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빚어낸 지혜와 사랑의 기록
글 / 김석용
거울 앞에 섭니다. 눈가에 자리 잡은 잔주름이 오늘따라 선명합니다. 언제부터였을까요. 이 작은 선들이 제 얼굴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건.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젊음의 탄력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흔적들이 서글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주름 하나하나가 제가 걸어온 길의 증표임을 압니다. 웃음의 순간들이 만든 눈가 주름, 걱정과 고민이 남긴 미간의 선들. 모두가 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강물은 흐르면서 계곡을 만듭니다. 부드러운 물줄기가 단단한 바위를 깎아내며 깊은 골짜기를 형성합니다. 우리의 주름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월이라는 강물이 흘러가며 남긴 자국들입니다. 그 속엔 희로애락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의 벅찬 감동,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날의 슬픔, 꿈을 이뤘을 때의 환희. 모든 감정이 얼굴에 선으로 새겨졌습니다. 이 선들이 모여 지금의 제 얼굴을 완성했습니다.
젊음만이 아름다운 건 아닙니다. 매끈한 피부만이 가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주름진 얼굴에서 읽는 연륜의 깊이가 있습니다. 할머니의 손등에 새겨진 굵은 선들을 봅니다. 그 손으로 가족을 먹이고, 아이들을 키우고, 세상의 풍파를 견뎌냈습니다. 거친 손이지만 그 어떤 부드러운 손보다 따뜻합니다. 주름은 삶의 훈장입니다. 살아냈다는 증거이며, 견뎌냈다는 표식입니다.
주름 사이로 흐르는 건 단순한 세월이 아닙니다. 지혜와 경험이 흐릅니다. 실패에서 배운 교훈들, 성공에서 얻은 겸손함, 상처에서 자란 용기가 그 사이를 채웁니다. 나이가 들수록 얼굴은 더 많은 이야기를 품게 됩니다. 책의 페이지처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새로운 장면이 펼쳐집니다. 오늘도 새로운 주름이 생길지 모릅니다. 그것도 괜찮습니다. 그만큼 제가 살아있다는 뜻이니까요.
주름을 감추려 애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당당하게 드러냅니다. 이것이 제가 살아온 시간의 무게이자 앞으로 살아갈 날들의 토대입니다. 강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겠습니다. 주름 사이사이에 더 많은 추억을 채우며, 더 깊은 사람이 되어가겠습니다. 언젠가 제 주름을 보며 누군가 위로받기를 바랍니다. 나이듦이 두렵지 않다는 것을, 오히려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습니다. 주름은 끝이 아니라 계속되는 이야기의 증거입니다. 우리는 모두 아직 쓰여지고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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