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좋았을 일들에 매달려 울고 웃었던 나날들입니다. 꿈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데 꿈을 대하는 마음은 어쩐지 먼 과거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 또다시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라는 물음 앞에 서게 되는 때입니다. '빌리 엘리어트.' 꿈을 향한 탄광촌 소년의 아름다운 도전기를 기억하시나요? 2000년에 영화로 제작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야기가 스펙터클한 뮤지컬로 돌아왔습니다. 12월의 문화가 있는 날,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취재했습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포토존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05년 런던에서 초연된 이후 전 세계 1,100만 명이 관람하고 토니 어워즈 등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80여 개의 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는 2010년 처음으로 선보이고 7년 만에 지난달 신도림 디큐브 아트센터에 올랐습니다. 이번 뮤지컬 역시 2010년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오리지널 연출과 무대를 그대로 따온 버전입니다. 영국 음악가 엘튼 존의 아름다운 선율과 영국 최고의 안무가로 꼽히는 피터 달링의 창의성 넘치는 안무가 국내 배우들의 연기를 거치며 다시 한번 꽃피었습니다.
주인공인 다섯 명의 빌리들 (왼쪽부터 천우진, 김현준, 성지환, 심현서, 에릭 테일러 순)
빌리 역의 배우는 천여 명이 넘는 관객들 앞에서 세 시간 가까이 공연을 이끌어가야 합니다. 성인 배우 못지않은 체력과 안정적인 연기력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빌리 역의 특성상 발레부터 탭댄스, 텀블링 등 고난도 안무를 완벽히 소화해내야 하는데요. 이처럼 모든 조건을 갖춰나가기 위해 3차례에 걸친 오디션과 2년의 '빌리 스쿨'을 거친 다섯 명의 빌리(천우진, 김현준, 성지환, 심현서, 에릭 테일러)들이 무대를 이끌어나갑니다. 이들이 아직 십 대 초반의 어린 배우이기 때문에 체력과 컨디션을 고려해서 날짜별로 돌아가면서 연기를 합니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 다섯 명의 빌리들을 보는 재미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주요 관람 포인트입니다.
맏형인 천우진 군 (13세), 탭댄스가 특기로 타입 탭댄스 유스 컴퍼니 단원으로 활동했다.
12월 27일 '문화가 있는 날' 공연의 캐스팅
빌리에게서 발레의 재능을 발견하는 미세스 윌킨슨 역의 최정원, 김영주 배우, 거칠고 무뚝뚝하지만 속정은 깊은 아버지 역의 김갑수, 최명경 배우, 빌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감초 역을 톡톡히 하는 할머니 역의 박정자, 홍윤희 배우 등 성인 배우들의 조력자 역할도 든든합니다. 저는 12월의 문화가 있는 날, 빌리 역의 천우진, 미세스 윌킨슨 역의 최정원, 아버지 역의 최명경, 할머니 역의 박정자 배우의 연기를 관람했습니다.
파업에 들어간 더럼 마을 사람들 @신시컴퍼니 제공
'Shine' (미세스 윌킨슨 役 최정원, 발레걸스) @신시컴퍼니 제공
'Grandmas Song' (할머니 役 홍윤희, 빌리 役 성지환) @신시컴퍼니 제공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광부 대파업 시기의 영국 북부를 배경으로 합니다.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소년 빌리가 우연한 기회로 발레에 눈을 뜨게 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룹니다. 빌리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본 발레 선생 미세스 윌킨슨은 런던의 로열 발레 스쿨의 입학시험을 보도록 빌리를 독려합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형의 단호한 반대로 빌리의 발레수업은 중단되어 버리고, 급기야 입학시험 날 빌리는 시험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절망에 빠집니다.
'Solidarity '(빌리 役 심현서 ) @신시컴퍼니 제공
'Expressing Yourself ' (빌리 役 성지환, 마이클 役 한우종) @신시컴퍼니 제공
죽은 엄마와 대화하는 빌리 (에릭 테일러) @신시컴퍼니 제공
가난하고 암울한 가정환경,생존과 투쟁에만 목청을 높이는 어른들의 몰이해, 또래 친구들의 짓궂은 놀림, 스스로의 재능에 대한 의심과 두려움... 어린 빌리를 압박하는 장애물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빌리는 눈물을 쏟아내며 절망하고 분노하면서 점차 단단해져 갑니다. 환경과 타인의 시선 앞에 남모르게 고개를 숙이는 대신, 도와달라고, 해낼 수 있다고, 이전보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꿈을 말합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한 소년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을 깨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가슴 뭉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Angry Dance (빌리 役 천우진)
Angry Dance (빌리 役 김현준)
12월 27일 공연에서 빌리 역을 맡은 천우진 군은 발레, 탭댄스, 공중 텀블링, 한 손으로 의자를 회전시키며 펼치는 안무, 무대 10m 상공에서의 와이어 액션 등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특히 1막 마지막에서 좌절감을 표현하며 펼치는 분노의 탭댄스와 2막에 등장하는 어린 빌리와 성인 빌리의 환상적인 2 인무, 가장 유명한 넘버 중 하나인 ‘전기(Electricity)’를 부르며 도약하는 장면 등은 객석으로부터 탄성을 이끌어냈습니다. 거의 세 시간의 달하는 공연 시간을 버티며 모든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내는 모습이었습니다.
'Dream Ballet' (빌리 役 성지환, 성인 빌리 役 백두산)
피날레 장면 (빌리 役 천우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는 나이와 세대를 아우르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폭넓은 캐릭터와 진한 감동의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생존을 위한 생존, 투쟁을 위한 투쟁을 넘어, 더 나은 삶을 향한 도전은 계속되어야 함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내년 내년 5월 7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펼쳐집니다. VIP석 14만 원, R석 12만 원 S석 9만 원, A석 6만 원.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정상가에서 3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