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by 석도쿠

요즘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한 가지 습관이 있다. 주말 아침에 햇살을 만끽하며 동네 산책을 하는 것이다. 이미 동네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걷다 보면 처음 보는 골목, 새로 생긴 가게 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런 데서도 꽃이 피는구나 싶은 풍경도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발견한 곳은 조그마한 바였다. 좌석이 10명도 안될 것 같은 가게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에곤 실레의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가게의 오픈 시각은 오후 8시였다.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찾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오늘, 배우자가 분위기 좋은 바에 가고 싶다고 얘기했다. 마침 그 가게가 생각나서 배우자와 함께 찾아갔다. 가게 사장은 피자를 먹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오픈 시각보다 5분 이른 시각이었다. 사장은 엄청 적극적이고 활발한 사람이었다. 피자를 먹고 있는 이유를 열심히 설명하더니 우리에게 피자의 취향을 물었다. 자신은 하와이안 피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안내했다.


몇 가지 시그니처 메뉴 중에 인상 깊은 이름을 가진 칵테일을 선택했다. 'Highway to hell'이라는 이름이었는데, 재밌게도 같은 이름을 지닌 노래를 가게의 배경음악으로 틀어주었다. 락의 느낌이 있는 노래였는데 그 노래를 들으면서 그것과 같은 이름의 칵테일과 마시니 흥이 올랐다. 20분이 지났을까. 단골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오자마자 사장과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좌석이 10명이 안 되는 좁은 공간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나와 배우자의 귀에도 들렸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우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것과 관련된 주제로 내게 질문을 했다. 그들의 대화에 동참하고 싶은 기색이 역력했다.


나도 조금씩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찰나에 그들이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 달 전, 이 동네로 이사 왔다고 했다. 그것을 계기로 우리의 대화는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이 동네의 분위기, 주변에 있는 맛집, 지금 하고 있는 일 등 대화의 소재는 다양하게 뻗어나갔다. 회사 일로 인해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만 동네 바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 대화 나누는 일은 거의 없었다. 특히, 어떤 교집합도 없이 누군가와 대화하는 일은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시간은 빠르게 2시간이 흘렀다. 나와 배우자는 5잔의 칵테일을 연거푸 마셨다. 낯선 사람들과의 가벼운 대화, 에곤 실레의 그림이 걸린 벽, 엔틱한 느낌으로 꾸며진 인테리어 등 오랜만에 느끼는 분위기에 신선한 재미를 느꼈다. 재미 또한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무엇을 갖고 싶고 느끼고 싶다면 분명 그것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삶에서 가만히 기다려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나이밖에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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