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려한명사김석용 Dec 09. 2024

지금의 나는

에세이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나는 하루하루를 소박하게 살아간다. 노령연금과 기초연금, 그리고 요양원에서의 월급으로 삶의 기틀을 유지하고 있다. 매달 연금으로 받는 금액은 고정적이지만, 요양원 월급은 작은 추가 수입으로 생활에 조금의 여유를 준다. 가끔은 식료품비와 공과금 납부에 빠듯해지는 때도 있지만, 알뜰히 관리하며 평범한 일상을 꾸려가고 있다. 어쩌면 평범한 노후의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이 현실이 나에게 낯설게 다가온다. 주변에 진솔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지인이 없고, 차 한 잔하며 담소를 나눌 친구조차 드물다는 사실이 더 그렇다. 이런 고독 속에서 나는 나의 이야기를 꺼내 보려고 한다.

오랜 세월을 돌아보면 삶은 늘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일과 가족, 그리고 사회적 책임 속에서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때는 미래를 준비할 여유조차 없었고, 다가올 노년의 모습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시간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내일을 준비할 시간이 더 이상 많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노령연금과 기초연금은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게 해준다. 요양원에서 받는 월급은 그나마 숨통을 트이게 하지만, 언젠가 이마저도 그만두게 될 날이 올 것이다. 나이가 더 들고 체력이 약해지면 연금에 의지해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 한켠이 먹먹해진다. 그렇다고 이 상황이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더 명확히 알게 된다.

내가 가장 안타까운 것은 단지 물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주 만나던 친구들과의 대화는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특히 주말이면 근처 카페에서 한 시간씩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던 김 선배와의 시간은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의 생활이 바빠지면서 그마저도 사라졌다. 그것은 내 마음을 나눌 사람,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눌 대상이 없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서로 다른 삶의 길을 걸으며 자연스레 멀어졌다. 시간이 흐르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전화도, 우연히 마주치는 만남도 점점 줄어들었다. 지금 내게 남아 있는 것은 때때로 혼자 차를 마시며 떠올리는 추억들뿐이다.

이따금 요양원에서의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텅 빈 방이 나를 반긴다. 텅 빈 방 안에는 낮에 미처 정리하지 못한 옷가지들과 벽에 걸린 시계 소리만이 가득하다. 그런 날에는 유난히 고독이 깊게 다가온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순간이 내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가 될 때 비로소 자신과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몇 해 전, 혼자 남아있던 밤에 문득 책장을 정리하며 어릴 적 사진 한 장을 발견한 적이 있다. 사진 속의 나는 친구들과 함께 웃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순간들이 점점 멀게만 느껴졌다. 그날의 기억은 내 고독감을 더 짙게 했지만, 동시에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할 기회를 주기도 했다. 고독은 피하고 싶은 감정이지만, 때로는 그 속에서 위안을 찾기도 한다.

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연금에 의지해야 하는 미래가 다가오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해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일기장을 꺼내 나의 하루를 기록하고,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채우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봉사 활동을 하며 나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지금의 내가 앞으로의 나를 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믿는다. 일기장에 하루하루의 감정을 기록하고, 내게 의미 있는 작은 목표들을 세우며, 나 자신을 위한 독서와 사색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

고독 속에서도 내가 느끼는 삶의 가치는 여전히 크다. 누구와 함께하지 못한다고 해서 나의 삶이 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 자신과 더 깊이 마주하는 시간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지금의 나는 그런 삶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앞으로 더 나이 들었을 때, 나는 오늘을 돌아보며 "그때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나 자신을 위한 시간, 그리고 내 주변의 작은 변화에 기여하는 시간들을 통해 내 삶의 의미를 만들어가고 싶다. 이것이 바로 나의 이야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