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려한명사김석용 Jul 22. 2024

기억의 속삭임

제 4장: 순간의 명료함

제 4장: 순간의 명료함 


성곽 요양원의 일상은 종종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도 명료한 순간들을 선사했다. 이 순간들은 뜻밖의 선물처럼 찾아와, 잠시나마 그들의 과거를 되살리고 이들이 잊고 있던 자아를 깨우곤 했다. 


명료한 순간들의 발견 


어느 화창한 오후, 성곽 요양원의 거주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김 할아버지는 휴게실의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평소에 그는 피아노를 치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느꼈지만, 이날은 달랐다. 그의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건반 위를 움직이기 시작했고, 곧 아름다운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그는 젊은 시절, 아내와 처음 만났던 댄스홀에서 피아노를 치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 순간, 그의 얼굴에는 평화로운 미소가 번졌다. 


박 할머니는 그 모습을 보고 다가왔다. 그녀는 김 할아버지가 연주하는 곡을 알아듣고,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춤추던 자신을 발견했다. 그녀는 천천히 그의 곁으로 가서는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악에 맞춰 그녀의 움직임은 점점 더 우아해졌고, 그녀는 젊은 시절 무대에서의 자신을 잠시나마 다시 찾은 듯했다. 


깊은 대화와 회상 


그날 저녁, 식당에서 김 할아버지와 박 할머니는 저녁 식사 도중 대화를 나누었다. 김 할아버지는 자신이 피아노를 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놀라워하며, 박 할머니에게 과거의 연주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정말 오랜만에 피아노를 쳤어요. 그것도 제대로 칠 수 있었다니, 믿기지 않아요." 김 할아버지가 말했다. 


박 할머니는 그의 말에 공감하며 대답했다. "저도 오늘따라 춤을 출 때 자신이 있었어요. 음악이 저를 이끌었죠.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이 할아버지와 김 여사도 자리에 함께했고, 각자의 명료한 순간에 대해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 할아버지는 군대에서의 체계적인 생활을 회상하며, 그 시절의 명료함이 자신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었는지 이야기했다. 김 여사는 옛 제자들과의 만남을 떠올리며, 가르치던 시절의 기쁨을 나누었다. 


예기치 못한 위기 


식사가 끝나갈 무렵, 요양원의 한 구석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한 거주자가 갑자기 기억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며 큰 소리를 질렀다. 그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요양보호사들은 즉시 그 거주자의 곁으로 달려가 그를 안정시키려고 했다. 그들은 그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이런 긴박한 상황은 요양원에서 종종 발생했으며, 각 거주자가 가진 기억의 편린들이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상기시켜 주었다. 


김 할아버지와 다른 거주자들은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들은 각자의 명료한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며, 그 순간들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과거를 잃지 않기 위해, 서로의 이야기와 기억을 나누며 서로를 지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그날 밤, 김 할아버지는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자신의 명료한 순간들을 되새기며, 그 소중한 기억들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기를 바랐다. 아내와의 추억, 음악과의 연결고리, 그리고 새롭게 맺은 우정들은 그의 삶에서 빛나는 순간들이었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이 오래도록 그의 곁에 남아 있기를 소망했다. 

작가의 이전글 기억의 속삭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