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을 찾아서

by 석도쿠


와이프와 여수로 여행 가기로 했으나, 갑자기 친정에 일이 생겼다. 와이프가 급히 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얼떨결에 나 혼자 여수로 향했다. 여수는 두 번째 방문이었다. 벌써 10년이 되었다. 오랜만에 본 여수는 변한 것 같으면서도 여전했다. 10년 전 친구들과 한 조형물 앞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그 조형물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조형물을 배경으로 친구들과 찍었던 그 표정으로 한 차례 셀카를 찍고 친구들에게 공유했다.


그때 점심으로 갈비를 먹었는데 막 비싸다고 투덜댔던 추억이 생각났다. 갈비가 얼마였지 하고 그 가게를 들여다보는데 생각보다 비싼 금액이 아니었다. 확실히 내가 10년 전보다 주머니가 두둑해졌구나. 돈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 금액은 적절하게 소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결혼 전만 하더라도 혼자서 여행을 많이 다녔다. 혼자서도 잘 노는 스타일이라 여겼는데 최근 몇 년간 항상 와이프와 여행을 다니다 보니 은근 심심함이 몰려왔다. 여수역 앞에 관광지도를 사진으로 찍어 그대로 다녔다. 요새 많이 걸어본 적이 없어서 최대한 걷기로 했다.


10년 전 추억을 더듬어 그때 머물렀던 장소와 그때 먹었던 음식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다. 범인은 과거였고, 나는 과거를 쫓는 경찰이었다. 범인은 오만군데 흔적을 흩뿌렸고 나는 흔적을 놓치지 않았다.


오동도를 걸으면서 10년 전 오동도를 거닐었을 때 성시경의 '두 사람'이란 노래가 흘렀던 것이 떠올랐다. 잊혔던 추억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순간이었다. 사는 게 별 것 아닌데. 그냥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추억을 떠올리고 새로 쌓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면 되는 건데. 요새는 일에 지친 나머지 쉬는 날이면 집에서 OTT만 보았다. 그것은 휴식 같았지만 마음은 전혀 쉬지 않고 있었다.


휴식도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다. 계속 움직이면서 휴식을 찾으러 다녀야 한다. '행복을 찾아서'라는 어떤 영화의 제목처럼 휴식을 찾아야 한다. 여수를 돌아다는 시간이 몸은 피곤해도 오랜만에 휴식다운 휴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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