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여행 에세이 '여행이 부르는 노래'를 출판하고, 유튜브 '지리는 강선생' 구독자가 급증하면서 다양한 곳에서 강의와 원고 요청을 받았습니다. 본업이 고등학교 지리 교사이다 보니까 주로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의뢰가 왔을 것 같지만, 의외로 대학교나 방송국, 신문사에서 더 많은 요청을 받았습니다.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좋아하는 성격이라서 분수에 맞지 않게 웬만한 요청은 다 받아서 11월 한 달간은 10번도 넘게 강의를 하고 원고를 썼던 것 같습니다.
지리는 강선생의 여행 에세이 '여행이 부르는 노래'
그렇게 새로운 일들을 하면서 처음 사람들을 만나면 스스로를 소개할 때 이런저런 부연 설명이 붙게 됩니다. 일단 고등학교 지리교사이면서 유튜브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까 여행 에세이를 쓰게 되었고, 글 쓰는 것과 음악을 좋아한다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역시 실력은 부족하지만 노래와 음악을 좋아해서 직접 프로듀싱한 앨범도 계획 중이라고 덧붙이죠. (원래 작년 12월까지 내려고 했던 앨범 '39'는 저의 게으름과 갑자기 바빠진 상황, 그리고 새 정부의 만 나이 정책으로 자연스럽게 연기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자신에 대해 소개할 때 이런저런 잡다한 프로필을 나열하는 것보다 굵직한 한마디로 소개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서울대' '강남' '벤츠'와 같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인정받는 그런 특출한 '명사(noun)'같은 단어들이죠. 하지만 언제부턴가 어떤 사람을 정의하는데 명사보다 '형용사(ajective)'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명사는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지만 형용사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임을 보여주니까요. 그래서 이제 저의 이런 멀티 페르소나적인 성격을 숨기지 않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과연 나는 형용사같은 사람일까? 명사같은 사람일까?
2. 코로나 덕분에 시작한 유튜브
사실 처음부터 영상에 관심이 많거나 유튜브를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는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과 영상을 정말 안 찍는 편이었어요. 촬영하는 행위가 여행 자체를 즐기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유튜브 아이디를 만든 것도 얼마 되지 않았고, 유튜브를 잘 보지도 않았습니다. 요즘 mz세대들은 모르는 게 있으면 유튜브에 찾아본다고 하는데 저는 여느 평범한 30대 후반 아재들처럼 궁금한 건 네이버나 다음에 찾아보는 사람이었으니까요.
제가 처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2020년부터 3년 넘게 우리와 함께 해온 코로나 덕분입니다. 전 세계를 휩쓴 전염병으로 학교에서는 대면 수업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해에 고3 담임을 맡았는데 3월이 되어도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으니까 상담은 커녕 수업도 할 수 없었습니다.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느닷없이 발생한 환란에 궁여지책으로 교사들에게 온라인 수업을 권장했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유튜브였습니다. 저는 그래서 그때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습니다. 채널명은 '지리는 강선생'
지리교육계의 금손 이나리 선생님께서 그려주신 지리는 강선생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업로드하는 일이 처음이다 보니까 스킬도 부족했고, 영상의 퀄리티도 많이 부족했습니다. 매일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하는 직업이지만 카메라 앞에서 혼자 떠드는 건 또 다른 일이더라고요. 실제로 듣는 학생들이 없으니까 리액션도 없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통 말이 안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학생들이 앞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떨렸습니다. 또 마이크를 안 쓰다 보니까 목소리가 교실 전체에 울려서 좋은 퀄리티의 영상이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영상의 조회수는 처참했습니다. 당연한 얘기죠. 구독자가 애초에 10명 단위였으니까요. 제가 맡은 한국지리, 여행지리 수업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업로드하고 학생들에게 보라고는 했지만, 이건 참... 만든 제가 봐도 보기 민망한 영상이었습니다. 재미도 없고, 그렇다고 수업이 평소처럼 잘 되지도 않았거든요. 그리고 영상 길이도 40분이 넘을 정도로 길고, 음성이 울려서 잘 안 들리는 데다 자막도 없어서 여러모로 참으로 처참한 영상이었습니다. 그렇게 유튜브를 시작했지만 2021년 여름까지 지리는 강선생은 수업 영상을 간간이 올리는 그저 그런 유튜브 채널이었습니다.
