두 사람의 행복한 결말. 마지막 챕터의 제목은 "너희들은 펫" 정도가 되겠군요.


세상은 겨울 : -_-


온기가 필요해 : 농담한 겁니다. 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요? 이런 다수 인물이 나오며 서로 엮이는 연애물에서 결론은 대개 누구를 선택하는가로 끝나는데.. 마치 "오직 하나만 남아야 한다" 고 떠들며 무식하게 칼 싸움을 벌이는 영화 하이랜더의 인물들이 생각 나거든요.


세상은 겨울 : 그게 연애라는 것의 현실적 속성이니까요. 물론 이 만화는 판타지입니다. 읽는 사람을 대신해서 꾸는 꿈과 같은 거죠. 하지만 아무리 몽롱한 꿈이라 해도 거기엔 현실이라는 밑그림이 있어요. 우린 꿈을 꾸지만 꿈 속에서도 가끔 무엇을 원하는지 알수 없어 방황하며 괴로워합니다. 꿈에서조차 현실이 강제한 울타리를 쉽게 벗어날수 없기 때문이죠. 모모는 분명 꿈처럼 이상화된 존재이지만 이런 존재도 일단 현실의 영역으로 내려오게 되면 현실과 경합해야 합니다. 사실 선택의 문제는 그렇게 중요한게 아닐 겁니다. 이 만화가 얘기하는 바는 모모라는 이름의 꿈이 어떤 재료로 이뤄졌는지,그가 우리를 끌어 당긴다면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살펴 볼때 더 잘 알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우선적으로 던져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모모는 왜 계속해서 스미레의 곁에 머무는걸까요?


온기가 필요해 : 계속해서 먹여주고 재워주니까. 네. 이 대답으론 만족 못 하시겠죠.


세상은 겨울 : 잘 아시네요. 사실 미소년 펫을 원하는 정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아닙니다. 여기서 펫이란 꾸미지 않는 자신의 모습도 모두 받아주며, 서비스 패키지로는 스킨쉽을 동반한 온기 제공의 기능까지 갖춘 존재입니다. 가끔 토라져서 주인의 관심을 끌어보려고도 하고요. 와, 이런 펫이라면 정말 가지고 싶어요! 하지만 스스로 펫이기를 선택한 존재는 그 이유를 짐작하기 조금 어렵습니다. 작가는 빵 부스러기처럼 대답이 될 만한 부분을 만화의 곳곳에 흘려 놓습니다. 그걸 모아보자면 대강 이런 그림이 나옵니다. 누군가를 도와주지 못해 생긴 상처를 다시 사람들이 자신을 필요로 할때 도와주는 것으로 치유하고자 하는 존재.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나선 자원 봉사자인 셈이죠. 물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요. 여기서 또 다른 질문이 나오게 됩니다. 모모가 이전에 사람들을 계속 옮겨 다니다가 스미레의 곁에 이렇게 오래 머물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온기가 필요해 : 스미레가 가장 모모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세상은 겨울 : 필요의 양으로 따지자면 모모 없이 살기 힘들어 조직을 동원해 추적하던 게이 사장도 만만치 않았을 겁니다. 이유는 다른데 있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펫으로 자신을 대해준 스미레에게 있어 모모는 심부름이나 설겆이와 같은 일은 전혀 못 하는 존재입니다. 스미레의 경우에는 이전에 있었던 사람들과 다르게 성적인 요구도 하지 않습니다. 여자 친구인 루미조차도 댄서로서의 전도 유망한 장래를 가진 자신을 바라봅니다. 모모로서는 아무런 능력이 없이 쓸모 없는 생물일뿐이라도 자신을 댓가 없이 껴안아줄수 있는 어떤 존재를 갈망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농담처럼 시작한 일이었지만, 모모를 펫으로 만든건 스미레뿐 아니라 모모에게도 매우 다행스런 일이었을겁니다. 이런 식으로 두 사람만의 방공호가 만들어지게 된거죠.


온기가 필요해 : 문제는 그 방공호가 외부의 폭격에 그렇게 튼튼한 건물이 아니라는거죠. 당장 스미레가 하스미와 결혼하게 되면 부숴질 운명입니다. 하스미가 아무리 다정함의 화신이라 한들 스미레가 모모를 펫으로 키우는 것까지 용납하진 않을것 같습니다. 용납한다면 그건 아마도 슈퍼 하스미쯤 될 것 같네요.


세상은 겨울 : 하지만 결혼하고도 펫을 키우는 사람들이 있긴 하죠. 그 펫이 인간이어서 안 될 이유가 어디 있을까요.


온기가 필요해 : 하스미에게 이성에 대한 사랑을 정의하라고 하면 이렇게 말할 겁니다. 풀 패키지의 당신에 대한 독점적 권리,그리고 이 권리를 얻기 위해 리스크를 안고 가는 여정이라고 말입니다. 그렇기에 시오리가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도 계속해서 뿌리치죠. 단지 펫일 뿐이라도 모모를 용납한다는건 하스미에게 있어 자신이 가져야 할 것을 댓가도 없이 가져가는 도둑 같은 존재를 받아들이는 의미가 됩니다. 하스미의 이런 태도는 사실 대개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연애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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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겨울 : 이 만화의 장점이라 할 부분이 그런 것이겠지요. 판타지라는 꿈의 무늬가 매우 현실적인 밑그림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스미레가 하스미에 대해 가지는 감정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하스미는 분명 스미레에게 대하기 편한 사람이 아닙니다. 스미레로서는 그렇기에 그를 좋아하면서도 계속해서 그 감정을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좋아한다면 얼마나 좋아하는지, 지금 그 사람과 나 사이를 막고 있는 벽을 넘어서 가야 할 만큼 그렇게까지인지 말입니다. 연애 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신들에게 묻는 질문이죠. 이런 면에서 좋아한다는 감정은 일종의 지침서입니다. 특히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 수시로 참고하는 지침서죠. 갈 길을 알려줘야 하는 지침서가 알고 보니 꽤 흐릿한 글자로 쓰여져 있다는걸 깨닫게 되면 당황스러울겁니다.


온기가 필요해 : 그렇죠. 글자가 보이지 않을때면 자기 최면을 통해 그걸 만들어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나는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다, 있다, 있다,있다.. 이렇게요.


세상은 겨울 : 점점 더 영양가 없어지는 이 이야기를 정리해야 할 시점이 온거 같군요. 살펴 보자면 이 만화의 힘은 주로 현실과 판타지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솜씨있게 디테일을 다루는 작가의 능력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밝은 톤으로 이뤄진 그림체는 때로 너무 자연스러워 구사되는 테크닉의 존재를 지워버릴 정도입니다. 이 만화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8권의 개를 키우는 할머니의 일화에서 압축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 고전적인 주제가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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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겨울 경기도 광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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