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춘천에 산지 어느덧 14년째 접어듭니다. 2007년 대학을 입학한 해부터 2012년 대학을 졸업한 후 서울에 직장을 잡고 살던 시기, 그리고 2014년 강원도 정선에서 기간제 교사를 하던 시기를 제외하면 저는 무려 20대의 절반과 30대의 전부를 춘천에서 보냈네요. 이전까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대의 꽤 많은 시간을 보냈던 원주가 제2의 고향이었는데, 이쯤 되면 태어난 고향 서울에 이어 춘천이 저의 제2의 고향으로 등극해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제가 춘천에 오래 살았다고 해서 '춘천이 살기 좋다!'라고 말하거나, 혹은 그래서 '우리 동네를 소개합니다' 시리즈의 첫 번째 도시로 춘천을 선정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선호하는 장소를 결정하는 장소애(topophilia)는 다분히 하나의 감정이기에 주관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춘천을 오로지 '닭갈비의 도시'로만 알고 계실 수 있는 대부분의 비춘천인 분들에게 최대한 객관적으로 춘천이 좋은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그렇다고 인터넷에 치면 나오는 바로 나오는 형식적인 통계 위주로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제가 꽤 오랫동안 살았고 앞으로도 살게 될 우리 동네 춘천에 대해 스토리, 내러티브 위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춘천은 인구 28만 6천 명(2023년 1월 기준)으로 강원도 제2의 도시입니다. 비록 강원도 최대 도시는 인구 36만 명(2023년 1월 기준)으로 원주지만 춘천은 도청 소재지로서 강원도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합니다. 춘천 소재 대학으로는 지방 거점 대학인 강원대학교를 비롯하여 춘천교육대학교, 한림대학교, 한림성심대학교 등이 있습니다. 한림대학교 병원과 강원대학교 병원 같은 꽤 큰 규모의 대학 병원이 두 곳이나 위치하고 있어 도시의 규모에 비해 의료의 질과 수준이 좋은 편입니다. 도청과 교육청을 비롯하여 다수의 공공기관이 위치하고 있어서 공무원 및 행정 관련 직업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또한 구봉산에는 우리나라 대표 IT 대기업 네이버의 메인 서버가 위치하고 있고, 그에 따라 IT 관련 기업도 상당히 집적하고 있는 편입니다.
춘천 구봉산에 위치한 네이버 데이터 센터
춘천 지명의 유래는 꽤 역설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봄 춘(春)에 내 천(川), 즉 봄이 흐르는 강이란 뜻인데 춘천은 철원, 화천만큼이나 겨울이 가장 매서운 곳입니다. 올 겨울도 영하 20도 아래로 기온이 떨어진 날이 여러 날 있었고, 제가 춘천에서 살면서 경험해 본 가장 추운 겨울은 무려 영하 27도였습니다. 이 경험은 유튜브 지리는 강선생에 '외국인 친구들에게 K-날씨 참교육' 영상에 나옵니다. 저는 당시 자취 중이었는데 보일러가 얼어버려서 정말 추운 겨울을 보냈던 기억이 생생 합니다. 춘천이 춘베리아라는 별명이 갖고 있는 것도 이런 추운 겨울 때문이겠죠.
춘베리아 춘천의 겨울
아무튼 이렇게 추운데 왜 하필 지명에 봄이 들어갈까요? 그건 아마도 이런 추운 겨울을 조금만 견디고 버텨내면 다가올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겨우내 꽁꽁 얼었던 공지천(춘천 중심을 관통해서 의암호로 유입되는 하천)이 녹아 잔잔하게 흐르는 그런 따뜻한 봄을 기다리는 춘천 사람들의 염원이 지역명에 투영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전국에서 평균 해발고도가 가장 낮고 평지가 많은 충청남도에 유독 '산'이 들어간 지명이 많은 것(아산, 예산, 논산, 서산 등)도 이런 역설적인 지명의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2. Romantic 춘천
춘천의 지역 상징 마스코트는 소양강 처녀입니다. 공지천 공원에서 출발하여 소양강과 합류해서 서울로 흐르는 북한강을 왼편으로 끼고 상류 쪽으로 30분 정도 걸어 올라가다 보면 소양강 처녀상이 나옵니다. 처녀상의 크기는 5미터 정도로 생각보다 꽤나 큽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상징 인어상이나 벨기에 브뤼셀의 오줌싸개 동상에 비해서는 크기나 디테일면에서 전혀 뒤질 게 없습니다. 오히려 인어상과 오줌싸개 동상에 비해서 소양강 처녀상이 스토리텔링과 상징성 등 여러모로 압도합니다. 저는 춘천의 소양강 처녀상의 재조명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소양강 처녀 상 바로 앞에는 동명의 노래 '소양강 처녀' 가사비가 있습니다. 소양강 처녀는 남행열차와 더불어서 대한민국에서 정말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노래죠.