3. 여행 유튜버들에게 질투가 났다
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히자 여행 유튜버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해외여행을 못 다니니까 영상으로나마 대리만족하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간 것이죠. 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그때 알게 된 여행 유튜버가 빠니보틀과 뜨랑킬로였습니다. 사실 저는 여행 유튜버들로 대리만족을 느끼기보다는 여행을 못 한다는 좌절감이 더 들었습니다. 화면 속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특이하고 재미있게 여행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여행했었는데, 나라면 더 잘할 수 있는데!'라는 묘한 배신감과 질투심이 끓어올랐습니다.
구독자 155만의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
삼겹살에 소주를 먹으면서 여행 유튜버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해외여행은 아예 불가능한 현재 내가 여행 유튜버로서 콘텐츠는 무엇일까 생각해 봤고, 답은 내가 잘하면서 좋아하는 도보여행이다라고 결론 났습니다. 그렇게 저는 잔에 따른 소주가 식기도 전에 도보여행 유튜버가 되기로 했고, 바로 다음 달 여름방학 때 도보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출발지는 우리나라 북쪽 끝 고성 통일 전망대, 도착지는 부산 오륙도. 총거리는 770km였습니다.
한여름 17일 동안 도보여행을 완주했고,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한 손에 고프로를 들고 걸으면서 혼자 이야기하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거의 10년 만에 하는 장거리 도보여행인데 아직까지 몸이 버텨주는 게 신기했습니다. 오히려 20대였을 때보다 훨씬 더 잘 걷는 자신을 발견하며 역시 목표가 뚜렷하면 무슨 일이든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히려 걷는 것보다 돌아와서 영상을 편집하는 것이 훨씬 힘들었습니다. 애초에 원본 영상을 너무 많이 찍어놔서 쓸데없는 부분을 걷어내는 작업이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유튜브로 영상 편집을 하나씩 독학하며 조금씩 영상 편집 스킬은 늘어갔고, 영상 퀄리티도 점점 올라갔습니다. 그렇게 17일 걸려서 완료한 도보여행 영상을 모두 편집하는데 약 1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17일 동안 걷고, 1년 동안 편집한 영상
영상의 내용과 퀄리티는 만족스러웠지만 조회수는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아니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일단 구독자 수가 너무 적었고, 주제도 유튜브 세계에서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유튜브를 주로 시청하는 세대들은 '고성에서 부산까지 770km를 걸어갔다!'로 매혹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가끔씩 '나도 걸어봤다'라고 라떼를 시전 하시는 아재들만 댓글을 달뿐이었습니다. 물론 제 인생에서 중요한 포인트가 된 사건을 아카이브로 남기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열흘 넘게 하루 몇 시간씩 투자해서 나오는 영상이 이렇게 조회수가 낮은 것은 정말 보람 없는 일이었습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4. 교복으로 시작된 쇼츠 영상
아무리 힘들고 보람이 없어도 포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요즘에는 틱톡, 릴스와 같은 숏폼 동영상이 대세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른 틱톡을 가입했고, 인스타그램 릴스도 챙겨봤습니다. 1분 내의 세로 영상들에는 강렬한 주제와 짧지만 그 속에 자극적인 서사가 담겨있었습니다. 1년 간 다져진 편집 노하우가 저에겐 있었고, 1분짜리 영상은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편집을 하면서 느낀 점은 촬영은 최대한 짧게 그리고 주제를 생각하고 계획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지 편집하는데 시간과 에너지가 적게 들거든요.
