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기 가면 우리 아이가 직접 말을 해야 하나요?
학교폭력 심의위원회 출석 통보서를 받은 부모님들이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거기 가면 우리 아이가 직접 말을 해야 하나요?"
"제가 대신 설명할 수는 없는 건가요?"
심의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부모와 아이 모두 긴장합니다.
"위원들이 뭘 물어보지?",
"아이가 말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내가 괜히 잘못 말하면 불리해지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계속 맴돕니다.
그 긴장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심의를 앞둔 부모님들 대부분이 비슷한 마음을 이야기하십니다.
이번 편에서는 심의 당일 실제로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들어가기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심의가 끝난 후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 심의 당일,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가
심의위원회는 비공개로 진행됩니다.
학교폭력예방법 제19조에 따라 심의는 원칙적으로 공개되지 않으며, 사건 관계자 외에는 입장할 수 없습니다.
당일 현장에 도착하면 보통 피해 측과 가해 측의 대기 공간이 분리됩니다. 양측이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순서가 되면 심의실로 안내됩니다.
심의실에 들어가면 긴 테이블을 중심으로 여러 명의 위원들이 앉아 있습니다. 변호사, 경찰, 상담 전문가, 학부모 위원 등 다양한 분야의 위원들이 참석하며, 아이와 부모는 위원들 앞에 마련된 자리에 앉게 됩니다.
심의는 보통 교육청 간사 역할을 맡은 주무관이나 장학사의 진행으로 시작됩니다. 위원장이 신고된 사안의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부터 진행하고, 이후 당사자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며 위원들이 필요한 질문을 합니다.
먼저 피해 학생 측이 진술하고 질문에 답한 뒤 퇴장하고, 이어서 가해 학생 측이 같은 방식으로 진술합니다. 양측 진술이 모두 끝나면 당사자들은 심의실에서 나가고, 이후 위원들만 남아 별도의 심의를 진행합니다.
= 들어가기 전에 — 준비해야 할 것들
심의 당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실 심의 전 준비 과정입니다.
먼저 자료 정리입니다.
카카오톡 대화 내역, 사진이나 영상, 목격자 진술서, 병원 진료 기록 등 사건의 사실관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는 심의 당일에도 제출이 가능하지만, 실무적으로는 심의일 이전에 미리 제출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위원들이 사안을 미리 검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의 당일 처음 보는 자료는 충분히 검토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자료를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아이와의 사전 대화입니다.
"말을 맞추라는 의미인가요?"라고 묻는 부모님도 계십니다만, 그 뜻이 아닙니다.
심의가 어떤 자리인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를 미리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아무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심의 자리에 들어가면 긴장해서 말을 하지 못하거나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간혹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심의에 데리고 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추천하기 어려운 선택입니다.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당사자는 결국 아이 자신이고, 위원들 역시 부모의 설명보다 아이의 진술을 가장 궁금해하고 신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능하다면 아이가 직접 참석해 자신의 경험을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심의 과정에서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의 태도입니다.
심의 현장에서 부모가 감정적으로 격앙되거나 상대방을 직접 비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위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부모의 태도가 아이에 대한 조치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 나온 후 — 심의가 끝나면
심의가 끝나고 나오면 많은 부모님들이 허탈함을 느낍니다. 준비를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짧게 끝났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심의 결과는 당일에 안내되지 않습니다.
심의가 끝난 후 위원들은 논의를 거쳐 결론을 정리하고, 회의록 작성 후 당사자에게 우편으로 결과가 통보됩니다.
결과에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피해 측과 가해 측의 청구 기간과 절차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결과 통보서를 받으면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심의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날 아이의 상태를 먼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심의 자리는 어른에게도 긴장되는 자리입니다. 아이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심의가 끝난 날만큼은 절차 이야기보다 아이 곁에 있어 주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심의 당일은 생각보다 짧고, 생각보다 조용하게 지나갑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위원들이 보고 판단하는 것은 결국 두 가지입니다.
사실과 태도입니다.
어떤 자료를 준비해서 들어가는지, 그리고 그 자리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그것이 심의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