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과 중앙선, 대서울의 확장이 시작되는 곳

김시덕 박사의 대서울의 길에서 찾은 서울 답사 포인트

by 지리는 강선생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두꺼운 책에서 단번에 ‘경춘선과 중앙선: 구리, 남양주, 양평, 춘천, 원주’를 고른 이유는 내가 살았던,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두 도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영서지방 원주, 춘천은 강원도에서 서울과 가장 가까운 곳이자 강원도에서 가장 인구가 밀집되어 있으면서 가장 발달된 도시이다.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고등학교 이후 몇 년간을 제외하면 현재까지 두 도시에서 계속 살고 있는 개인의 입장에서 이 챕터에 눈길이 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또한 ‘춘천 가는 기차’라는 노래의 주인공 로맨틱한 철도 경춘선이 들어가 있으니까 이 챕터는 처음부터 매력적이었다.

확장하는 도시의 현재사, 김시덕 박사의 대서울의 길


강원도 최고 인구 도시 원주, 강원도 도청 소재지 춘천이 서울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대서울의 최외곽 지역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1939년 경춘 철도 주식회사가 완공한 서울과 춘천을 잇는 경춘선과 1942년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완공한 중앙선은 철도 노선을 따라 역마다 역전 마을을 형성하였다. 이를 저자는 전형적인 카나트 형태라고 표현하였다. 특히, 이를 건설한 일본의 시기적 맥락으로 봤을 때 경춘선보다 중앙선이 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사실 평소 서울에서 부산을 연결하는 경부선 철도가 있는데 왜 굳이 태백산맥을 뚫고 험난한 소백산맥, 영남 알프스를 지나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였을까 의문이 있긴 하였다.

일제가 경춘선 개통시기에 제작한 안내문


저자는 일제가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으로 이어지는 엄중한 전시 상황에서 막대한 경비를 소비하며 중앙선을 건설한 이유를 전시 상황에서 철도를 이용한 수송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즉, 재해권을 상실한 일제는 서울과 부산을 비교적 직선으로 연결하는 경부선이 미국에 의해 파괴되거나 기능을 상실하더라도 다른 대안으로 중앙선을 건설하였다는 것이다. 마치 일본 본토에서 간토와 간사이를 해안을 따라 연결하는 도카이도 혼센이 파괴되더라도, 간토와 나고야 지역을 산악 루트로 연결하는 주오 혼센이 이를 대체하도록 하는 것과 비슷하다.

간토 지방 도쿄와 주오 지방 나고야를 연결하는 일본의 주오 혼센


경춘선과 중앙선은 서울의 동부와 경기도 동부 도시들을 연결하고, 또한 전통적인 수도권을 넘어 강원도 서부인 춘천과 원주도 대서울로 편입시키고 있다. 춘천의 대학교로 통학하는 학생들이나 원주의 혁신도시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이를 증명한다. 강원도 서부 지역의 대서울화 현상은 원주에서 먼저 발생하였다고 저자는 보았는데, 원주의 민주당 계열의 국회의원 당선을 그 근거로 내세웠다. 그리고 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춘천에서도 민주당 의원이 당선되면서 춘천도 비로소 대서울권에 진입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왜냐하면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미래 통합당, 자유한국당, 국민의 힘으로 이어지는 보수 정당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 계열의 국회의원, 시장이 당선되거나 높은 득표율이 나오는 것을 대서울권의 진입으로 본 것이다.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대서울과 파란색으로 연결된 춘천과 원주


정치적 차원의 대서울화는 원주가 춘천보다 앞섰지만, 대서월 확장을 보다 실제적이면서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수도권 전철로 춘천은 현재 남춘천역, 춘천역으로 완성되었지만, 원주는 아직 미완의 상태이다. 원주에 살던 고등학교 시절 원주까지 서울의 전철이 연결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무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중앙선 용문까지만 연결되어 있는 원주는 감감무소식이지만, 춘천은 2010년에 경춘선 복선화와 함께 전철이 연결되었고, 이후에는 준고속철도 itx가 개통되면서 서울과의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 춘천에 위치한 강원대학교, 한림대학교로 통학하는 수도권 학생들이 많아졌고, 서울에서 춘천으로 혹은 춘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도 주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준고속 철도 ITX-청춘을 타고 서울-춘천을 통근, 통학하는 사람들


반면, 원주의 혁신 도시는 춘천과 비슷하지만 또 다른 양상이다. 원주 반곡역에 위치한 혁신도시는 참여 정부 시절 지역 균형 개발을 목적으로 건설 되었는데, 수도권에 위치하였던 다수의 공공기관이 이전하였다. 대표적으로 국민연금관리공단, 석탄공사, 한국관광공사, 국과수 등이 있다. 혁신도시는 애초에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강원도 원주의 외딴곳으로 이전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주중에는 혁신도시에서 일하지만 금요일 퇴근 후에는 바로 서울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주말을 서울에서 보냈다. 그래서 혁신도시의 상점들은 사람이 붐벼야 하는 금요일 오후부터 주말 내내 사람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일부 가게들은 아예 토요일이나 일요일 영업을 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면서 원주 혁신도시에 정착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원주시 반곡동에 위치한 원주 혁신도시


이처럼 강원도 서부의 두 도시, 원주와 춘천을 대서울권으로 포함시키는 매개체가 되는 청량리역을 이번 서울답사 포인트로 선정하면 좋을 것 같다. 상업공간인 롯데백화점과 공공 교통 시설인 청량리 역사의 역공간(liminal space)적 의미에 대해서 볼 수도 있지만, 청량리역이 서울의 부도심이면서 중앙선과 경춘선을 모두 품고 있는 대서울권의 확장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과거 청량리역(좌)과 상업 공간과 경계가 희미해진 현재 청량리역




춘천가는 기차 - 김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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