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빚어낸 지혜와 사랑의 기록
글 / 김석용
해가 서산으로 기울어갈 무렵, 동네 공원에서는 특별한 춤판이 벌어집니다. 머리카락에 서리가 내린 어르신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이 펼쳐집니다. 누군가는 이들을 보며 '인생의 황혼기'라 부르지만, 정작 그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입니다. 마치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처럼 당당하고 생기가 넘칩니다.
니체는 '동일한 것의 영원회귀'를 이야기했습니다. 모든 것은 돌고 돌아 다시 시작된다고 말입니다. 어르신들의 춤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은 시절 추었던 스텝이 다시 되살아나고, 잊고 있던 리듬이 몸속에서 깨어납니다. 발걸음은 예전보다 느려졌을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열정은 오히려 더 깊어졌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만나 추는 춤이지만 매번 새로운 기쁨이 샘솟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에피쿠로스가 말했듯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외치며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공원의 어르신들은 내일을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음악에 몸을 맡깁니다. 파트너의 손을 잡고, 발을 맞추며,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이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삶의 증거입니다. 육체는 늙어가지만 영혼은 여전히 춤추고 있습니다.
인생이 하나의 춤곡이라면, 마지막 악장은 가장 아름다워야 합니다. 젊은 날의 서툰 발걸음과 중년의 바쁜 스텝을 지나, 이제야 비로소 자신만의 춤을 완성해갑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딱 자신에게 맞는 템포로 움직입니다. 실수를 해도 웃어넘기고, 박자를 놓쳐도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이것이 바로 노년이 가진 여유와 지혜입니다.
무대가 끝나갈 때 배우들은 커튼콜을 받습니다. 관객들의 박수갈채 속에서 마지막 인사를 전합니다. 우리네 어르신들의 춤도 그렇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공연의 마지막을 향해 가면서도 여전히 무대 위에서 빛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황혼'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는 '황금기'를 살아갑니다. 매일 저녁 공원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 소리와 웃음소리가 그 증거입니다.
춤은 끝나지 않습니다. 오늘의 마지막 곡이 내일의 첫 곡이 되듯, 삶은 계속 이어집니다. 공원의 어르신들은 알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는 끝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만들어가는 것임을. 그래서 오늘도 음악이 흐르면 주저 없이 무대로 나섭니다. 파트너의 손을 잡고, 발을 맞추며, 인생이라는 춤을 춥니다. 누가 뭐라 해도 이들은 주인공입니다. 자신의 삶을 춤으로 표현하는 예술가들입니다.
마지막 춤을 추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는 배웁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고, 진정한 젊음은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그들의 춤사위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합니다. 언젠가 우리도 그 무대에 설 날이 올 것이고, 그때 우리 역시 당당하게 춤출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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