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평균율 BWV 847
뭘하는 걸까. 왜 남의 집 문을 저렇게 열어보는 걸까. 문득 그가 나의 아빠를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부터 나는 그의 뒤로 다가가서 선다.
젊은 남자가 자신이 사는 아파트의 다른 집 문들을 하나씩 열고 들여다보고 있다. 그에게 어린 아들이 있다는 걸 나는 안다. 그아인 우리 딸과 친구다. 그런데 그는 지금 뭘하는 걸까. 남의 집 문을 저렇게 열어도 되나. 문득 그가 나의 아빠를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다가간다. 그가 나를 흘낏 본다. 뒤에서 내가 기다리는 동안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차례로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닫기를 반복한다. 그러면서 말한다. ‘아버지가 집에 안들어오셨나요? 여긴가? 여긴가? 이 아파트엔 빈집이 많죠. 아버님은 종종 여기 혼자 오셔서 주무시기도 해요..여긴가?’ 그러다가 어떤 문을 열더니 아무소리없이 조용히 문을 닫는다. 그는 고개를 약간 떨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거긴가보다. 거기에 아빠가 있나보다. 술에 취해 자고있나 혹시 죽은 건 아닐까. 슈뢰딩거의 고양이 같다. 보기전엔 알수없다. 그 남자는 오랜시간 아빠를 챙겨온 듯하다. 내가 무심할때도. 내가 바쁠때도. 이유는 모르겠다. 같이 술마시는 사이인가. 아빠에게서 무슨 도움이라도 받은 적이 있나. 아무튼 선의로 돌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아빠가 술에 취해 빈집안에 모로 쓰러져있고 심하게 부패된 냄새가 날거라 생각한다. 거의 시신의 냄새가 날거라고 생각한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싶다.
그를 남겨두고 내려오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을 마주친다. 그들이 내 아빠에 대해 알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나는 어린 딸의 손을 잡고 있다. 혹시 우리에게서 불쾌한 냄새가 나진 않을까 사람들을 둘러본다. 다행히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다. 나는 딸을 데리고 서둘러 집에 도착한다. 잠시후 그의 아들이 딸과 놀겠다고 찾아온다. 식탁앞에 앉아있는 아이들 표정이 햇살처럼 환하다. 그는 내가 자신의 아들을 봐주고 있는 것에 대해 고마워할까. 나는 그가 지금도 계속해서 아빠의 소재와 안위를 확인하고 있을거란 확신이 든다. 그가 아빠를 찾는다해도 우리집에 데려다 주지 않기를. 내겐 아이도 있고 집에서 냄새가 나는 것도 싫다. 별로 보고싶지도 않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고싶지도 않다. 그 남자 참 대단하다 좋은 사람같다 나는 이상하게도 아무 죄책감이 없다
BWV 847 - 글렌 굴드
https://youtu.be/XwvhKHkvCzw?si=3he5x_f_e0l7MP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