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내가 진짜 중독이란 걸 경험했거든...”
어느 날 아이가 다급하게 대화를 시작했다.
“온라인 수업 끝나고 너튜브 열린 창을 안 닫은 거야. 그냥 호기심에 ‘연필꽂이 만들기’ 영상 클릭했는데 아래 계속 재미있는 게 뜨는 거야. 계속 보다 보니까 2시간이 지나 버린 것~ 진짜 대박 놀랐지... 그날 학원 숙제할 시간 없다고 짜증 낸 그날이야... 아 진짜 너튜브 무서워.”
아이는 흥분하여 모험담을 쏟아내었다. 그 말을 해준 아이에게 고마웠고, 그렇게 자신이 현재 사실을 알아차려 준 사실이 참 다행이었다.
초등생에게 <유*브> 노출을 유의해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기조절능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를 통해 아이들이 시청했던 프로그램들은 시작과 끝이 존재한다. 그럼 아이도 부모도 “자 이제 그만~”이라는 암묵적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아이들 손으로 클릭한 <유*브>는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다. 전통적 매체에 의존하던 세대에는 보고 싶은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에 볼 수 없었다. 나의 조절능력이 아닌 외부적 요인에 의해 자연적으로 미디어 노출이 제한되었었다. 하지만 현재는 아이들이 언제든 어디에서든 원하면 영상을 볼 수 있다.
이전에 아이가 스마트 기기를 잡고 있으면 부모는 규제할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컴퓨터나 다양한 스마트 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여 수업을 듣기 때문에 이러한 기기 사용을 규제한다는 것이 어려워졌다. 즉, 부모나 주 양육자가 주변에서 관심 갖지 않는다면 수업을 듣는다는 명목으로 하루 종일 영상을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도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등 이상의 아이들은 어느 정도 자기조절능력이 형성되었을 나이이기 때문에 (개인차가 존재할지라도)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를 인지하고 조율할 수 있다.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고 그에 따르는 대가와 책임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초등학생의 경우에는 아직 조절에 대한 습관이 잡힌 아이들보다는 그렇지 못한 더 많기 때문에 미디어 사용으로 촉발될 부작용에 대해 양육자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변화된 세상에서 무조건적으로 금지와 규제로 아이를 키워나갈 수는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키워줘야 할 덕목이 있다면 단연코 자기조절능력이라 할 것이다. 자기조절능력은 통제의 의미를 넘어 자신의 감정, 인지, 행동을 조절하는 힘을 말한다. 막연하게 떠올렸을 때 아이가 자유롭게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높은 자기조절능력은 정신적 웰빙(행복감)과 높은 상관을 보인다. 즉, 아이가 타인이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높을수록 행복감이 더 높다는 것이다. 자기를 조절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은 자기효능감, 자존감을 단단하게 할 수 있는 뿌리가 된다. 또한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에서 자기조절능력이 높을수록 학교 적응과 교우관계가 좋으면 학업성취도 역시 높게 나와 학교생활과 삶의 전반에 대한 만족감이 높게 나타났다.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아이들의 교육환경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다. 화면을 켜 둔 채 눈동자를 돌려 스마트 폰으로 다른 영상을 봐도, 꾸벅꾸벅 졸거나 집중하지 못해도 선생님이 학생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이 그리 많지 않다. 공개적으로 이름을 불러 하나씩 바로잡아줄 수 있는 환경에서 너무나 멀어졌다. 온라인 등교를 하지 않고 있는 아이들에게 전화해서 들어올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멀리 떨어져 있는 담임선생님이 할 수 있는 최선일지 모른다.
누가 감시하고 있지 않아도 수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가?
보고 싶은 내용을 스스로 욕구를 조절하고 자신의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가?
자녀의 자기조절능력에 대한 부모의 관심과 노력은 내 아이를 “공부 잘하는 청소년”으로 키우기 위한 준비과정이 될 것이고 자기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은 아이의 삶에 단단한 초석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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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경민(2021). 가족의사소통과 청소년 웰빙 간의 관계에서 자기조절능력과 또래관계의 중다매개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