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가 아닌 성장의 흔적으로 남는 순간들
글 / 김석용
새벽 세 시, 알람이 울립니다. 어둠 속에서 눈을 뜨면 온 세상이 고요합니다. 거실 한편 작은 서재로 향합니다. 노트북을 켜고 의자에 앉으면 하루가 시작됩니다. 결과가 보이지 않는 시간,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글을 쓰는 이유를 생각합니다. 시니어가 된 지금, 여전히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언제 싹이 트고, 언제 꽃이 필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한 줄 한 줄 문장을 써 내려갑니다. 노력만 하고 결과는 아직입니다. 하지만 이 시간도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시간은 제게 단순한 직업 이상입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돌보며 배웁니다. 천천히 움직이는 손, 흐릿해진 기억, 그럼에도 살아있는 온기를 마주합니다. 젊었을 때는 빠른 결과를 원했습니다. 노력하면 곧바로 성과가 따라올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됩니다. 인생은 달리기가 아니라 걷기라는 것을요. 지금 제가 하는 일들은 아직 결실을 맺지 않았습니다. AI 책을 쓰고, 강의를 듣고, 매일 새벽 글을 씁니다. 누군가는 물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뭐가 달라졌냐고요. 아직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갈 뿐입니다.
형님이 편찮으십니다. 열 살 위인 형님은 제게 늘 든든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가 곁에 갈 수 없습니다. 감염 위험 때문에 전화로만 안부를 묻습니다. 형수님이 홀로 간병하시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봅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직접 돌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합니다. 가족이라는 이름 앞에서도 때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걸 배웁니다. 그래도 전화기 너머로 형님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괜찮다"는 말 한마디에도 안도합니다. 저 또한 2023년 여름, 수술대에 누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내일이 올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회복했습니다. 그 시간도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건강의 소중함, 하루의 감사함을 배웠으니까요.
거실 서재에서 시작된 하루는 제 선택입니다. 새벽 세 시, 아직 세상이 잠들어 있을 때 저는 노트북을 엽니다. AI 책 원고를 다듬고, 블로그 에세이를 쓰고, 개인 브랜딩 강의 내용을 정리합니다. 해가 뜨면 별내동 카페 거리로 향합니다. 단골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익숙한 커피 향이 반겨줍니다. 노트북을 펼치고 오늘 쓸 글을 이어갑니다. 결과는 아직 멀게만 느껴집니다. 책은 서너권 출간되었지만 아직 성과는 없습니다. 블로그 방문자는 천천히 늘어납니다. 강의를 들어도 당장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습니다. 직장에서 돌아오면 피곤하지만 다시 노트북을 엽니다. 티스토리와 브런치에 글을 올립니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 사느냐고 묻습니다. 저도 가끔 생각합니다. 이 나이에 왜 이렇게 애쓰는지요. 하지만 답은 명확합니다. 멈추면 끝이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천천히 익어갑니다. 사과가 하루아침에 빨갛게 익지 않듯이, 제 노력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비록 보이지 않지만 분명 어딘가에서 자라고 있을 것입니다. 요양보호사로 일하며 배운 것들, 새벽마다 쓴 글들, 강의를 들으며 메모한 것들이 언젠가 하나로 모일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저도 일어설 수 있을 것입니다. 넘어지지 않고 일어선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선 모습으로요. 시니어가 되었다는 것은 포기의 이유가 아닙니다. 오히려 더 단단해질 기회입니다. 젊었을 때는 결과만 보았다면, 지금은 과정의 의미를 압니다. 노력이 헛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누군가 제게 물을 것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 버텼냐고요. 그때 저는 이렇게 답할 것입니다. 버틴 게 아니라 살았다고요.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요.
돌아보면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 실패했던 일들도, 돌아갔던 길들도, 힘들었던 선택들도 모두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결과가 보이지 않는 이 시간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나중에 돌아보면 분명 이유를 알게 될 것입니다. 왜 그때 포기하지 않았는지, 왜 새벽마다 일어나 글을 썼는지, 왜 멈추지 않고 걸었는지를요. 후회는 과거를 붙잡지만, 성장은 미래를 엽니다. 지금 이 순간도 성장의 흔적으로 남을 것입니다. 언젠가 제가 원하는 모습으로 서 있을 그날, 오늘의 노력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도 걷습니다.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길이 멀어도, 혼자인 것 같아도 멈추지 않습니다. 시니어가 된 지금, 저는 여전히 달리는 중입니다.
오늘 하루도 묵묵히 걸어가는 당신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결과는 천천히 익어갑니다.
지금 이 순간도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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