재조명이 시급한 춘천의 소양강 처녀상
소양강 처녀 말고도 춘천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또 하나 있습니다. 이젠 아예 춘천 지명이 노래 이름에 들어갑니다. 바로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입니다. 노래 가사 중 '5월의 내 사랑이 숨 쉬는 곳'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최근 대학교에서는 MT를 많이 안 가는 추세이지만,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MT를 정말 많이 갔습니다. MT 장소 국룰은 강촌이었고,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경춘선 기차가 또한 국룰이었습니다.
강촌은 춘천시 남산면에 위치하고 있는 유원지로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김현철이 곡을 쓴 90년대 초반의 강촌은 그야말로 대학생들 MT의 성지였죠. 춘천 가는 기차 노래 가사의 5월이 바로 대학교 중간고사가 끝나고 MT를 떠나는 딱 그 시기죠! 대학교 신입생인 노래의 화자는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첫 MT를 떠납니다. 왁자지껄한 술자리가 어느 정도 끝나고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는데 3월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같은 과 동기 여행생이 보입니다. 용기를 내 봅니다.
그렇게 강촌은 5월의 포근한 밤공기를 마시며 두근두근하며 첫사랑을 고백하던 곳입니다. '지금은 눈이 내린' 철길 위를 지나며 그때의 사랑 혹은 아픔을 추억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강촌으로 MT를 한 번이라도 가봤던 당시의 대학생들에게 강촌은 그런 곳일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도 춘천을 소개하는 표어 '로맨틱 춘천'은 잘 지은 것 같습니다. 비록 지금은 경춘선 복선화와 itx개통으로 대학생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MT를 떠났던 기차는 사라졌지만, 그 5월의 설렘과 낭만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춘천의 지역 브랜드 로맨틱 춘천
3. 춘천에 살면 좋은 세 가지 이유
춘천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오늘의 주제인 '춘천에 살면 좋은 세 가지'에 대해서 아직 시작도 못 했네요. 언제 또 삼천포로 빠질지 모르니까 바로 시작합니다. 춘천이 살기 좋은 첫 번째 이유는 바로 서울과도 가깝고 동해 바다와도 가깝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춘천은 감자국 강원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춘천의 인지적 거리는 실제 물리적 거리보다 먼 편입니다. 한번 서울에서 학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제가 춘천에서 왔다고 했더니 청주에서 오신 교수님께서 "아이고 선생님 멀리서도 오셨네요!"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납니다. 저는 서울 진입까지 50분 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말이죠.
이처럼 춘천은 우리나라 최대 도시 서울과 생각보다 매우 가깝습니다. 서울과는 서울-양양 고속도로로 바로 연결되어서 자동차로도 가깝고, 준고속철도 itx가 개통되어서 전철로도 서울과 접근성이 매우 좋습니다. 서울과 가깝다 보니 연극, 뮤지컬, 콘서트와 같은 문화생활을 하기에 편합니다. 그래서 굳이 서울에서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공연을 보고 당일에 돌아오는 게 전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당일 서울 술약속도 문제없습니다. 만약 점심을 먹는 도중 갑자기 홍대에서 6시 30분에 술약속이 생겼다면? 그러면 4시 30분 퇴근 후에 4시 45분에 남춘천역에서 itx를 타고 용산 도착하면 5시 50분입니다. 거기서 홍대입구 역으로 가는 경의중앙선을 바로 타다면 6시 정도에 홍대에 도착 가능합니다! 약속 시간까지 남은 30분 동안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버스킹 좀 보다가 약속 장소로 갈 여유도 있습니다. 그리고 2차까지 마시다가 10시 반쯤 용산역으로 가는 전철을 타고 11시에 itx를 타고 춘천으로 돌아오면 됩니다. 혹시 술자리가 3차까지 길어지더라도 문제없습니다! 강변역 동서울 터미널에는 12시까지 버스가 있기 때문이죠. 오히려 버스나 전철을 놓치면 외박을 해야 한다는 스릴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술자리를 짜릿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 아닌 장점도 있습니다. 그렇게 적당히 취한 몸을 뉘어 한 시간쯤 자다 보면 봄시내 춘천에 도착해 있습니다.
런던에는 2층 버스가 있고, 춘천에는 2층 기차가 있다!
