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한때 직업을 여행가로 소개한 적도 있다. 물론 당시 상태가 딱히 수입을 얻는 곳이 없는 백수였기 때문이어서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여행했던 이야기인 여행 에세이 읽는 것은 싫어하는 편이다. 가끔 에세이 내용 중 내가 다녀왔거나 좋아하는 나라나 도시가 소개될 때 잠깐 관심을 갖는 정도이지 전반적으로 남들의 여행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다. 아마도 내가 자기애가 강하고 스스로가 관심받는 것을 좋아하는 ENTP이기 때문인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남이 다녀온 여행기를 보았다. 사실 여행이라기보다는 탐험에 가깝고, 단순히 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유명한 타인들이다. 모로코의 위대한 여행가인 이븐 바투나,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 그리고 종의 기원의 찰스 다윈 이 정도? 지도 밖의 탐험가(이사벨 미뇨스 마르틴스)에는 이런 유명한 분들이 탐험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들이 다녀온 여행의 루트가 지도에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여행을 하며 겪었던 세세한 사건들이 단순하면서도 디테일한 그림으로 묘사해 놓은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두려움을 맞서고 희망봉에 도착한 바르톨로메우 디아스의 여행 경로
이 책에서는 평소에 잘 알고 있거나 그래도 이름이라도 들어봤던 훔볼트, 이븐 바투타, 마르코 폴로와 같은 유명한 탐험가 외에도 처음 들어 봤지만 세계의 발견 측면에서나 사회적 변화에서 의미가 깊은 탐험가들을 만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역사상 최초로 세계 일주를 한 여성인 잔 바레라든지 최초로 서아프리카 해안을 따라 희망봉까지 항해했던 바르톨로메우 디아스와 같은 인물들은 신선한 인물인 동시에 새로운 지적 자극을 심어주기 충분했다. 그중 여행이 배에 탑승조차 불가능하던 시기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가슴을 붕대로 감는 등 남장을 하고 수개월 동안 100명의 남자들과 함께 항해를 했던 잔 바레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았다.
여자임을 탄로 난 후 "세계 일주를 꼭 하고 싶었다!"라고 외친 잔 바레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안 사실은 동방견문록으로 유명한 마르코 폴로 이전에 그의 아버지 니콜로 폴로와 숙부 마테오 폴로가 베네치아의 상인으로서 여행을 떠났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여행을 마치고 고향 베네치아에 돌아왔을 때는 6살이던 마르크 폴로가 15살이 되었고, 원나라의 쿠빌라이 칸을 만나러 셋이 다시 떠난 여행에서는 사막과 히말라야 산맥을 건너 4년 만에 황제가 있는 상도에 도착한다. 처음에 상인으로서 여행을 떠난 마르크 폴로 가족은 초기에는 유럽인의 시각에서 동양을 바라봤지만, 여행이 길어지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로부터 기꺼이 많은 것들을 배우려는 자세로 바뀌었다. 그 결과 동서양의 문화적 교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던 시기에 동양의 관습과 특성이 매우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는 '동방견문록'이라는 대작이 탄생하였다고 본다.
세계의 탐험가들의 여행 범위를 세계지도에 표시했다!
책을 읽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계의 탐험가들은 각자 다양한 이유로 여행을 시작하였지만 결국 근본적인 계기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보고 싶은 욕망이라는 것. 현재 보이지 않는 것을 기꺼이 생생하게 상상해 내는 N의 특성이 다분하다. 또한 그들은 냉철한 판단과 지적 호기심이 가득한 T의 성향이며, 아무도 가보지 못했던 곳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보니 예측할 수 없는 즉흥이 가득하고 그러다 보니 계획 따위는 애초에 필요가 없다. 따라서 그들은 J보다는 P의 성향이 높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당연히 낯선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탐험가 특성상 외향적(E)이었을 것이다. 종합적으로 이 탐험가들은 분명, 없는 것을 상상해 내고 반드시 성취해 내고야 마는, 그리고 "세상의 중심은 바로 나!"인 관종, ENTP일 것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ENTP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나 역시 그들처럼 아무도 하지 않았던 여행, 새로운 탐험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