세계에서 가장 다운로드 횟수가 많은 숏폼 영상 플랫폼 틱톡
저의 첫 쇼츠 영상 주제를 정했습니다. 바로 '선생님이 교복 입고 출근하면 생기는 일' 오래전에 구입한 갈색 바지가 제가 근무하는 학교의 교복 바지와 너무 비슷하다는 것을 착안했습니다. 물론 그래서 잘 안 입는 바지였지만, 여기에다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검은 넥타이를 매면 얼추 학생들의 교복과 비슷합니다. 정장 블레이저의 색깔과 디자인도 교복 마이와 비슷합니다. 이거다!
4월 어느 날, 만우절도 아닌데 저는 그렇게 교복과 흡사한 옷을 입고 출근을 합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촬영을 시작했고, 목표를 정했습니다. 하루 동안 선생님들한테 반말 10번 듣기. 학교의 규모가 커서 선생님들의 숫자가 많은 편이고 모두 마스크를 쓰고 다니다 보니 선생님들끼리도 얼굴과 이름이 잘 매치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학교 문을 들어서자마자 2분에게 바로 반말을 들었습니다. 교실에 들어서니까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우리 반 학생들은 저에게 교복 스타일링의 마지막인 학교 마크가 새겨진 조끼를 빌려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선생님이 교복 입고 출근하면 생기는 일' 영상이 완성되었습니다.
전설의 시작, 선생님이 교복입고 출근하면 생기는 일!
영상을 업로드한 후 처음에는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댓글과 좋아요가 달렸고, 조회수는 얼마 되지 않아서 100만을 찍었습니다. 인스타그램으로 모르는 수많은 10대 20대들에게 팔로우 신청이 왔습니다. 그러다 한 학생이 저에게 인스타그램 dm으로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누가 선생님의 영상을 무단으로 도용해서 틱톡에 올렸다고. 틱톡에 가봤더니 제 영상을 그대로 자기 채널에 올려놓았습니다. 조회수도 엄청나게 나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화가 나기보다는 재밌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영상에 '제가 원작자입니다.'라고 댓글을 달았고, 바로 틱톡 채널을 개설해서 원본 영상을 업로드하였습니다.
그 시점부터 저는 쇼츠 영상들을 주로 찍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영상을 만들면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이 세 플랫폼에 동시에 업로드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플랫폼마다 연령층이 다르고 선호하는 영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영상은 무엇인지, 구독자들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구(지리는 구독자)님들은 제 영상에서 학교와 학생들의 리얼한 진짜 모습을 원하고, 선생님의 의외의 모습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렇게 다양한 쇼츠 영상들을 올렸고, 여름이 끝나가는 8월 말 드디어 유튜브에서도 반응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2학기가 시작되면서 코로나로 2년 넘게 닫혀있던 매점이 열렸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저는 본능적으로 유튜브 각을 직감했습니다. 학생들은 1교시가 끝나자마자 매점으로 달려갔고, 저도 카메라를 들고 학생들을 따라갔습니다. 조금이라도 일찍 매점에 들어가려고 학생들은 2층 창문에서 뛰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렇게 높지 않은 계단으로 내려와서 많이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교사로서 말려야 하는 게 맞습니다. 매점에 들어가는 학생들을 촬영하고 있는데 우리 반 부실장이 창문에 매달려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미 다시 창문으로 교실에 들어가는 게 더 위험한 상황이었고, 저는 "뛰지마!"라고 외쳤지만 결국 그 학생은 사뿐히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그 장면은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습니다.
