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둘러싸인 바다라는 뜻의 지중해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부터 유럽인들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문명이 발달했고, 경제 활동을 했으며, 때로는 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죠. 유라시아 동쪽 끝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지중해는 멀고, 신비한, 그러나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그런 바다이겠지만, 유럽인들에게 지중해는 친숙하고, 가까운, 마치 마음의 고향 같은 그런 바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유럽인들은 여름 휴가지로 지중해 해변을 선택합니다. 이번에는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남부의 대표적인 휴양지 아말피 해안으로 떠나보도록 할게요.
가파른 언덕에서 바라본 아말피 해안
로마제국의 중심이자 바티칸 시국을 품고 있는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에서 고속 기차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습니다. 이탈리아는 로마를 기준으로 남북으로 구분이 되는데, 북쪽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남쪽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북부에 사는 사람들은 남부 이탈리아인들에게 게으르다고 반대로 남부인들은 북부인들에게 차갑다고들 합니다. 기차는 남부 이탈리아의 중심 도시 나폴리를 지납니다. 마르게리따 피자의 원조 도시를 지나니까 피자 생각이 간절했지만 어쨌든 저의 목적지는 아말피 해안이니까 잠시 참기로 했습니다. 차창 밖으로는 원뿔 모양의 베수비오 화산이 보입니다. 과거 큰 화산폭발로 도시가 사라져 버린 폼페이의 베수비오 화산입니다.
아말피 해안의 출발지 살레르노에 도착했습니다. 살레르노는 나폴리와 함께 남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도시로 인구 13만 명의 항구도시입니다. 살레르노에서부터 아말피 해안으로 줄지어있는 해안 도시들은 중세 시대부터 지중해 무역의 중심지로 번성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아말피 공화국의 중심 도시 아말피가 있습니다. 살레르노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어서 아직도 많은 관광객이 찾습니다. 하지만 현재 살레르노는 지중해의 휴양도시 아말피 해안으로 가는 관문 역할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살레르노에서 아말피 해안으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해안 절벽 도로를 따라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고, 둘째는 고속 페리를 타고 바다를 가로질러 가는 방법입니다. 절벽으로 나있는 도로는 워낙 꼬불꼬불하고 도로 폭이 좁아서 반대편에서 차량이 오면 아슬아슬하게 비켜가야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버스보다 페리를 타고 가는 것이 훨씬 빠릅니다. 저는 미리 예매해 둔 고속 페리를 타고 짙푸른 지중해 바다를 가로질러 아말피 해안을 향해 달렸습니다.
페리를 타고 아말피에 도착했다!
30분 동안 힘차게 달린 페리는 가파른 절벽에 차곡차곡 건물이 들어선 아말피에 도착했습니다. 여름휴가의 절정을 맞이한 아말피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넘실거리는 지중해의 푸른 파도와 그 옆에 느근하게 흔들거리는 하얀 요트가 보이는 곳에 위치한 피자리아에서 그토록 기대하던 피자를 시켰습니다. 나폴리를 위시한 남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피자는 피자 도우 위에 토마토, 모짜렐라 치즈, 그리고 바질이 토핑으로 들어간 마르게리따 피자입니다. 1889년 마르게리따 여왕이 나폴리를 방문하였을 때 당시 최고의 요리사였던 돈 라파엘 에스폰트가 여왕을 위해 만든 피자로, 빨간 토마토, 하얀 모짜렐라 치즈, 초록색 바질로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하는 피자이기도 합니다.
아트라니에 위치한 전망이 좋았던 숙소 테라스
숙소는 아말피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자그마한 마을 아트라니란 곳에 잡았습니다. 피서객들로 북적거리는 아말피와는 달리 아트라니는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습니다. 거기다 숙박비도 아말피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바다도 가까이 있습니다. 저는 숙방 공유 앱으로 이탈리아 가정집을 독채로 빌렸는데, 옥상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푸른 지중해와 가파른 아말피 해안이 한눈에 보이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유럽 대표 여름 휴양지에 왔는데 해수욕이 빠질 수는 없죠! 숙소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얼른 지중해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한적하고 여유로웠던 아트라니 해변
돌아가는 길은 해안 절벽 도로를 따라 버스로 이동했습니다. 깎아질 듯 가파른 절벽에 나있는 도로는 차 2대가 겨우 비켜서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습니다. 특히 90도로 꺾이는 코너에서는 혹시 반대편에서 차가 오면 사고가 날 수 있으니까 운전사 아저씨는 연신 경적을 울려댑니다. 그럼에도 신기하게 이 좁고 가파른 절벽 위 도로를 커다란 버스 2대가 서로 아슬아슬하게 비켜갑니다. 이렇게 아찔한 버스를 타고 푸른 지중해와 아름다운 아말피 해안을 가슴 한가득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