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Aug 27. 2020
미국 TV 쇼에 나온 세 여자의 이야기(1)
나는 SNS로 인생을 바꾸고 싶어요
내가 사는 시애틀은 아직도 코로나 확진자 수가 오르락내리락하며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안갯속에 있지만, 피트니스 센터가 정원의 25% 와 영업시간을 단축한다는 조건하에 부분적으로 문을 열었다. 또한 내가 일하는 곳에서도 댄스나 Body works & Abs 등 서서 하는 운동들은 사회적 거리를 지키며 건물 밖 야외에서 하는 걸로 오픈을 했는데, 요가는 야외에서 하기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서로 협의를 거쳐 Zoom으로 일단 수업을 오픈하였다. 지난 3월 달에 수업이 끝나고 8월에 수업을 재개했으니 약 5개월 만에 다시 요가를 가르치게 된 것이다.
오전에 인터넷 수업이 끝나고 점심을 먹고 나면 닥터 필 ( Dr. Phil) 쇼를 보곤 하는데 Dr. phil 은 심리학 박사, 멘털 치료사, 행동 코치로서 자신의 Brand name을 가진 쇼를 가지기 전에는 오프라 윈프리( Oprah Winfrey) 쇼에 정기적으로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이 쇼가 2002년부터 시작하였으니 벌써 18년이 된 장수 프로그램이다. 이 쇼를 볼 때마다 미국의 온갖 멘털 이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놀랍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담자들이 가지고 온 갈등과 폭력, 가정문제들을 풀어가는 닥터 필의 핵심을 뽑아내는 질문과 어드바이스 그리고 해결책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곤 한다.
미국이 록다운 ( lockdown)을 하자 쇼를 진행할수 없었던 기간에는 지난 방송을 재방해서 보여주기도 했는데, 어느 날 나는 이 쇼에 출연하여 닥터 필과 인터뷰 한 젊은 세 여자의 스토리를 보면서 현재 소셜 미디어( Social Media)에 중독된 그녀들의 이야기에 충격을 받았고, 어쩌면 이게 단지 그녀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미국, 아니 전 세계 젊은이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일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소셜 미디어에 중독된 출연자들이 출연을 신청하여 자신의 문제를 솔직하게 들어내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 유명한 쇼에 출연한 동영상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로 올려 구독자를 늘리려는 꼼수도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팬데믹으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지난 3월 기준으로 스마트 TV화면으로 유튜브를 시청한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1억명이 넘었다고 하니 만나는 사람마다 유튜브로 돈을 벌어볼까? 생각하는게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Dr.phil 에 출연한 동영상은 현재까지 170만 명이 시청하였다.
악플도 좋다! 무조건 끝까지 봐주고 구독 신청만 해다오! 당신들이 밥을 먹으면서, 소파에 드러누워 심심풀이로 보는 내 동영상이 날 소셜 미디어의 스타(Instafame)가 되게 한다오!
첫 번째 출연자는 21살의 제시( Jessy)인데 그녀는 인스타그램으로 처음 소셜 미디어를 시작하였다가 유튜버가 되었다. 그녀는 현재 18만 명의 Follower가 있는 일명 잘 나가는 유튜버인데 초기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좀 더 끌어올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결코 예쁜 몸매가 아닌데도 엄청 큰 가슴과 엉덩이를 드러내는 비키니 사진을 올렸다. 이게 먹혀들어 일주일 사이에 구독자가 6000명 늘었고 누군가를 심하게 왕따 시키는 사이버 불리( cyberbullying) 발언을 하자 하루 사이에 3만 명이 이 비디오를 시청했다. 이로 인해 돈이 들어오자 제시는 너무나 가고 싶었던 구찌( Gucci)로 달려가 쇼핑을 하고 노트북을 사고 중고차를 샀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이 세상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세상으로부터 또 사람들로부터 더 인정받기 위해서는 남들과 차별되는 눈에 확 띄는 더 많은 유튜브를 올려야 했고 자신의 일상생활, 경험 모든 것을 영상 재료로 사용하였다.
2019년에는 인스타그램에서 콘텐츠가 문제 되어 어카운트( account)를 삭제당하는 일을 겪게 되는데, 자신의 인생은 이제 망했다면서 눈물을 흘리며 15분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더니 500,000 view를 기록하게 된다. 점점 구독자 수가 증가하면서 그녀는 $10,000( 약 천만 원 이상)의 수입을 얻게 되면서 완전 유튜브에 중독되어 간다. 그녀가 말하는 성공 기준은 소셜 미디어에서 누가 얼마나 많은 구독자를 가지고 있느냐로 판가름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구독자수가 늘어나 기대하지 못했던 많은 수입도 얻었지만 무엇보다도 파티에서 자신을 거들떠보지 않던 멋진 남자들이 자신의 채널 구독자 수가 늘어나자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직 구독자수만이 그녀에게는 최대의 관심사이자 삶의 Goal이 돼 버린 것이다.
콘텐츠의 질 상관없다! 욕설과 부정적인 댓글도 상관없다! 많이 오기만 해 다오. 그대들은 모두 나를 먹여 살리고 나의 방탕한 삶을 도와주는 구세주들이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