춘천은 또한 바다도 가깝습니다. 서울-양양 고속도로의 중간 지점이 바로 춘천입니다. 집에서 밥을 먹다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으면 바로 차를 몰고 조금 속도를 낸다면 동해 바다를 눈에 담는 데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마치 하와이 북부가 연상되는 서핑의 성지 양양의 서피비치까지는 1시간, 동해안의 커피 도시 강릉도 1시간 20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코로나 수혜를 톡톡히 누리며 동해안의 새로운 서핑과 커피의 도시로 등극한 대한민국의 북쪽 끝 고성까지도 1시간 30분이면 충분합니다! 이처럼 '바다 갈까?'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가벼운 마음으로 바다로 드라이브 갈 수 있다는 점이 춘천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춘천을 서울과 바다로 연결해 주는 서울-양양 고속도로
그렇다고 춘천이 서울과 바다만 가까운 것은 아닙니다. 굳이 춘천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차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에 상쾌한 강과 산이 있습니다. 춘천에 살다 보면 출근길이 곧 드라이브 코스고, 걷기 운동하는 길이 곧 트래킹 코스가 됩니다. 자전거를 좋아하시는 분은 집 바로 앞 공지천 자전거 도로에서 라이딩하면 됩니다. 춘천 시내 남동쪽에 위치한 대룡산에서 발원하여 춘천을 관통하는 공지천과 그 양쪽으로 잘 닦여진 자전거 길을 따라 걷거나 혹은 자전거를 타는 것은 춘천 시민들에게 일상입니다. 공지천 자전거 도로는 한강 자전거 도로까지 쭉 연결되어 있어서 서울에서 춘천으로 혹은 춘천에서 서울로 자전거 여행하시는 분들도 꽤 많습니다.
전망 좋은 곳을 가고 싶다면 차로 15분 정도에 있는 구봉산 카페 거리를 추천드립니다. 이곳에는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을 비롯해서 그리스 산토리니를 꼭 닮은 레스토랑 산토리니와 같은 특색 있고 전망 좋은 카페와 식당이 많습니다. 어느 카페나 식당을 가더라도 춘천의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맑은 날은 맑은 대로 흐린 날은 흐린 대로 매력적인 풍경을 보여줍니다. 그 외에도 소양강 댐으로 가는 드라이브 코스도 봄에는 벚꽃 길로 유명합니다. 도로 주변에는 꽤 유명한 닭갈비와 막국수 식당도 많아서 드라이브하다가 출출하면 닭갈비와 막국수로 허기를 달래고, 마무리로 카페 감자밭에서 감자빵 한 조각 먹고 돌아오면 됩니다.
춘천 전경이 보이는 구봉산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춘천에 살면 느낄 수 있는 세 번째 장점은 바로 지역성이 살아있다는 점입니다. 강원도 3대 도시는 강릉, 원주, 그리고 춘천입니다. 춘천은 도청 소재지, 강릉은 동해 바다, 원주는 인구가 가장 많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중 원주는 인구가 많은 대신 지역만이 갖고 있는 특색이 세 도시 중 가장 옅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춘천이 고속도로와 철도로 연결되기 전까지 원주는 이 중 서울과의 접근성이 가장 좋았고, 혁신도시와 기업도시가 유치되면서 외부 기업과 인구도 많이 유입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로 인해 원주의 인구는 급증했지만 그에 비례해서 지역성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제가 원주에 살던 20년 전쯤의 원주와 지금의 원주는 그래서 많이 다릅니다. 지금의 원주는 마치 수도권에 위치한 평택, 안양 같은 도시의 축소판 같습니다.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카페도 정말 많은 편이고요. 강릉은 서울과 가장 멀리 떨어진 만큼 지역성은 확실히 강합니다. 세 도시 중 유일하게 바다와 접해있다는 특징도 갖고 있고요. 하지만 그런 만큼 다른 지역과의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물론 ktx가 개통되면서 그나마 서울과의 접근성이 향상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춘천과 원주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집니다.
반면 춘천은 서울과의 접근성이 좋으면서 동시에 지역성도 뚜렷하게 갖고 있습니다. 저는 그 지역의 지역성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지역에만 있는 지역 마트의 활성도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춘천에서 활발하게 운영 중인 지역 마트는 ms마트와 벨몽드가 있습니다. 그중 벨몽드는 제 책 '여행이 부르는 노래' 티베트 편에도 소개되었던 마트인데요. 과거에는 가장 잘 나갔으나 지금은 새로운 지역 마트가 등장하면서 쇠퇴한 편입니다. 현재는 ms마트가 춘천의 대표 지역 마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록 다른 지역에도 지역 마트도 있겠지만 춘천의 지역 마트 활성도는 정말 대단합니다. 활발하게 운영되는 마트 앱도 있고, ms 투데이라고 하는 마트가 운영하는 지역 신문도 있습니다. 제가 이 ms 투데이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습니다. (기사 링크: 교복 입고 출근해 SNS 스타 된 춘천고 교사) 그리고 '우동착(우리 동네 착한 가게)'이라는 지역 음식점 상생 프로젝트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동소의 모티브가 된 ms마트의 우동착(우리 동네 착한 가게)!
