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다 써줄게!

3화: '학생 작성 확인서'는 '학생'이 써야

by 송혜미


'학생 작성 확인서', 우리 아이의 진심을 전하는 법


자녀의 학교폭력 신고를 하신 후,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것이 바로 '학생 작성 확인서의 작성'입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놓치고 계시는 학생 작성 확인서 작성의 핵심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학생 작성 확인서는 우리 아이의 목소리를 전하는 창구입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위원들이 우리 아이를 직접 만나기 전까지, 그들이 접할 수 있는 아이의 생각과 마음은 심의위원회 개최의 학생의 직접 진술을 제외하고는 오직 이 학생 작성 확인서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위원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켜봐 온 전문가들입니다. 교장선생님, 학부모대표, 변호사, 청소년 전문가 등이 모여 우리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분들은 정말 많은 학생들의 학생작성확인서를 보셨습니다. 그래서 한 줄 한 줄을 읽으며 '아, 이 아이가 정말 힘들었구나', '이 상황이 얼마나 무서웠을까' 하는 마음으로 꼼꼼하게 읽어주십니다.


엄마, 아빠의 마음만 앞서면 안 되는 이유


대신 작성해주시고 싶은 마음, 정말 이해합니다. 내 아이가 아픈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많은 부모님들이 밤새워 인터넷을 뒤지고, 법률 서적도 찾아보시며 완벽한 학생 작성 확인서를 작성해주려 하십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학생작성확인서를 아이가 작성하지 못하도록 조퇴를 시키기도 하고, 선생님께 학생작성확인서를 받아오도록 하여서 집에서 컴퓨터로 깔끔하게 정리해서 출력해주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잠깐, 생각해 보세요.


학폭위 위원들이 중학교 2학년 학생의 확인서를 읽는데, 갑자기 "피해의 중대성과 지속성을 고려할 때"라는 문장이 나온다면 어떨까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상당한 인과관계"라는 표현을 13세 아이가 썼다면요?


아무리 똑똑한 아이라도, 이런 법률용어는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어른들도 사실 제가 당사자분들이 직접 작성하신 법률 서면을 보면, 그런 용어들을 잘 사용하지 않으십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위원들은 '아, 이 아이가 직접 쓴 게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죠. 그 순간 우리 아이의 진짜 목소리는 묻혀버리고 맙니다.


아이의 언어로 전해야 하는 진짜 이유


제가 수많은 사례를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가장 강력한 학생 작성 확인서는 바로 '아이다운' 확인서라는 것입니다.


"OO이가 계속 제 연필을 빼앗아 갔어요. 돌려달라고 했는데 '너 같은 애는 연필 쓸 자격도 없어'라고 했어요. 그래서 너무 창피하고 슬펐어요."


"점심시간마다 제 앞에 와서 '야, 너 진짜 못생겼다. 거울 좀 봐라'라고 말했어요. 친구들이 다 듣는데서요. 그래서 점심 먹기가 싫어졌어요."


이런 솔직하고 구체적인 표현이 오히려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아이의 순수한 언어로 전해지는 아픔이 더 진실되게 느껴지거든요.


감정의 폭발과 비난보다는 사실 관계를


억울하고 분한 마음, 정말 잘 압니다. 그 아이를 당장 벌주고 싶고, 다시는 우리 아이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고 싶으실 테죠. 하지만 확인서에 "OO 이는 악마 같은 아이예요", "꼭 전학 보내주세요", "이런 아이와 같은 반에 있을 수 없어요", "OO 이와 다른 엄마들도 전학 보내야 한다고 했어요"같은 표현을 적으면 어떨까요?


위원들은 오히려 '너무 피해에 몰입되어 감정에 치우쳐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대신 우리 아이가 겪은 구체적인 상황을 직접 차근차근 적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일관성, 그 소중함을 아시나요?


때로는 확인서를 여러 번 작성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추가 조사가 필요하거나, 더 자세한 내용을 요구받을 때죠.

이때 위원들은 이전 학생작성확인서와 비교해서 내용이 일치하는지 꼼꼼히 살펴봅니다.


처음엔 "OO이가 제 가방을 발로 찼어요"라고 했다가, 두 번째엔 "OO이가 제 가방을 찢었어요"라고 하면 어떨까요? 작은 차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위원들에게는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 됩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아이와 충분히 대화하고, 정확한 기억을 바탕으로 아이의 기억대로 아이가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아이를 지키는 확인서 작성법 꿀팁!


아이와 충분한 대화 시간을 가져주세요. 무엇보다 아이가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네가 겪은 일을 엄마(아빠)에게 차근차근 말해줄래?"라고 시작해 보세요. 그럼 아이의 기억이 초반에 잘 정리될 수 있을 거예요.


아이의 손으로 직접 써주세요 컴퓨터 타이핑보다는 아이의 손글씨가 훨씬 진정성 있게 느껴집니다. 글씨가 예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게 바로 우리 아이만의 특별함이니까요.


아이의 표현을 그대로 살려주세요 "완전 짜증 났어요", "진짜 무서웠어요" 같은 아이다운 표현이 오히려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어른스럽게 다듬어주려 하지 마세요.


구체적인 상황을 시간 순으로 적어주세요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를 차근차근 적어주세요. "3월 15일 점심시간에 급식실에서..."처럼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아이의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해 주세요 "그때 너무 창피해서 울고 싶었어요", "밤에 잠도 잘 안 와요", "학교 가기 싫어졌어요" 같은 솔직한 감정 표현이 중요합니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솔직하게 모든 걸 다 기억할 필요는 없어요. "정확히 몇 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이라고 솔직하게 적어도 괜찮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


학생작성확인서 한 장이 우리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습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부담스러워하실 필요는 없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학교폭력신고를 시작하기로 하셨다면, 혹은 신고를 당하셨다면, 우리 아이의 진짜 목소리를 전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겪은 일을 있는 그대로, 아이의 언어로, 아이의 마음으로 전해주세요.

그것이 바로 가장 강력한 학생작성확인서가 됩니다.


혹시 확인서 작성 과정에서 막막하시거나 전문적인 조언이 필요하시다면,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나 교육청의 학교폭력 상담센터를 이용하실 수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를 지키는 일이니 도움이 필요하시면 아이의 기억이 잘 정리되어서 신고하는 목적에 맞게 신고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을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도움을 받아 정리를 하되, 아이의 언어로 아이의 기억을 정리하는 것일 뿐 오염되거나 왜곡하지 않도록 하여서 직접 아이가 작성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길 오늘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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