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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이 온통 푸른색 페인트로 덮였어요!

5도2촌과 러스틱라이프의 환상 깨기 제1탄!

“오! 마이! 갓! 이게 뭐야? 빨리 창문 열어!”

“얘들아! 너희들은 일단 밖에 나가 있어!”

“오~~ 이걸 어째!!”     


친구 성은이와 애들만 데리고 서천 집에 도착하자마자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매년 찾아오는 장마철이었고, 대비도 여느 해와 같았습니다. 다만 그해 그 여름은 비가 더 많이 왔고 더 오래 왔으며 좀 더 습하긴 했죠.

그리고 주말마다 비가 내려 2주간 ‘에라 모르겠다~’ 편한 마음으로 도시에서 불금을 보냈고, 드디어 3주째 해가 쨍 하니 났을 때 도착한 충남 서천의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뭐야! 온 집안이 파래! 이거 설마 다 곰팡이야?”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이게 도대체 뭔 일 이래?”     


곰팡이 두께의 차이가 있을 뿐, 햇빛이 닿지 않는 모든 물건과 장소에 검푸른 곰팡이가 수북이 쌓여있었습니다.


처음 알았습니다. 스테인리스 냄비와 도자기 그릇에도 곰팡이 꽃이 필 수 있다는 사실을...

부엌의 모든 집기류마다 푸르댕댕 서리가 내려앉았고, 베이지색 전등갓은 얼룩덜룩 푸른 반점이 가득해 혐오스럽게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나마 닦을 수 있는 집기류는 복구가 쉽겠지만 천이나 목재로 만들어진 제품은 푸른 잉크가 스며든 마냥 문질러도 지워지질 않네요. 나무 도마는 완전 검게 물들어 있습니다.     

문을 굳게 닫아 놓은 욕실과 다용도실은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벽과 천장의 모든 타일, 그리고 변기와 세면기까지 모두 곰팡이가 피었다면 믿으시겠나요? 사실입니다. 믿으셔야 합니다.


욕실에 핀 곰팡이는 다른 종류인지 색도 짙은 고동색을 띠고 있네요. 마치 변기가 역류해 똥이 사방팔방 튄 것 같아 더욱 경악스럽습니다.     

해가 깊숙이 들어오는 안방과 거실을 제외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 빛을 받는 1층의 부엌과 욕실, 다용도실은 그야말로 곰팡이로 초토화되어 있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층은 신기하게도 곰팡이가 전혀 없더군요. 아무래도 2층의 썬룸(3면이 통창으로 된 베란다)에서 축열 된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가 2층 전체의 온도를 높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실제로 여름에 2층은 창문을 열어놓지 않으면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뜨겁습니다.)      


아~ 오늘 오래간만에 재미나게 놀려고 왔는데... 이러면 완전 나가린데... ㅠㅠ


바닷가에 전원주택을 짓고 6년 만에 처음 겪는 일이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장마철에 2~3주 집을 비워 놓은 적도 많았고, 당연히 빗물이 들어오지 말라고 창문을 꼭 닫고 다녔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여느 해와 달리 잘못한 것이 무엇이 있는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비가 참 많이 왔다는 것과 더 오래 내렸다는 것 빼고는 말이죠.     

정말 이대로 용인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했지만, 어찌 이대로 두고 모른 척 나 몰라라 돌아가겠습니까? 내 집인데.


떠나가는 정신줄을 다잡고 서둘러 제가 아는 전문가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여보~ 잘 도착하긴 했는데, 글쎄 여기 완전 난리도 아냐!! 곰팡이가 엄청나~! 어떡하지?”     


늘 그렇듯 아내에게 살짝(?) 오버하며 절망적인 현 상황을 주저리주저리 애처롭게 설명하며 혜안을 구했습니다.      


“일단 닦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닦아내고, 닦이지 않는 것은 싹 다 햇빛에 널어놔! 빨 수 있는 것은 내가 다음 주에 가서 싹 다 빨아 줄 테니 이불은 그냥 널어만 놔! 그리고 창문 모두 닫고 보일러를 최고 온도로 높여서 하루 종일 틀어 놓고 애들 데리고 나가서 돌아다니다 저녁에나 들어와! 공기 중에 곰팡이균이 있어서 보일러를 꼭 돌려야 해!”     


