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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리는 강선생 Jun 12. 2024

티베트인들의 가장 뜨거운 최후의 저항

1963년 6월 어느 날,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의 대로 한복판에 노승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습니다. 그의 주변에는 승려를 비롯하여 수많은 시위대들과 이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들이 대치하고 있습니다. 그 순간 강렬한 휘발유 냄새와 함께 강렬한 화염이 승려의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 중에도 그는 한치의 미동도 없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습니다. 이 승려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대승 틱꽝득입니다. 그는 불교를 탄압하던 남베트남의 응오딘지엠 독재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스스로를 불태우며 소신공양하였습니다. 한 승려의 강렬한 희생은 전 세계에 대서특필되었고, 이 장면을 촬영한 사진 기자는 그 해 퓰리처 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베트남의 독재 정권의 야만성이 전 세계에 알려졌고, 그 결과 미국 케네디 정부의 비호를 받던 남베트남의 독재정권은 무너졌습니다.

남베트남의 독재 정권을 몰아낸 승려 틱꽝득의 소신공양


그런데 최근 중국 시짱 자치구와 티베트 망명정부가 위치한 인도 다람살라 등지에서 티베트인들이 중국 정부에 대한 저항하는 소신공양을 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승려부터 일반인, 청소년, 심지어는 티베트 출신 중국의 아이돌 가수도 스스로를 불태우는 최후의 저항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되었습니다. 체왕 노르 부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전국 9위까지 올랐던 티베트족 출신 아이돌 가수입니다. 만 26살의 그는 라싸 포탈라궁 앞에서 티베트의 자유를 외치며 스스로 몸에 불을 질렀습니다. 티베트 망명정부와 일부 외국 언론을 통해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관련 소식이 일절 보도되지 않고 있습니다.

뮤직비디오에서 티베트어로 노래 부르는 체왕 노르 부


사실 이러한 소신공양은 최근의 일만은 아닙니다. 2009년 티베트의 한 사원에서 20대 중반의 승려가 기름을 부은 몸에 스스로 불을 붙였습니다. 이 젊은 승려의 이름은 타페이.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손에는 직접 만든 달라이 라마의 사진이 붙여진 티베트 깃발이 들려 있었습니다. 불 길에 휩싸인 그를 향해 무장 경찰이 발포했고, 타페이는 그 자리에서 즉각 쓰러졌습니다. 2년 후 같은 사원에서 20세 승려 푼트소그가 또 분신했습니다. 그날은 10명의 티베트 승려가 총격당해 사망한 키르티 사원 시위 3주기였습니다. 그 후로도 충격적인 분신의 행렬이 이어졌는데, 2009년 이후 현재까지 티베트에서는 총 159명이 분신했다고 합니다. 분신은 인도에 살고 있는 티베트인들에게로 이어졌습니다. 2012년 3월 26일 중국공산당 총서기 후진타오의 인도 방문을 앞둔 시점, 수도 뉴델리에 살고 있는 티베트인 잠파 예시는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습니다. 그는 온몸에 불길이 치솟는 가운데 거리를 달려가며 절규하였습니다.

인도에 살고 있는 티베트인 잠파 예시의 불타오르는 절규


미국과 함께 세계 초강대국인 중국 정부와 군경의 무자비한 폭력에 대항할 수 없는 티베트 사람들은 이처럼 극렬한 항의와 장중한 저항의 방법으로 스스로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놓아 통째로 바치는 소신공양을 선택합니다. 티베트인들이 이렇게 스스로를 불태우며 희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소신공양이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타인에 대한 비폭력을 실천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저항의 의지를 표명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60년 전 베트남 노승의 뜨거운 희생이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켜 결국 독재정권을 무너뜨렸던 것처럼 티베트인들의 뜨겁고 처절한 저항이 과연 그들이 그토록 바라는 티베트의 자유(Free Tibet)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과연 이 아이들에게 진정한 자유가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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