저는 지역의 지역성과 보수성은 비례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지역성이 옅은 원주가 정치를 제외하거라도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거나 하는 개방적 측면에서 가장 진보적입니다. 반면 지역성이 강한 춘천의 경우는 이 점에서 매우 보수적입 편입니다. 물론 보수적이라고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보수적인 동네에서 (물론 원조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김치 피자 탕수육이라고 하는 문화 융합적인 퓨전 탕수육이 탄생했다는 점도 신기한 요소 중 하나이고, 된장 소면이라고 하는 음식의 원조가 춘천이라는 점도 이색적입니다. 지역의 상징이 되다시피 한 닭갈비와 막국수의 고향은 당연히 춘천이고요.
4. 춘천의 맛집
맛집의 기준이 뭘까요? 말 그대로 맛있는 집? 아니면 SNS에 유명한 식당? 저마다 맛집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저의 맛집 기준은 제가 많이 가보고 검증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가봤으니까 당연히 그곳에서의 추억도 쌓여있고요. 물론 당연히 기본적으로 맛이 있어야지 자주 갔겠죠. 그러니까 정리하면 개인적으로 맛있어서 자주 갔고, 그래서 지인들도 자주 함께 했고, 그래서 추억이 쌓여있는 곳이 저의 맛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덧붙여서 저는 남들이 다들 가는 그런 뻔한 곳은 또 싫어합니다. 기준에 유니크함도 하나 추가해야겠네요!
우선 저의 첫 번째 춘천 맛집은 바로 청미래 닭갈비입니다. 유니크하다면서 바로 닭갈비? 닭갈비는 곧 춘천이고, 춘천이 곧 닭갈비 아닌가? 하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아마도 여러분은 이런 닭갈비는 아직까지 만나보지 못하셨을 겁니다. 왜냐하면 이곳에는 닭갈비를 팔지 않거든요. 닭갈비 집에서 닭갈비를 안 팔다니, 이건 또 무슨 헛소리냐? 하실 텐데요. 이곳에는 닭갈비가 아닌 닭삼겹을 팔고 있습니다.
닭삼겹은 흔히 닭갈비에 사용되는 넓적다리 살을 빨간 양념을 하지 않고 염지한 이후에 마치 삼겹살처럼 불판에 구워 먹는 요리입니다. 삼겹살 모티브 음식이다 보니 당연히 옆에는 김치를 굽고, 그 옆에는 두부도 함께 굽습니다. 마지막에 고기와 김치, 두부가 다 익으면 올리브유를 추르륵 뿌리면 완성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사장님께서 손수 구워주시는데 앉아있기 황송할 때도 가끔 있습니다. 그래도 뭐 괜찮습니다. 전 단골이니까요!
청미래 닭갈비 닭삼겹의 노릇한 자태!
다른 일반적인 닭갈비 가격이 1인분에 만 이천 원 심지어 만 오천 원도 넘어가는 요즘 1인분 만원이라는 비교적 착한 가격입니다. 이것도 최근에 많이 올라서 그런 거지 제가 처음 갔을 때는 1인분에 무려 5천 원이었어요. 당시 삼겹살이 만원정도 할 때였는데 그때는 정말 혜자스러운 가격과 퀄리티였죠! 물론 지금도 소개하는 사람마다 칭찬을 아끼지 않는 저의 첫 번째 춘천 맛집 되겠습니다.
두 번째는 삼광식당입니다. 이곳은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곳입니다. 작년 상반기부터 유튜브 구독자가 떡상하면서 여러 방송국, 신문사, 심지어 대형 MCN에서도 연락이 왔는데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MBC 라디오에 출연한 것입니다. 무려 공중파라니!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에 위치한 MBC 본사에 가서 2주 차 녹화를 했습니다. 그때 인연을 맺게 된 여행작가이자 라디오 디제이 노중훈 씨가 춘천에 오셔서 추천해 주신 집입니다. 제가 춘천 사람인데 서울분이 저에게 춘천 맛집을 추천해 주신 게 참 아이러니하네요.
