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계를 읽는 안경

세계 문제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

by 지리는 강선생

반갑습니다. 이 책을 펼친 여러분과 함께 진짜 세계로 여행을 떠날 고등학교 지리교사 강이석입니다.


이 책의 제목은 '욕망의 도시, 충돌하는 세계'입니다. 부제는 '고등학생의 시야를 확 넓혀주는 진짜 세상 읽기'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습니다. 이 책의 목표는 인류가 직면한 전 지구적 문제들을 이해하고, 급변하는 미래 사회를 전망하며 해결책을 모색해보자는 것입니다.


저는 지리교육을 전공했고 학교 현장에서 10년 넘게 학생들을 만나왔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 역시 이 복잡한 세계의 모든 문제에 대해 완벽하게 알지는 못합니다.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고, 한 명의 교사가 그 모든 변화의 최전선을 낱낱이 파악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하지만 저는 확신합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며 토론의 장을 열어갈 때 우리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를요. 여러분 못지않게 저 또한 치열하게 공부하며 이 글을 썼습니다. 고등학교 수험 생활이라는 건조한 사막을 건너는 여러분에게 이 책이 단순히 지식을 채우는 도구를 넘어 한장 한장이 기다려지는 달콤한 오아시스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왜 하필 '세계 문제'일까? (ft. 대학 입시와의 연결고리)


처음 이 책을 기획했을 때 망설임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과연 학생들이, 그리고 독자들이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질까?'하는 걱정 때문이었죠. 입시 준비로 1분 1초가 아까운 수험생들에게, 당장 점수가 나오는 국영수 문제집이 아닌 '도시와 국가, 그리고 세계 문제 탐구'라는 타이틀이 매력적으로 다가올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곧 이 주제가 여러분에게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제가 출판사에 제안한 책 표지에 꼭 실어달라고 적어두었던, 다소 '어그로'처럼 보일 수도 있는 문구를 소개합니다.


"이 책의 내용은 경영학과, 경제학과, 무역학과, 국제학과, 도시학과, 사회학과, 문화인류학과, 지리학과 등으로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적합함."


혹시 이 문구에 혹해서 책을 집어 든 학생이 있나요? 유튜브 썸네일에 낚인 것 같은 기분인가요? 장담하건대 이건 단순한 어그로가 아닙니다. 여러분이 경영, 경제, 정치, 외교 등 사회과학 계열로 진학하고자 한다면,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전공 적합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재료가 됩니다.


대학 교수님들이 원하는 인재는 단순히 교과서의 용어를 암기한 학생이 아닙니다. 사회 현상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서로 다른 사건들을 연결할 수 있는 '통찰력(Insight)'을 가진 학생을 원합니다.


실제로 이 책의 바탕이 된 저의 강의를 수강했던 학생들의 희망 진로를 보면 경영·경제 계열이 가장 많았고, 정치·외교, 교육, 법조계, 공무원 등 다양했습니다. 여러분이 이 책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힌다면, 단순히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생활기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남들과는 차별화된 깊이 있는 통찰을 기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단순한 '환율 상승'의 개념을 아는 것을 넘어, 그것이 국제 정세의 불안과 어떻게 연결되며 국내 물가와 기업 활동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오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입학사정관의 눈길을 사로잡는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교과서 밖의 진짜 공부


3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었죠. 이 안타까운 역사적 사건은 우리가 배울 '세계 문제'의 핵심을 관통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리적 위치(지정학),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증시 변동(세계 경제), 국제 사회의 제재(국제 정치), 그리고 난민 발생과 인권 문제(인류 보편 가치)까지. 이 전쟁은 단순한 두 나라 간의 싸움이 아니라, 에너지 패권, 식량 안보, 그리고 강대국들의 알력 다툼이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와 같습니다. 교과서 속 죽은 지식이 아니라, 지금 당장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생생한 이슈를 분석하는 힘을 기르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목표입니다.


특히 저는 '지리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경제와 정치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거시경제학의 그래프보다, 우리가 발 딛고 선 도시와 땅에서 벌어지는 '공간의 경제학'이 훨씬 더 피부에 와닿기 때문이죠. "왜 이 땅이 중요한가?", "왜 도시는 이곳에 형성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다 보면, 복잡해 보이던 정치·경제 현상들이 의외로 명쾌하게 풀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여러분의 삶과 맞닿아 있는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네 가지 안경


자, 그럼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가 꼭 챙겨야 할 준비물이 있습니다. 바로 '사회과학 연구방법'이라는 안경입니다. 세상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사과를 봐도 누군가는 '빨갛다'고 하고, 누군가는 '맛있겠다'고 하며, 누군가는 '중력'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죠. 앞으로 나올 내용들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사회과학자들이 세상을 분석할 때 쓰는 이 네 가지 관점을 먼저 장착해 봅시다.


1. 계량적 접근: 인간은 합리적인 계산기다?


첫 번째는 '계량적 접근(Quantitative Approach)'입니다. 17세기 과학혁명 이후, 사람들은 세상을 수학과 과학으로 측정 가능한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 관점은 신고전주의 경제학이나 입지 이론 등에서 주로 쓰이는데, 인간의 감정이나 가치관을 배제하고 철저히 객관적인 수치와 데이터로 사회를 설명하려 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덴마크의 1인당 GDP가 6만 달러이고 한국이 3만 달러라면, 계량적 관점에서는 덴마크가 무조건 더 살기 좋은 나라입니다. 수치가 더 높으니까요.


