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편. 심의위원회에 교원, 경찰, 변호사가 있는 이유

- 위원들은 무엇을 보는가

by 송혜미

학교폭력 심의위원회 출석 통보를 받은 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거의 같은 질문을 듣게 됩니다.


"거기 가면 경찰 조사처럼 진행되는 건가요?"

"변호사도 있다던데 재판처럼 되는 건가요?"


처음 심의위원회라는 곳을 접하는 부모님들에게는 그 구성 자체가 꽤 무겁게 느껴집니다.

변호사, 경찰 같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고 들으면 더 그렇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심의를 앞두고 이미 긴장한 상태로 오십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수사기관도 아니고, 법원도 아닙니다.


=심의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학교폭력예방법 제12조에 따르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교육장 소속으로 설치됩니다. 위원은 10명 이상 50명 이내로 구성되며, 전체 위원의 3분의 1 이상은 학부모 위원으로 위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실제 심의에 참석하는 위원 구성을 보면 변호사, 경찰, 교수, 의사, 청소년 상담 전문가, 그리고 학부모 위원들이 함께 자리합니다. 처음 이 구성을 보면 "왜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학교폭력 사안은 단순히 누가 잘못했는지를 가리는 문제로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심리 상태, 가정 환경, 또래 관계, 행위의 경중, 재발 가능성까지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법률, 상담, 의료, 교육 등 여러 분야의 시각이 필요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이러한 위원 구성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심의위원회의 목적은 형사절차와 다르다


많은 분들이 심의위원회를 경찰 조사나 재판과 비슷한 절차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상담 과정에서 이런 질문도 자주 나옵니다.


"경찰서에 낸 증거는 공유가 되는 건가요?"

"상대방 진술과 엇갈리면 어떻게 되나요?"


그러나 심의위원회는 형사절차와 목적 자체가 다릅니다. 심의위원회의 목적은 학교폭력예방법 제1조에 명시된 것처럼 피해 학생의 보호,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 그리고 학생 간 분쟁 조정입니다. 즉 심의위원회는 "이 아이가 유죄인가 무죄인가"를 판단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 상황에서 어떤 조치가 필요한가"를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심의위원회의 질문 방식이나 진행 방식도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심의위원회에는 조사 권한이 없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의외로 모르고 계신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강제적인 조사 권한이 없습니다.

경찰처럼 압수수색을 할 수도 없고, 검사처럼 진술을 강요할 수도 없습니다. CCTV를 강제로 확보하거나 제3자를 강제로 불러 진술을 받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심의위원회가 판단할 때 참고하는 자료는 양측이 제출한 자료, 학교가 작성한 사안 보고서, 그리고 심의 당일의 진술입니다. 결국 심의 전에 어떤 자료를 얼마나 정리해서 제출하느냐가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심의 당일에는 위원들이 비교적 구체적인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일이 한 번 있었던 것입니까, 아니면 여러 번 반복되었습니까",

"그 당시 교실에는 다른 학생들이 있었습니까",

"사건 이후 두 학생의 관계는 어떻게 변했습니까" 같은 질문들입니다.


처음 듣는 부모님들은 종종 당황합니다. 마치 신문을 받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원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사건의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다면 위원들은 실제로 무엇을 보는가


심의위원으로 여러 사안을 접하면서 느낀 것은, 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고반화라고 하는 요소인데요.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정도, 화해정도입니다. 즉, 행위가 일회성이었는지 반복되었는지, 학생들 사이에 힘의 불균형이 있었는지, 피해 학생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 그리고 가해 학생 측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입니다.


특히 마지막 항목인 가해 학생 측의 태도는 조치 수위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진심 어린 반성과 사과가 있는지, 아니면 사실 자체를 부인하거나 피해를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이는지를 위원들은 매우 예민하게 감지합니다. 피해 측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억울한 마음이 크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다만 심의 현장에서 감정적으로 격앙된 진술보다 사실 중심의 차분한 설명이 훨씬 더 신뢰 있게 전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위원들이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사실과 태도입니다.


결국, 심의위원회는 아이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 준비 없이 들어가도 되는 자리도 아닙니다. 이 자리가 무엇을 판단하는 곳인지, 그리고 위원들이 실제로 무엇을 보고 있는지를 알고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심의의 방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심의위원회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오가는 말 한마디, 제출된 자료 한 장이 아이의 학교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의위원회를 앞두고 가장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정확한 이해와 준비입니다. 그렇기에 그날의 출석은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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