지금은 삭제된 영상 썸네일, 남고에 등장한 스파이더맨
'남고 매점 오픈런 대환장 파티'라는 제목으로 쇼츠 영상이 만들어졌고, 이 영상은 쇼츠, 릴스, 틱톡 모두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특이 유튜브 쇼츠에서는 하루 만에 조회수가 100만이 넘었고, 덩달아 4개월 전에 업로드한 교복 영상도 순식간에 100만을 넘겼습니다. 좋아요와 댓글은 미처 다 읽을 수도 없을 정도로 증가했고, 구독자 수도 하루 만에 1500명 정도씩 늘어났습니다. 매점 영상을 기점으로 유튜브 '지리는 강선생'은 유명해졌습니다. 잇달아 '남고 매점에서 쉬는 시간에 햄버거 먹기 가능?'영상과 학생과 누가 더 빨리 뜨거운 만두를 먹는지 대결하는 '매점에서 냉동만두 먹기 배틀' 영상이 100만을 넘겼습니다. 3월까지 200명 언저리였던 구독자수는 1000명을 넘고 만 명을 넘고 2만을 넘어서 순식간에 3만 명이 되었습니다.
5. 수학여행 영상으로 찾아온 전성기
지금은 쇼츠영상에도 광고가 붙으면서 수익이 제법 나오지만, 당시에는 쇼츠 영상은 수익이 미미했습니다. 단, 유튜브에서 쇼츠를 띄우려는 목적으로 쇼츠 펀드를 매달 일정 숫자의 유튜버들에게 지급합니다. 저는 9월에 쇼츠 영상들이 뜨면서 10월에 처음으로 수익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쇼츠 영상은 어느 정도 내공이 쌓였고, 좀 더 길고 광고가 붙는 영상으로 성공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약속한 '유튜브로 수익이 나면 반 전체에게 고기뷔페를 쏜다!'는 공약을 지키려면 의미 있는 수익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와 학생을 주제로 한 조금 긴 영상들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 수익으로 반전체 고기 뷔페 왔습니다 썸네일
쇼츠 영상으로 제법 인기를 끈 '남고에서 급식을 먹어봤습니다'의 긴 버전 '오늘의 급식' 시리즈 영상도 만들어봤고, 여행지리 수업 시간에 찍어봤던 영상을 편집해서 '지리는 썰풀기' 시리즈 영상도 업로드했습니다. '베트남 게이' 썰은 조금 반응이 왔지만, 몇 백만이 넘은 쇼츠 영상에 비해서는 아직 부족했습니다. 다시 뭔가 획기적인 주제의 영상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바로 기회가 왔습니다. 10월 중순, 3년 동안 코로나로 못 갔던 수학여행을 떠나게 됐습니다.
처음 학교에 모여서 버스를 타고 김포 공항으로 출발해서 티켓을 나누어주고, 수하물을 부치고, 점심을 먹고, 비행기를 타는 탑승구까지 모이는 과정 자체는 정말 혼돈의 카오스 그 자체입니다. 선생님에게 수학여행은 그래서 설레고 즐겁기보다는 정신없이 바쁘고 힘든 기억입니다. 그 선생님의 시선으로 바라본 리얼한 수학여행 영상을 담고 싶었습니다. 역시나 첫날부터 학생들은 다이나믹한 사고를 쳐대기 시작했고, 그 생생한 장면들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마지막 날 장기자랑을 끝으로 3박 4일간의 제주도 수학여행은 마무리되었고, 다음 주 '남고에서 수학여행 가면 생기는 일'이라는 제목의 남고 수학여행 맛보기 영상이 공개되었습니다. 사실 이 영상은 제가 수학여행 첫째 날 학생들이 사 온 술을 압수하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혹시 이 내용이 포함되면 문제가 될 수도 있을까 봐 미리 반응을 보려고 만들어본 것입니다. 10분 넘는 긴 영상을 영혼을 갈아 넣어서 만들었는데 문제가 되어서 삭제하면 그것만큼 아쉬운 것도 없으니까요. 영상은 새벽 2시에 공개되었음에도 폭발적인 반응과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렇게 또 다른 전설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남고 수학여행 잠 못드는 첫날 밤 썸네일
몇 개의 맛보기 티저 영상이 공개된 이후에 '남고 수학여행 잠 못 드는 첫날 밤' 영상이 공개되었고, 최초공개 실시간 시청자가 1000명이 넘을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너무 재미있다는 반응과 빨리 2편을 공개해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습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는 저의 이 수학여행 영상을 그대로 비율과 속도만 바꿔서 업로드하는 사람들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구독자 수는 다시 가파르게 상승했고, 둘째 날과 셋째 날 영상이 업로드된 이후에는 대한민국 전체 여행 유튜버 중에 구독자 증가율 1위를 몇 주간 찍기도 했습니다. 여행 유튜버 카테고리에서 종합 순위도 140만 구독자를 거느린 최근에 공중파에도 자주 출현하는 곽튜브와 순위를 나란히 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 여행 유튜버 중 구독자 상승률 1위!