도대체 아내는 어찌 이런 상황을 알고 그에 대한 대처법을 잘 알고 있을까요?

들었지 친구야? 어서 움직이자.

서둘러 친구와 대청소를 합니다. 친구야 봤지? 원래 주말주택 하면 이런 거야. 내 덕분에 좋은 경험 한다고 생각해라. 

다행히 장마가 끝나 얼굴을 내민 태양은 지독하게 강렬했고 널어놓은 집기와 이불은 순식간에 뽀송해지네요.     

하지만 아무리 닦아도 곰팡이 90%는 눈에 보이지 않아 집안 곳곳에 있을 것입니다. 곰팡이는 분명 공기 중에 남아 우리들 호흡기에도 악영향을 미치겠죠.

방법은 아내가 말한 대로 창문을 모두 닫고 보일러를 틀어 베이크아웃(bake out)을 시키는 것일 뿐. 보통 새집으로 이사 가면 입주 전에 새집증후군을 없애기 위해 실시하는 베이크아웃을 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보일러를 최대치로 올려놓고 애들 데리고 계획에 없던 관광을 마치고 저녁 즈음에 돌아왔는데, 

    

“오! 마이! 갓! 너무 뜨거워!!!”

“어서 창문 열어!”

“에어컨 켜!!!”     


때는 7월 말, 무더위가 절정을 향해갈 때였습니다. 그렇게 사태가 일단락될 줄 알았건만 한여름의 곰팡이 쑈는 불쇼로 이어집니다.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고... 어쩌겠습니까? 찜질방 온 셈 쳐야지요.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은 뜨거운 바닥의 찜질방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기하게도 집안을 고온 건조하니깐 곰팡이의 흔적이 싹 사라지더군요. 

장마철 곰팡이 문제는 역시 보일러가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일상적으로 매일 환기만 제대로 시킨다면 이런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5도2촌의 생활이고, 하필 그해 그 여름에 비가 그리 오래도록 내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원격으로 제어가 가능한 보일러를 설치하는 것입니다.

여름에 장기간 집을 비웠을 때 습기 제거 용도로 가끔 틀어주고, 겨울에는 동파방지 용도로 작동시키고 말입니다.

요즘 나오는 최신식 보일러는 스마트폰 어플로 제어가 모두 가능하더군요. 근데 우리 집 보일러는 2014년 식이라 원격제어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알아보니 원격제어 모듈을 설치하면 가능하다고 하길래 거금 14만 원을 들여 모듈을 샀건만...

우리 집은 각방 제어 시스템인데 이 모듈은 방 하나만 제어가 가능한 제품이군요. 거실, 부엌에 방이 몇 갠데... 방 하나만 되면 소용이 없지요.

14만 원만 날렸습니다.

나중에 모든 방이 함께 제어가 가능한 모듈이 나오면 그때 구매해서 달아야지요. 뭐 그전에 고장 나면 수리하지 말고 확 바꿔 버릴 계획입니다.(보일러 수리 돈 진짜 많이 들거든요.)     

행여 신규로 보일러를 구매하신 다면 반드시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가 가능한지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세상 좋아졌습니다. 5도2촌의 기본은 원격제어라는 사실 꼭 유념하시고요, 이 곰팡이 이야기의 끝은 꽤 훈훈합니다.     

그다음 주 아내가 와서 이불과 베개를 모두 싹 다 빨아 주었거든요. 저는 자취생활 10년을 했지만 이상하게 빨래는 늘 하기가 싫었는데 빨래쟁이 아내는 빨래에 강박이라도 있는지 작은 얼룩 하나 허락지 않습니다. 정말 하루 종일 세탁기를 돌리더군요. 


땡큐. 여보~ 우린 천생연분이야~     


뙤약볕 아래 너른 잔디마당에 빨랫줄을 매달고 이불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풍경도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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