삼광식당 음식은 너무 많이 나와서 사진 한 장으로 불가능
더욱이 노중훈 작가님은 맛집 컬럼리스트로도 유명하신 분이어서 많은 기대를 하고 식당에 갔습니다. 노중훈 씨와 함께 춘천에 살고 계신 지인분과 총 3명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메뉴는 삼광 한상. 처음에는 요즘 가장 트렌디한 냉삼(냉동 삼겹살)이 김치와 함께 나옵니다. 삼겹살은 언제 먹어도 진리죠. 입에 기름기가 돌고 소주 기운이 살짝 돌기 시작하면 올리브유가 곁들여진 문어숙회가 나옵니다. 쫄깃하고 향긋한 문어를 한 점씩 먹다 보면 소주가 술술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이어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맛깔스러운 양념이 가미된 가오리찜이 나옵니다. 제가 전라도 음식 전문가는 아니지만 살짝 전라도 스타일의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달달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짭짤합니다. 이제 옆에는 빈 소주병이 세병 정도 놓여 있고요. 그다음에는 각종 튀김 요리가 나옵니다. 여기는 분명히 일식집이나 이자카야가 아닌데 튀김 수준이 상당합니다. 잠깐 맥주와 함께 뎀뿌라스러운 튀김을 곁들이다 보면 코스의 마지막 광어회가 한 접시 크게 나옵니다. 회의 퀄리티가 상당히 살발합니다. 여기는 그냥 다 맛있습니다. 양도 성인 남성 네 명이 먹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을 정도이고 혹시 조금 부족하면 라면을 추가로 시키거나 냉삼을 추가로 시키면 됩니다.
이곳 삼광식당은 안지 몇 개월 안 된 곳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10번 가까이 방문한 곳입니다. 사실 내일도 갑니다. 그 정도로 정말 괜찮은 식당이자 술맛이 아주 좋은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당일 방문이나 예약은 힘들고 적어도 전날에는 예약을 해야 갈 수 있는 곳입니다.
그래도 춘천인 만큼 막국수가 빠지면 안 되겠죠. 세 번째 춘천 맛집은 동치미 막국수가 일품인 유포리 막국수입니다. 여기는 나름대로 좀 많이 알려진 맛집입니다. 주말 점심때 가면 기본 30분 이상은 대기해야 하는 곳이고요. 하지만 프랜차이즈 막국수 집처럼 전형적인 곳은 아닙니다. 최근 강릉을 비롯해서 많이 생긴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와는 다른 노포스러운 매력이 있는 곳입니다. 막국수 면은 너무 무르지도 너무 질기지도 않은 딱 전통 막국수 면스러운 질감입니다. 동치미 국물 역시 시골 할머니 집에서 먹어본 듯한 시원하면서도 인위적인 맛이 아닌 자연스럽게 깔끔한 그런 맛입니다.
깔끔한 담백함 유포리 막국수
곁들여 먹는 음식은 빈대떡, 감자전, 메밀 전병, 촌두부 그리고 수육이 있습니다. 특히 전 종류를 모둠으로 시키면 조금씩 맛볼 수 있습니다. 수육도 상당히 퀄리티가 좋고 맛깔납니다. 저는 보통 이곳을 전날 지인들과 닭갈비에 소주를 한잔한 이후에 오기 때문에 보통 막국수와 부담스럽지 않은 촌두부를 시킵니다. 촌두부는 방금 만든 순수한 두부향의 구수함이 매력적입니다.
유포리 막국수는 춘천 시내에서 차로 20분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구봉산이나 소양강댐 같은 유명 관광지가 아닌 한적한 시골 마을이기 때문에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입니다. 근처에 춘천 분지를 전체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구봉산도 가까이 있기 때문에 점심 식사 이후에 바로 이어서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이나 산토리니, 쿠폴라 같은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셔도 좋습니다.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 카페 이름이자 동명의 소설 이름이기도 합니다. 봄고을 춘천은 이름과 다르게 정말 추운 곳이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20살 첫사랑의 추억과 설렘을 간직하고 있는 로맨틱한 곳입니다. 서울과도 가깝고 동해 바다와도 가까워서 언제든지 도시와 바다를 볼 수 있고, 언제든지 강과 산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그럼에도 춘천만의 지역성을 간직하고 있는 곳. 저는 그래서 춘천이 매우 살기 좋은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언제 춘천에 한번 놀러 오세요. 맛있는 닭갈비에 소주 한잔 걸치고, 소양강 길 따라 걸으면서 봄 같은 따뜻한 대화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