수학여행 영상들로 수익도 가파르게 증가해서 이제는 학생들에게 피자와 치킨, 고기 뷔페를 넉넉하게 사줄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또한 출판사, 방송국, 신문사 등 다양한 곳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고, 심지어 대행 MCN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상암동 MBC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고, 심지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젠가 한번 출연하는 게 꿈이라는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섭외 연락이 오기도 했습니다. 수학여행 영상을 통해 수익 증가와 다양한 곳에서 연락이 온 것 이외에도 얻은 소득이 있는데, 바로 슈퍼스타 주호연의 발굴입니다. 수학여행 마지막 날 장기자랑에서 빅뱅의 '뱅뱅뱅'을 자신만의 춤과 신들린 무대매너로 소화한 주호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호연이의 등장을 기다리고 반겼습니다.
무려 세계테마기행에서 연락이 왔다!!
6. 유명해진만큼 늘어나는 악플
하지만 이렇게 구독자가 늘어나고 조회수가 급증하면서 함께 늘어난 것은 바로 악플과 민원입니다. 아무래도 알고리즘에 잘 뜨게 되니까 저의 지인들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제 영상들을 접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악플이 늘게 된 것이죠.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리는 강선생 채널 총조회수가 3000만 뷰가 넘는데, 중복해서 본 사람들을 포함하더라도 1%만 싫어하는 사람만 계산해도 30만 명, 0.01%만 계산해도 3천 명이나 됩니다. 그중 정말 저의 영상이 싫으면서 부지런하신 분들은 악플에서 끝나지 않고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넣습니다.
독감으로 격리되어 있을 때 받은 교감 선생님 문자
물론 저의 잘못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자극적이거나 위험한 표현들이 영상 속에 포함되기도 했고, 편집을 해야 했거나 적어도 모자이크 처리는 해야 했던 표현과 내용도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하다 보니 겪는 시행착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교사의 신분이다 보니 더욱더 신경 쓰고 조심했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된 영상들은 바로 삭제하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하였지만, 이후에 민원을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많은 악플이나 민원은 '교사가 유튜브로 수익을 창출해도 되나?' '공무원은 겸직 금지 아니냐?'였습니다.
저는 유튜브를 시작하고 수익이 창출되는 조건(구독자 1000명, 시청시간 4000시간)을 달성한 이후에 가장 먼저 관련 규정을 살펴보았습니다. 교사는 학교장과 해당 교육청에 겸직신청을 하면 유튜브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즉, 유튜브로 수익을 내는 것은 학교 이외에 외부 강의를 가거나 출판을 해서 수익을 내는 경우와 똑같은 셈이죠. 하지만 이를 하나하나씩 다 설명하면서 영상을 제작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아마도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자작랩으로 영상을 만들어서 유명해진 초등학교 선생님 '달지'님도 이런 민원에 어려움을 토로하며 결국 교사를 그만두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교육부의 교사 유튜브 규정
어쨌든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실명과 얼굴, 그리고 직장명까지 모두 공개를 했기 때문에 저에 대한 국민 신문고 민원은 바로 교육청으로 전달되고, 이는 다시 학교로 이어졌습니다.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 그리고 민원 관련 행정을 처리하시는 행정사님들에게 죄송했습니다. 제가 유튜브를 하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을 일이 생겼고, 물론 좋게 보시는 분들이 많지만 저로 인해서 학교의 이미지가 안 좋아지지는 않을까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께 특히 죄송했습니다. 한참 민원이 많이 들어오던 시기 회식자리에서 교장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교장 선생님께서는 이런 걸로 기운 빠지거나 풀 죽지 말고 더 열심히 해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동문 선배님들도 저의 영상을 보시고 자랑스러워하신다고요. 저는 혼날 줄 알았는데 그렇게 격려까지 받으니까 한층 힘이 났습니다. 똑같은 실수는 하지 말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교사로서의 품위는 유지하되 유니크하면서도 재미있는 영상이면서 거기다 조회수도 잘 나오는 영상은 무엇일지 고민했습니다.
