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당신의 신고서가 조치 여부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사실!
학교폭력 사안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피해학생과 학부모님들이 얼마나 힘드셨을지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신고내용을 조금만 더 체계적으로 작성하셨다면...' 하는 아쉬움을 느끼게 됩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0조에 따라 신고서가 접수되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그 신고 내용을 토대로 사안을 조사하고 조치를 결정합니다. 결국 신고서의 내용이 전체 사건 처리의 출발점이 되는 셈입니다.
많은 분들이 신고서에 "우리 아이가(혹은 내가) 너무 힘들어해요(상처받았다)", "가해학생이 평소에도 문제가 많은 아이예요"라고 기재하십니다. 물론 그러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이런 표현들은 객관적인 사실 인정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학교폭력의 성립 여부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감정적 표현이나 추상적 서술보다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사실이 중요합니다.
형사사건에서 공소사실을 기재할 때 일시와 장소를 특정해야 하는 것처럼, 학교폭력 신고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차례에 걸쳐", "계속해서"라는 표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4년 3월 첫째 주부터 둘째 주 사이 점심시간에 3층 복도에서 A학생이 우리 아이의 어깨를 밀쳤고, 3월 15일 오후 2시경 교실에서 B학생과 함께 우리 아이를 둘러싸고 욕설을 했습니다"와 같이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의 시기와 방법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은 경우 사실 인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볼 여지가 높습니다.
신고 내용에는 해당 사실을 목격한 사람이 있는지, 관련 증거자료(사진, 녹음, 메신저 내용 등)가 있는지도 기재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제한된 시간 내에 사안을 조사해야 하므로, 이런 정보들이 매우 소중합니다.
간혹 "가해학생이 다른 아이들에게도 비슷한 행동을 했다"는 내용을 신고서에 기재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해당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 아이의 피해 사실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신고서는 우리 아이가 당한 피해에만 집중해서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고서 말미에는 어떤 조치를 원하는지도 구체적으로 기재해 주세요. "가해학생에 대한 적절한 조치"라는 추상적 표현보다는, "가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서 제출" 등으로 명시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학교폭력 사안에서 신고서는 단순한 서류가 아닙니다.
우리 아이를 보호하고 정의를 실현하는 첫 번째 단계의 도구입니다.
같은 사실관계에서 신고내용에 따라서 조치가 나올 수도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만으로도 사안 처리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죠.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실 중심으로 차분하게 정리해 주신다면, 더욱 효과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학교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신고를 하기로 결정하셨다면 신중한 작성을 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