이 접근법은 인간을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경제적 인간(Homo Economicus)'으로 가정합니다. 월급 300만 원을 주는 A 회사와 500만 원을 주는 B 회사가 있다면? 경제적 인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B를 선택합니다. 근무 환경이 어떻든, 동료가 누구든 상관없이 '숫자'가 더 큰 쪽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는 것이죠. 이것이 계량적 접근이 바라보는 세상입니다. 명쾌하고 효율적이지만, 어딘가 차갑게 느껴지지 않나요?


2. 행태적 접근: 인간은 '가심비'를 따진다


하지만 우리 인간이 그렇게 단순한가요? 기계처럼 계산만 하나요?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행태적 접근(Behavioral Approach)'입니다. 계량적 접근이 놓치고 있는 '인간의 심리'와 '주관성'에 주목하는 관점입니다. 인간은 단순히 이익만 좇는 기계가 아니라, 심리적 만족감을 추구하는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죠.


이 관점에서 인간은 합리적 극대화자가 아니라 '만족자(Satisfier)'입니다. 월급이 조금 적더라도 워라밸이 보장되는 직장을 선택하고, 월세가 비싸도 힙한 도심 오피스텔을 고집하며, 밥값은 아껴도 명품 신발은 사는 20대의 '가심비' 소비가 바로 그것입니다. 객관적인 환경보다, 내가 그 환경을 어떻게 인지(Perception)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수치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주관적인 행동과 심리를 들여다보는 안경, 그것이 행태적 접근입니다.


3. 구조주의 접근: 시스템이 나를 만든다


세 번째는 '구조주의(Structuralism) 접근'입니다. 앞서 본 관점들이 개인의 선택에 주목했다면, 구조주의는 그 개인을 둘러싼 거대한 '시스템(구조)'을 봅니다. 개인의 자유의지보다는 사회의 틀이 개인의 삶을 결정한다고 믿는 것이죠.


마르크스주의가 대표적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와 노동자라는 계급 구조가 존재하는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를 개인의 나태함이 아니라 사회 구조적 모순에서 찾는 것입니다. "나의 욕망은 타인의 욕망이다"라는 자크 라캉의 말처럼, 내가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조차 사실은 자본주의나 미디어가 심어준 욕망일 수 있다는 서늘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 안경을 쓰면 사회의 부조리와 근본적인 갈등 구조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4. 포스트 구조주의: 정답은 없다, 다양성을 인정하라


마지막은 '포스트 구조주의(Post-structuralism) 접근'입니다. 구조주의가 세상에 단 하나의 거대한 법칙(구조)이 있다고 믿었다면, 포스트 구조주의는 그 믿음을 해체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게 딱 떨어지지 않아."라고 반박하는 것이죠.


그들은 계급 갈등이라는 하나의 틀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거부합니다. 대신 젠더, 인종, 나이, 종교, 지역 등 수많은 차이가 존재하며, 세상에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미셸 푸코처럼 지식과 권력이 어떻게 결탁하여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지 파헤치거나, 소외된 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닫힌 체계를 거부하고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열린 태도, 이것이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정답 찾기에 익숙한 우리에게 "정답은 없어, 네 생각이 중요해"라고 말해주는 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조금 딱딱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네 가지 도구를 주머니에 넣고 있다면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세계화, 도시 문제, 지정학적 갈등들이 훨씬 입체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어떤 현상을 볼 때 "이건 수치로 보면 이렇지만(계량), 사람들의 심리는 다를 수 있고(행태),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 있으며(구조), 다양한 소수자의 입장도 고려해야 해(포스트 구조)"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대학 수준의 사고력을 갖춘 셈입니다.


"부끄러운 만큼 배운다"는 말이 있습니다. 앞으로 책을 읽어나가며 궁금한 점이 생기거나 제 생각과 다른 의견이 있다면 언제든 메모하고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그런 치열한 고민의 과정이 여러분을 성장시킬 것입니다.


자, 이제 준비운동은 끝났습니다. 다음 장부터는 본격적으로 세계라는 거대한 바다로 뛰어들어 보겠습니다. '세계화의 본질'을 파헤치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어떻게 연결되고 또 단절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

-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토드 부크홀츠): 인간을 합리적 존재로 전제한 고전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재미있는 일화와 함께 설명함. '경제적 인간'의 탄생 배경을 이해하기에 최적.

- 넛지 (Nudge)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인간이 늘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며 적절한 설계(넛지)가 필요함을 역설함.

-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야마구치 슈): 라캉의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개념을 비롯해 난해한 철학 개념들을 현대적 일상과 연결해 쉽게 해설해 주는 입문서.

-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한국 사회의 계급 갈등과 구조적 모순을 가장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에서 하부구조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는지 토론하기 좋음.


생활기록부 연계 탐구 제안

- 경제학, 수학: 학교 매점 및 급식의 가격·선호도 분석을 통해 '합리적 인간'과 '수요 탄력성' 가설 검증하기

- 사회학, 심리학: 교내 '넛지(Nudge)' 설계를 통한 행동 변화 실험 또는 대중매체(영화, 드라마) 속 이데올로기 비평

- 철학, 윤리: SNS 알고리즘과 CCTV를 '디지털 판옵티콘' 관점에서 분석하고, 현대 사회의 정보 인권 문제 탐구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