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 게임 과속 vs 차선 무시

25살 여름, 나의 첫 태국여행

by 김나영

10년 넘게 알고 지낸 나의 가장 친한 친구들과 첫 해외여행이었다. 나랑 해외여행을 같이 갔던 친구도 있었고, 제대로 된 해외여행은 처음인 친구도 있었다. 한국에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만 내렸고, 무더운 여름 우기가 시작된 동남아 태국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 까닭은 크게 없었다. 사실 비행기 표가 가장 저렴한 게 전부였다. 이렇게 백수 세 명이 함께하는 여행이 시작됐다.


수완나품 공항에서 내려 미리 예약해 둔 픽업차를 타러 갔다. 공항 입국장에서 문을 열고 나가면 누군가 내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서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사람은 당연히 없었다. 공항에 도착해서야 메일을 확인했고, 미팅포인트에 있겠다는 내용에 '내가 약속을 잡은 적이 있던가'생각하며 순간 눈빛이 흔들렸다. 비행기가 연착이 됐기 때문에 혹시 내가 노쇼 고객이 되진 않았을까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여기저기 연예인 뱀뱀이 잔뜩 걸려있는 공항을 구경하며 미팅포인트라는 장소를 찾았다. 내 이름이 적힌 종이를 갖고 있는 사람도 만났다.


늦음 밤 픽업 택시를 탔다. 빈대가 살 것만 같은 정말 오래된 차 시트였다. 우핸들 차량은 처음 타보는 탓에 신기하게 두리번거렸다. 수완나품공항에서 숙소가 있던 아속역까지는 차로 5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밤이 늦은 탓에 공항 근처에는 차가 없었다. 밤늦게 도착한 터라 친구들이랑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기사님이 정말 아무렇지 않게 차선을 넘나들며 운전을 했다.


나는 동남아 여행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제 멋대로 운전하는 나라는 처음 와보는 탓에 조금 당황하긴 했다. 해외에 나가면 안 좋지만 좋은 것 중 하나는 우리가 한국어로 무슨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기사님을 욕한 건 단연코 아니었으며, 뒷자리에 쪼르르 앉아 여느 때와 같이 말장난을 그리고 벨런스 게임을 시작했다.


"차선은 잘 지키는데 과속하는 차 타기 vs 정속주행 하는데 차선 무시하는 차 타기"


기사님은 차선은 지키지 않으셨지만 정속주행 하며 늦은 밤 우리를 안전하게 숙소까지 데려다주셨다. 사실 숙소를 한 번에 찾지 못하고 지나쳐서, 그냥 내려달라고 걸어가겠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그 덜컹거리는 차를 좁은 골목길에서 돌리고 돌려 우리를 굳이 굳이 숙소 앞에 내려다 주었다. 그리곤 잘 도착했다는 인증을 남겨야 했는지 대뜸 호텔 앞에서 우리 사진을 찍었다. 네 저희 잘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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