7. 지리는 강선생 시즌2
2022년 초 200명의 구독자로 시작한 유튜브 지리는 강선생은 2023년 2월 현재 약 44000명의 구독자로 220배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2023년 3월부터 새로운 학교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비교적 자유롭게 유튜브 촬영을 할 수 있었던 기존의 남고에서 아직은 익숙하지 않고 영상에 민감할 수도 있는 여고로 근무 환경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또한 고3 담임을 맡게 되어서 유튜브를 운영하기에 물리적인 시간과 에너지가 충분할지 확신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유튜브 운영을 중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익숙했던 촬영 환경과 주인공인 학생들이 전부 바뀌지만, 어느 정도 학교와 학생들에게 적응이 이루어진 이후에는 새로운 방식과 주제로 영상들을 제작해 볼 생각입니다.
2023년 2월 18일 현재 지리는 강선생의 구독자 43,817명
저의 본업은 교사이고 그래서 당연히 저의 우선순위는 학생과 수업에 있습니다. 비록 유튜브의 처음 시작은 코로나로 인한 원격수업이었지만,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한 지 약 1년 반 정도 된 교사 유튜버로서 드는 생각은 의외로 유튜브를 하는 것이 교육적으로도 꽤 괜찮다는 것입니다. 담임으로서는 교실과 유튜브의 경계선이 없어지면서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학급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이고, 수업 측면에서는 조금 더 정제되고 짜임새 있는 수업을 준비하게 되고, 수업 영상을 학생들과 공유하면서 원격 수업으로도 빠른 전환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학부모님들은 저의 영상을 보면서 자녀들이 실제로 생활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모든 학부모님들이 다 좋아하시진 않았겠지만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로 의견을 주셨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유튜브 댓글 창에서 만나는 학부모님들과의 온라인 상담은 정말 이색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자신들의 학창 시절을 추억할 수 있어서 좋았다는 전국의 많은 어른들의 댓글도 받았습니다. 또한 현재 교사가 되고 싶거나 교사가 되기 위한 임용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이 저의 영상들로 동기부여를 받아서 고맙다는 댓글을 받을 때는 정말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런 댓글이나 메시지를 받을 때 정말 기쁩니다
이제 2023년 3월부터는 지리는 강선생 시즌2가 시작됩니다. 일단 초반에는 기존에 촬영해 놨던 영상들, 유럽 여행 영상, 세계지리 수업 영상, 기타 미공개 영상들을 올린 후, 새 학교에 적응이 끝나게 될 4월 이후에는 진용진의 없는 영화와 비슷한 콘셉트로 여고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주제로 '여고 영화'라는 제목으로 짧은 시리즈 영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영상 관련 진로를 희망하거나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면 생활기록부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물론 이를 통해 얻는 수익을 학생들 이름으로 전액 기부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학생들과 함께 하게 될 지리는 강선생 시즌 2가 진행될 2023년에는 구독자가 10만 명이 넘어서 실버 버튼을 꼭 받고 싶습니다.
그럼 이제 여러분 모두 유튜브에 들어가셔서 '지리는 강선생'을 검색하시고,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